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성능 제한' 공방…애플 오만으로 더 커졌다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소통에 소홀했던 애플

데스크 칼럼입력 :2017/12/22 11:18    수정: 2017/12/23 13:29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애플은 ‘혁신 아이콘’이다. 스티브 잡스 때 뿌린 씨앗이다. 내놓는 제품마다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었다. 늘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모두 기존 제품 분류를 뛰어넘었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스티브 잡스는 절대선으로 추앙받았다.

빛이 있으면 어두움도 있는 법. 혁신기업 애플에겐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특유의 비밀주의와 독선이 대표적이다. 잡스의 비밀주의는 특히 유명했다. 오히려 불통에 가까웠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사진=씨넷)

그럼에도 잡스였기에 그 모든 게 용납됐다. ‘탁월한 통찰과 리더십’으로 받아들여졌다.

애플이 혁신의 중심에 있을 땐 이런 문제가 도드라져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땐 사태를 더 악화시키기도 했다.

요 며칠 시끄러웠던 ‘아이폰 성능 고의 제한’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번 사태는 어찌보면 비밀주의와 엘리트 의식이 빚은 참사에 가깝다.

물론 애플의 설명이 터무니 없는 건 아니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꽤 있다.

“성능 떨어진 배터리 때문에 아이폰이 느닷없이 먹통이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성능을 조금 제한한다. 그게 아예 못 쓰는 것 보단 낫다.”

소비자들과 소통만 제대로 했더라면 이런 선의가 충분히 전달됐을 것이다. 오히려 스마트 기기 성능을 따라가지 못하는 배터리 업체 쪽에 화살이 집중됐을 수도 있다.

물론 애플도 배터리의 한계를 알리긴 했다. 사이트에선 배터리를 500회 충전할 경우 성능이 80%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공지하고 있다. 500회면 1년 6개월 정도 되는 기간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 애플 사이트 바로가기)

혁신 못잖게 소통도 중요하단 사실 잘 보여줘

미국 언론들이 비판하는 건 이런 부분이다. 성가신 링크를 누르고 들어가 그 공지를 볼 사람이 누가 있냐는 비판이다.

디지털문화 전문매체 와이어드가 특히 따끔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배터리 성능 저하가 어쩔 수 없는 문제였다면 사용자들에게 선택권을 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이런 방식이다. 배터리가 일정 수준 이하가 되면 아이폰 성능 저하를 ‘옵트인’ 방식으로 선택하도록 했으면 어땠냐는 지적이다. 선택한 사람에 한해 배터리 수준에 맞게 아이폰 성능을 최적화(저하)시키잔 얘기다.

성능 저하를 감수할 의향이 있는 소비자들에겐 선택권을 줬더만 이런 혼란까지 벌어지진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와이어드의 지적에 100% 공감한다.

스티브 잡스를 추모하는 팀 쿡. (사진=씨넷)

애플은 왜 그런 과정을 생략했을까? 그 부분에서 ‘혁신 기업’ 애플의 어두운 그림자가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잡스가 애플의 혁신을 주도할 때 소비자 조사 같은 걸 탐탁찮게 여겼다고 한다. 소비자들도 생각지 못했던 혁신 제품을 만드는 게 목표였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우리는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혁신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접근 방식은 어두운 그림자도 함께 갖고 있다. 스티브 잡스 때도 몇몇 문제가 이슈가 된 적 있다. 아이폰4 출시 당시 불거졌던 ‘안테나 게이트’가 대표적이다. 지도 앱 오류 때 애플이 대응했던 방식도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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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 역시 애플의 그런 한계가 여실하게 드러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사태는 애플 뿐 아니라 다른 많은 기업들에게 소중한 교훈을 던져준다. 특히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IT 기업들에겐 ‘반면교사’로 깊이 따져볼 문제인 것 같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