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20일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 전면개정안에 산학연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구하는 입법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 분위기는 한 마디로 차분했다. 통상 법이 크게 바뀔 때 예상되는 이해당사자간의 갈등이나 다툼을 볼 수 없었다. 고성이나 격앙된 발언이 오가긴 커녕 오히려 '평화로웠다'.
이유가 있었다. 과기정통부는 전면개정안을 대외 공개하기 전에 이미 광범위한 의견수렴과 내부 검토를 거쳤고 공청회 시점까지 최대한 다듬어진 내용으로 선보였다. 법안의 영향을 받게 될 SW업계 종사자의 다양한 민원을 폭넓게 수렴해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과기정통부 노경원 SW정책관은 공청회서 "SW가 산업을 넘어 시대에 맞는 과학기술, 사회, 경제 영역 전반의 변화를 선도할 4차산업혁명 핵심동력이라 불리는데, 현행법은 그런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어 전면개정을 추진하게 됐다"며 "50여명 규모 TF 구성하고 내부적으로 전문가 토론도 진행하며 산학연 관계자 의견을 구해 그간 소홀했던 분야 고려한 내용을 최대한 담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전면개정안은 현행 SW산업진흥법의 바탕이 된 1987년 'SW개발촉진법' 제정이래 30년만에 나왔다. 편제와 구성은 기존 5장47조에서 5장92조로 다수의 신설조문을 포함해 대폭 확대됐고, 다루는 개념도 광범위해졌다. 제정이래 전례없는 '대수술'로도 평가됐다. [☞관련기사]
공청회에서 소개된 전면개정안 내용은 각 장마다 대규모 신설 조문을 포함했다. 1장에 SW교육, SW문화, SW융합, SW선진화, SW안전, SW산업, SW사회, SW사업 등 개념을 제시했다. 2장에 SW창업활성화, 산학연 연계 SW인력양성과 연구활동 지원 등을 추가했다. SW융합촉진, SW안전기준, SW안전전문기관 지정, SW교육활성화, SW교육진흥 등을 담은 3장은 통째로 신설됐다.
법안은 내용면에서 SW산업의 중요성과 민간의 역할을 강조했다. 담당부처 역할과 정책 운영조직의 강화를 전제했다. 공청회 현장에 참석한 이들은 대부분 과기정통부 SW정책담당 공무원, SW업계 산학연 전문가, 협단체 등 소속으로, 이런 방향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과기정통부는 내년 2월까지 전면개정안을 완성해 6월께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법안 내용에 관한 부처간 협의가 얼마나 매끄럽게 진행될지가 관건이다. 향후 실제 업무 범위와 방향에 전면개정안의 영향을 받게 될 공무원 조직과 산하기관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거나 상충할 소지는 있다. 공청회에서 전면개정안 내용 소개 후 패널 토론에서 의견을 피력한 분야별 관계자 일부도 이런 시각을 드러냈다.
지난 20일 SW산업진흥법 전면개정안 입법공청회 토론 자리에 동국대 이창범 교수, 경인교대 심우민 교수, 2명이 학계 패널로 참석했다. 조미리애 VTW 대표, LG CNS 윤준호 부장, 2명이 산업계 패널로 참석했다. 고려대 최진영 교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나성현 책임, 2명이 연구계 패널로 참석했다. 한국SW산업협회(KOSA) 안홍준 팀장 1명이 협단체 패널로 참석했다.
토론 패널로 참석한 SW산학연 분야 7인은 법안에 대체로 해묵은 SW업계 민원이 잘 반영됐고, 다소 아쉬운 점 일부가 보강됐으면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일부 패널은 법안이 기존 타 법안과의 정합성 확보, 타부서 및 부처와의 업무협조나 조율 과정을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향후 과기정통부의 타 부서, SW유관 정책 및 사업을 맡고 있는 타 부처와의 조율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각 패널별 주요 발언 일부를 아래에 정리했다.
■ 동국대 이창범 교수 "SW선진화보다 공정화"
"내용은 다른 패널이 많이 언급할 듯해 편제에 대해서만 언급하겠다. 과반이 신설조문으로 생겼다. 시대 환경을 고려해 내용이 보완된 성격이 크다. 지금도 좋지만 더 넓은 개념으로 갔으면 한다. SW산업진흥법 말고 'SW진흥법'이나 'SW산업진흥 및 활용촉진에관한 법률'이 어떨까. 이용과 수요에 관한 내용 보완이 많은 만큼 이런 법의성격을 제목에 담았으면 한다.
