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낙제점 받은 지상파에 조건부 재허가

기준 점수 650점 밑돌아…시청권 보호 위해 재허가

방송/통신입력 :2017/12/26 17:13

방송통신위원회가 재허가 심사에서 탈락 점수를 받은 KBS, MBC, SBS 등에 조건부 재허가하기로 의결했다. 이 방송사들은 재허가유효기간 3년을 부여받았으며, 정기적으로 방통위 관리감독을 받게 된다.

방통위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오는 31일에 허가유효기간이 만료되는 KBS 등 14개 방송사와 TV, 라디오, DMB 등 147개 방송국에 대한 재허가를 의결했다.

방통위는 재허가 심사의 공정성, 투명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방송·미디어, 법률, 경영·회계, 기술, 시청자 등 각 분야 전문가 11인으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심사했다. 심사위원장은 허욱 부위원장이 맡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여기어때 운영사 위드이노베이션에 대한 행정처분을 의결했다.

■ 지상파 3사 650점 미만 받아…조건부 재허가

심사 결과 14개 방송사의 133개 방송국은 재허가 기준 점수인 650점 이상을 획득했다. 방통위는 이 방송사들에 대해 재허가유효기간 3년을 부여했다.

그러나 KBS와 MBC, SBS, 대전MBC 등 4개 방송사 일부 TV와 라디오 방송국 등 14개 방송국은 기준점수 650점 미만을 받았다.

재허가심사위원회가 이 방송사들에 대해서 방송공정성 제고 제작종사자 자유와 독립 강화, 종사자 징계 절차 개선, 콘텐츠 경쟁력 제고 등에 대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제시함에 따라, 방통위는 대표자에 대한 추가 의견 청취와 자료 접수를 받아 이에 대한 방송사의 의지와 구체적 이행계획을 확인했다.

그 결과 4개 방송사 모두 미흡한 사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 시청권 보호를 고려해 향후 재허가 조건의 엄정한 이행을 전제로 '조건부 재허가'하고, 재허가유효기간 3년을 부여했다.

이번 재허가 심사는 방송 공정성과 종사자에 대한 부당 징계 논란, 방송경영환경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의 공정책임·공정성 확보 방안, 제작·편성의 자율성, 종사자에 대한 부당 처우 방지, 지역방송사 지배구조 개선, 외주 제작 거래 관행 개선, 일자리 창출 확대 방안 등을 중점 심사했으며, 심사위원회 주요 지적사항 등을 반영해 재허가 조건과 권고사항을 부가했다.

특히 외주 제작 거래 관행 개선과 관련해 KBS와 EBS에 자체제작 표준 단가표를 제출하도록 재허가 조건을 부가해 자체제작과 외주제작 프로그램 간의 제작비 격차를 최소화하도록 유도했다. 또 지난 19일 방통위·문체부·과기정통부·고용부·공정위 등 5개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시장 불공정관행 개선 종합대책' 내용들을 골자로 방통위가 제시하는 '외주제작 거래 기준'을 방송사들이 준수하도록 조건을 부가했다.

아울러 KBS, MBC에 대해서는 방송제작의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편성위원회를 정기적으로 또는 필요시 반드시 개최하도록 하는 등 제작 현장의 종사자와 경영진 간의 갈등 해소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하도록 했다.

또한 지진 등 재난재해의 빈발에 따라 신속하고 효과적인 재난방송을 실시할 수 있도록 방송사의 의무를 강화했고, MBC와 SBS에 대해 고화질 DMB 방송을 내년 3월 내에 실시하도록 해 전체 DMB 방송사가 고화질 방송을 실시하도록 하는 등 방송의 공적책무도 강화했다.

방통위 측은 "이번 재허가 심사를 통해 지상파방송사들이 자신들의 공적 지위와 책무를 다시금 되돌아보고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과 의지를 새롭게 다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이번에 부가된 재허가 조건과 권고사항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허가 신청서 작성 사항 표준화, 평가지표 개선 등 심사위원회의 건의사항도 폭넓은 의견수렴과 정책연구 등을 통해 향후 '재허가?재승인 사전 기본계획' 보완 및 재허가 제도 개선에 반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정치적 판단 작용?…상임위원 의견 엇갈려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지상파 재허가 심사 결과를 두고 방통위 상임위원들의 상반된 의견이 나왔다. 야권 추천인 김석진 상임위원은 심사 결과에 정치적 판단이 개입된 것은 아닌지 우려를 표했다.

김석진 상임위원은 "우리나라 대표방송이고 60년동안 국민 사랑 받은 주요 방송사들이 고작 낙제점 밖에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한 것인지 굉장히 착잡한 심정"이라며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다고 하지만 정치적 판단으로 인해 이번 심사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김 상임위원은 "또한 지상파 방송사들이 과거 정부와 한편이 되고, 코드를 맞췄기 때문에 괘씸죄에 걸렸다는 지적도 있다"며 "심사위원회 공정성을 어떻게 담보를 할지 정성보다는 정량 평가가 우선으로 하고 괘씸죄를 안주도록 보완해야한다"고 말했다.

김 상임위원의 이러한 지적에 허욱 부위원장은 "상임위원들이 합의해서 심사위원들 정당하게 추천 받았고, 사명감을 갖고 의지와 성의를 갖고 심의했다"며 "심사에 정치적인 판단은 없었고, 양심을 걸고 엄정하게 한 결과가 정치적인 결과로 비난 받는 것은 문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길게는 지난 10년 동안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했는가 돌아봐야 한다"며 "물론 낮은 점수가 나와서 충격도 받았지만, 심사 결과는 결과대로 겸허하게 수용하고, 개선할 점은 개선해서 공영방송 공적 책임을 위해서 제대로 구현할 것인지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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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철수 상임위원은 "지상파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측면에서 재허가 조건 너무 약하다"며 "훨씬 더 강한 조건을 방통위가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점수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방송사들이 각성을 해야 하는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심사평가 항목 또한 현실화 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는 방송사가 잘한 것은 가점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 매체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비하고, 신기술 투자를 하는 경우나, 수상을 하는 경우, 외주사와 상생 협력을 하는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강구해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