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쓰는 디바이스의 위치정보를 무단 수집한 사실이 드러났다. 글로벌 인터넷사업자로부터 자국민의 개인정보보호라는 가장 기초적인 보호권마저도 통제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규제당국의 현실이 개탄스럽다.”
“ICT 뉴노멀법은 제안 취지와 법안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동문서답이다. ICT 뉴노멀법 최대 수혜자가 누가 될지 고민해 보고 논의해 보자.”
“구글 등 해외 사업자들도 말로는 규제한다고 하지만 동일하게 규제될 것인가. 과거 사례를 보면 구글에 규제가 집행된 적이 없다. 의도가 선해도 결과가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다.”
국내 ICT 전문 교수들이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입법 발의한 ‘ICT 뉴노멀법’에 강한 비판을 가했다.
법안 취지와 내용이 전혀 맞지 않고, 현실적인 형평성도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 비판의 골자다. 결국 4차산업혁명의 주역인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의 발목만 붙잡게 될 것이란 강한 우려가 제기됐다.
ICT 뉴노멀법은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지난 9월 대표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2개 법안을 뜻한다.
법안에는 일정 규모 이상 되는 포털사업자들도 통신사와 마찬가지로 경쟁 상황을 평가받고 방송통신발전기금 분담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는 ‘4차산업혁명 플랫폼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입법전략 세미나’가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과 체감규제포럼 주최로 열렸다.
■ “포털산업 시장획정 어려워…이용자 후생 도움 안 돼”
세미나 발표자로 나선 성균관대학교 이대호 교수는 인터넷 규제 역사를 개괄한 뒤, 검색 등 국내 인터넷 생태계 변화를 전반적으로 설명했다.
예전에는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사업자들이 높은 비율로 큰 영향력을 발휘했지만, 현재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이 국내 인터넷 시장을 잠식해 가는 변화를 지목했다. 글로벌 사업자들로부터 큰 위협을 받는 국내 인터넷 산업 환경을 단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어 ICT 뉴노멀법에 따라 경쟁상황평가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시장획정이 선행돼야 하는데, 복잡한 서비스 구조를 이룬 포털에 대한 시장 획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진단했다. 또 새 규제로 이용자 후생이 증대될지도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이대호 교수는 “인터넷 사업자들이 불법 행위를 하고 있다면 규제하는 게 맞지만, 현재 국내 포털 사업자는 글로벌 사업자들로부터 도전을 받는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며 “해외 기업도 같이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인지 고려해야 한다. 게임 산업이 그랬듯 뉴노멀법으로 포털의 힘이 약해지고, 그 힘이 결국 구글과 애플로 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 “뉴노멀법, 법 취지와 내용 맞지 않아”
토론자로 나선 순천향대학교 곽규태 교수도 ICT 뉴노멀법의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법안 취지와 내용이 전혀 맞지 않아 문제고, 누구를 위한 법안인지 알 수 없다는 의혹 제기였다.
곽 교수는 “뉴노멀법이 어떤 새 기준을 세운다는 건지 실체를 알 수 없는 법안”이라면서 “포털에 미디어 속성이 있는 건 맞고, 잘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사회적 책임을 지우는 건 옳지만 (뉴노멀법은) 문제 인식과 해법이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또 “법안에서 ICT 균형발전을 얘기하는데 어떤 것과 어떤 것의 균형인지, 누구를 위한 균형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며 “차별화를 통해 경쟁을 해야 하는 기업들에게 과도한 규제를 부과하려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경희대학교 이상원 교수는 “사전규제를 성급히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모든 당에서 외쳤던 4차산업혁명의 핵심은 이종기술과 서비스와의 결합인데, 근거도 없이 규제하려는 건 정치적 접근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첨언했다.
■ “포털 규제 수혜자, 결국 너(경쟁사) 아닌 쟤(구글)”
호서대학교 류민호 교수는 뉴노멀법이 인터넷 산업의 사전규제의 시작을 뜻한다며, 이대호 교수와 마찬가지로 이를 통해 누가 수혜를 입게 될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칫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해외 기업들만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류 교수는 “포털은 언론, 통신사, 방송사 등 사방이 적이다. 뉴노멀법이 통과되면 누가 가장 행복할까 생각해 봐야 한다”며 “표면적으로 수혜자는 경쟁 산업(언론, 통신사, 방송사)으로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해외 사업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구글, 바이두, 텐센트 등 글로벌 대기업과 비교하면 네이버는 구멍가게 수준”이라면서 “인터넷은 국경이 없는데, 방송과 통신처럼 우리나라 내로 시장획정을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역설했다.
이상원 교수도 구글과 같은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동일 규제를 적용하려 해도 정책 집행 단계에서 역차별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는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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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정부 토론회 때에도 잘 나오지 않을뿐더러, 매출이 얼마인지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면서 “결국 규제 형평성을 고려한다 해도 집행 단계에서 굉장히 큰 차별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새 규제에 앞서 외부감사 법안 통과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좌장을 맡은 연세대학교 이상우 교수는 “얼마 전 뉴스를 검색하다 구글이 영국에서 실제 매출보다 20%도 안 되게 신고해 법인세를 적게 냈다는 보도를 접했다”면서 “구글이 우리나라에 매출을 공개해도 싱가포르나 아일랜드로 매출을 돌리면 제대로 된 세금을 받을 수 없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