장별 편제와 제목에 대해서. 2장의 'SW산업기반조성'과 3장의 'SW융합과 교육 확산'이 불균형해 보인다. 3장의 SW융합과 교육 확산에서 융합 관련 조문을 2장에 담고, 2장의 인력양성과 연구개발 활성화를 3장에 담는게 더 적절할 것 같다. 4장 제목은 법에 '선진화'라는 말 쓰는 것이 좀(어색하다). 신설조문 표현은 SW선진화 말고 'SW공정화'같은 표현으로 가면 어떨까."
■ 고려대 최진영 교수 "SW안전 넘어 보안 중시 관점 반영돼야"
"SW안전전문기관 필요성에 동의하지만, 운영 위한 역량부터 확보해야. 한국은 관련 기술수준이 낮다. 표준, 인증 만드는 기법도 경험도 없다. 사고발생시 검수 가능한 기관이 있을까. 섣부른 제도화는 오히려 진흥 저해할 수 있다. SW관련사고 문제인식이 안전에서 시작해 요즘 SW보안성 개념까지 중시한다. 전체 시스템에 보안 문제 고려되지 않으면 해킹당해서 운영하는 회사가 망하는 일까지 벌어질 수 있다.
법안에 보안성 중요하다는 부분 들어갔으면 한다. 보안SW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발자가 구현할 때부터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 각국에서 개발자에게 보안성 개념 훈련시키고자 노력 중이다. 보안인식 없는 개발자가 만든 시스템은 100% 해킹된다 봐야. 안전성보다 보안성이 더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R&D쪽 몇가지 더할 것이 있다. 프로그램 기초인 알고리즘과 자료구조 분야는 논문 나오기가 힘들어서 R&D지원을 못 받고, 연구자도 적어 국내 관련 중고교 경시대회 지도도 못하고 있다. 이런분야 연구자 지원해줬으면 한다. 공개SW는 보안성 중요하기 때문에 SW발주하고 공급받을 때 어디서 온 것이 포함됐는지 알아야 맞다. 공개SW 공급망관리 해야한다."
■ 조미리애 VTW 대표 "가치중심 SW사업 여건 마련돼야"
"사업하다보니 4장 'SW사업선진화'에 관심이 간다. 내용보면 SW사업 선진화보다 '공정화'가 더 적합하지 않은가 생각. SW사업 현장에서 가치지향적사업을 못하는 측면 있는데 이를 정리해 준 부분 있어 감사하다. 요구사항명확화, 과업범위 확정 심의위 두기, 원격개발 지원, 지식재산권 보장 활성화 내용도 잘 담긴 듯.
3가지 의견. 첫째, 법개정 수없이 해도 아쉬운건, SW산업발전 걸림돌은, 실행력이다. 헤드카운트, 대가없는 과업변경 등 악성관행 실태조사, 시정명령, 결과공개 등 실행력 담보할 권한을 과기정통부 주체로 행사하는 조문 강화됐으면 한다. 둘째, 기능점수, 헤드카운트로는 알고리즘과 모델링에 성패달린 SW사업 가치평가 제대로 못한다. 다양한 대가지급체계 마련 시급하다.
셋째, 정부가 똑똑한 SW강소기업 많이 키운다고 하지만 뒷받침할 제도나 정책이 약했다. 현행 제도는 정보전략계획(ISP)사업자가 후속사업진입시 감점받는다. 전문성가진 강소기업 나올 가능성 비관적이다. 현대엔 전문영역에서 SW기획, 모델링, 설계, 구축 풀서비스 역량가진 SW기업이 필요하다."
■ LG CNS 윤준호 부장 "민간투자 공공SW사업 제도 환영"
"전부개정안이 전체 SW산업과 IT서비스 발전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본다. 생태계 안에서 중소, 중견, 대기업 모두 역할을 하고 시장이 더 커지는 선순환 체계 만들어지길 바란다. 다른 조문보다 상대적으로 민간투자공공SW사업에 관심간다. 아시듯이 공공SW사업 전체 규모가 3~4년간 약 4조로 정체돼 있다. 민간투자 공공SW사업 통해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
과거 서울시교통카드사업이 민간투자 공공SW사업 사례 중 하나다. IT서비스업체, 솔루션업체, 단말업체와 많은 재무적투자자(FI)들이 특수목적회사(SPC) 설립 등 협업해 만든 성공사례였다. 이 교통카드사업 모델은 콜럼비아, 보고타로 해외수출도 했다. 전부개정안 조문에 이런 민간투자 적극 제안하고 사업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은 긍정적이다. 다만 조문 내용중 심의부분은 별도 심의 받게 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SW사업정의가 SW와 정보시스템 구축, 운영 같이 담았는데, 미세 조정할 필요가 있다. 전부개정안은 사업자입장을 반영하고 있는데 공공SW를 쓰는 사용자, 발주자 관점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정보통신공사업종이나 건설업종에 있는 사업자평가제도처럼 SW사업수행능력 평가제도 넣는걸 제안한다. 수요자가 (규모별 사업수행 가능한) 사업자 누구 있는지 알도록 하고 사업자가 사업규모에맞게 들어오도록."
