1위 웹툰 플랫폼, 작가들 비판 나선 이유는

레진코믹스·코미코, 운영 방식 논란

인터넷입력 :2017/12/31 11:24    수정: 2017/12/31 11:25

웹툰 플랫폼들이 미숙한 운영방식으로 인해 작가들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유료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는 지난 9월부터 소속 작가에 대한 처우로 논란을 빚고 있다. 타사와 달리 작가에게 웹툰 제출 지체상금(지각비) 명목으로 수익의 일부를 가져가거나, 작가의 요청이 있고 나서야 해외 수익을 정산, 지급하는 등 비상식적 운영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일본 웹툰 시장에서 1위 플랫폼으로 성장한 코미코도 현지 작가 측의 반발을 샀다. 아직 출판 만화가 주류이고 웹툰이 익숙하지 않은 시장 분위기로 인해 인식 차이로 인한 갈등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이에 웹툰 플랫폼이 생겨난지 얼마 안된 만큼 과도기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콘텐츠 수익성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포털과 달리 회사 매출과 콘텐츠 수익이 정비례하는 웹툰 플랫폼이 그만큼 작가와의 갈등이 자주 생겨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레진엔터테인먼트가 작가 커뮤니케이션 부서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웹툰 작가들, 플랫폼 운영 비판 나서

레진코믹스에 대한 웹툰 작가들의 비판은 지난 9월 원고 제출 지각비가 부당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본격 확산되기 시작했다.

회사는 웹툰 회차 업데이트 이틀 전 오후 3시로 정해진 원고 제출 시한을 넘길 경우 월 지각 2회부터 월 수익의 일정 퍼센트를 지각비로 가져가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 이에 한국웹툰작가협회는 고료 협상 시 이미 연재 성실도를 평가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로 지각비도 부과하는 것은 이중 규제에 해당한다는 입장문을 9월말 발표한 바 있다.

한국웹툰작가협회가 최근 레진코믹스 작가들이 비판하는 '지각비' 이슈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한편 회사가 해외 수익 정산을 뒤늦게 처리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쏟아지는 비판은 더 거세졌다. 2015년 7월부터 2년간의 수익 정산이 지난 8월 특정 작가의 여러 차례 요구 끝에 완료됐다는 것에 대해 작가들은 '계약 상대 간의 기본적인 신뢰도 지키지 못했다'며 반발했다. 이에 지난달 회사의 세무조사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외 갑작스런 웹소설 서비스 종료 등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은 현재까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코미코는 일본 웹툰 작가가 회사로부터 원고료를 지급받지 못했다고 SNS 상에 작성한 비판글에 대해 해명하는 입장문을 지난 27일 발표했다.

코미코를 운영하는 NHN엔터테인먼트 측에 따르면 코미코 연재를 협의하다 계약이 불발된 작가가 연재 협의 과정에서 준비했던 원고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요청했으나, 해당 원고를 넘겨받지 못하고, 계약도 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 이를 거절했다는 것이다. 또 SNS를 작성한 작가도 이에 대해 사측에 사과글을 게재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NHN이 27일 작성한 입장문.

소속 작가가 회사 운영 방식에 불만을 제기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 9월 일본 코미코에 작품을 연재했던 모 작가는 "연재가 결정돼 3화 분량의 원고도 회사에 납품한 상황에서 3일 전에 작품 제목을 변경하라고 명령했다"며 스토리나 캐릭터, 연출에 대해 회사의 일방적인 명령이 있어왔다고 주장했다.

NHN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내에서는 웹툰이 세로 스크롤 형식의 채색 만화라는 인식이 만연한 데 비해 일본은 출판만화가 강세이다 보니 작화나 스토리 구성 등 작업에 어려움을 느끼는 작가들이 많다"며 "때문에 편집부의 역할이 크고, 그만큼 인력도 꽤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작가가 불만을 제기했던 내용은 3일 전이 아니라 한 달 전에 이미 합의가 됐었던 내용"이라고 해명한 뒤 "웹툰이 크게 발달하지 않은 일본 시장에서 콘텐츠와 플랫폼의 정체성을 작가에게 전달해드리기 위해 채색, 주 단위 연재, 세로 스크롤 등 현지에서 일반적이지 않더라도 고집스럽게 가이드를 정해놓은 부분이 있는데 이 때문에 인식 차이로 인한 해프닝이 종종 발생하게 되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NHN엔터테인먼트 종합 콘텐츠 플랫폼 코미코가 레진엔터테인먼트의 웹소설 작품 후속 연재를 지원한다고 28일 밝혔다.

■1조원대 바라보는 韓 웹툰 시장…주체 간 갈등도 구체화

그간 웹툰 산업은 온라인 콘텐츠의 대표 주자로 성장해왔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향후 2020년에는 국내 웹툰 시장 규모가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규모 성장 원인으로 유료 서비스로의 전환 성공, IP 비즈니스를 통한 수익 확대, 해외 수익 증가를 꼽았다. 해외 수익의 경우 향후 1천억원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그러나 산업이 점차 탄력을 받고 있는 지금, 콘텐츠 생산자인 작가들의 플랫폼 비판이 활발해지는 것에 대해 업계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이익 주체 간의 알력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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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웹툰업계 관계자는 "그간 플랫폼들은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는 줄 몰랐던 것 같다"며 "최근엔 플랫폼도 연재 주기를 다양화해 작가 편의를 제공하거나, 보조 인력을 지원해주는 등의 노력을 하면서 생태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웹툰 플랫폼의 특성상 작가와의 이익 다툼이 잦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른 웹툰업계 관계자는 "포털 웹툰 서비스보다 웹툰 플랫폼이 작가와 자주 갈등을 빚는 것에는 태생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며 "콘텐츠에서 생산되는 수익에 의존되는 플랫폼과, 콘텐츠 수익이 부차적인 포털의 작가 처우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