■ KISDI 나성현 책임 "타부서·부처 이해다툼 소지 크다"
"지금까지 가본 입법공청회 중 가장 평화로운 공청회다. (좌중 웃음) 전면개정안 3장은 세상이 많이 변해 정부 역할, 할일, 하고싶은 일 많아졌고 앞으로 뭘 할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 건지 이런 내용이다. 4장은 꾸준히 제기된 업계 민원을 법안으로 담았다. 이자리엔 이해다툼할 분 없다. 과기정통부 다른 과 사무관, 행안부, 기재부, 공정위, 산자부 계신 사무관, 과장들이 이 법안 이해관계 다툼에 나설 가능성 더 크다.
법안의 과기정통부 통계관련 실태조사, 전문인력양성 조항은 이미 ICT융합특별법에 들어가 있다. 정리되지 않으면 각 국에서, 과에서 어떤역할 할건지 불명확하다.
2014년 SW중심사회 실행전략 추진당시 SW교육은 부처간 협의 기본삼아 교육부가 상당부분 주관했다. 이 법안은 과기정통부 역할이 굉장히 크다. 향후 입법과정에 (타부처와) 조율과정이 필수적이다. SW지재권은 정부, SW창업은 과기정통부장관, SW안전관리는 중앙행정기관장 (주체인데) 누가 뭘해야 한다는 것이 아직 약간 모호하다."
■ KOSA 안홍준 팀장 "운영조직·타부처 협조 강화돼야"
"실효성 담보할 조건들이 충족돼야 한다. 우선 여러 이해관계 공감대 형성된 상태서 합리성갖고 하위법령이 제정돼야 한다. 신설조항과 신규제 많은데 상당부분 대통령령, 하위법령에 위임했다. 앞서 조용한 공청회라고 표현하셨는데, 하위법령 하나하나 나올때마다 '전쟁터'가 될 거다. 이해당사자간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정책운영 제대로 하려면 운영조직이 지금보다 강화돼야 한다. 제도가 잘 적용되고 있는지 실태조사, 모니터링하고 잘 안 되면 개선방안도 마련하는 등 조치돼야 한다. 과기정통부 공무원들이 다 커버할 수 없으니 정책이 자리잡기까지 상당부분 전문성을 부여해 줘야 한다.
또 기재부, 조달청같은 타부처가 능동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요구사항명학화, 과업변경심의위 의무화, 좋은 제도지만 발주기간이 늘어난 걸 어떻게 해결할지 관건이다. 분할발주시 늘어나는 발주기간에 맞게 예산을 이월집행 할 수 있도록 하듯이, 늘어난 발주기간 대처할수 있게해야 한다. 과업대가 변경에 심의 의무화하면 기존 발주기관이 정보화예산에 책정했던 관행적 예산에 몇% 이상 여유를 두고 책정하고 기재부는 그걸 승인해 줘야 한다. 늘어날 예산을 예측하고 이를 책정, 집행하는 부처간 소통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 경인교대 심우민 교수 "SW안전기준, 품질관점으로…사업영향평가 범위 키우자"
"조문별로 보면 개념정의와 몇몇 조항에 SW융합이란 개념이 쓰였다. ICT융합특별법이나 산업융합촉진법이라는 것이 있어 산업부, 또는 과기정통부 개별부처와의 충돌 소지가 있다. 하지만 이걸 해결할 조직체계로 ICT융합특별법안의 전략위원회가 있다. 여기 타부처 (담당자) 많이 참여한다. 여기서 타부처가 양해하면 이조항 (부처협의 단계) 통과는 크게 어렵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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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안전기준을 사업자단위로 설정하면 규제성격으로 인식해 반기지 않을 것이다. 품질인증차원에서 접근이 어떨까 싶다. 안전관리대상 지정시 세부기준 준수의무 부과는 미준수시 불이익보다 준수시 인센티브 부과방식으로 가는 게 적절하다. 안전전문기관 지정규정은 영국, 캐나다 사례를 볼 때 우리도 운영을 서둘러야 한다.
SW사업 영향평가 조항이 눈에 띈다. 공공SW사업이 민간 시장에 영향 주는 걸 측정하고 문제 해결책 마련할 좋은 조문이라 생각한다. 대상을 민간에 영향 주는 공공SW사업에 한정하지 말고, 전체 시장을 포괄해서 산업 전체로 확장시킬 것을 제안한다. 부처간 전략위원회가 SW사업추진시 의견수렴, 영향 평가하는 걸 법제화해 (부처간) '이런 SW사업에 협조해 달라' 요청할 근거로 삼으면 좋지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