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차별 ‘뉴노멀법’, 국회 법안심사 소위 간다

28~29일 법안심사 소위 통과 여부 주목

인터넷입력 :2017/11/27 17:34

대형 포털사업자도 통신사와 마찬가지로 경쟁상황을 평가받고 방송통신발전기금 분담을 의무화 하는 ‘ICT 뉴노멀법’이 국회 상임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 안건으로 올라갔다.

해당 법안이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통과해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전체 회의,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 의결 절차 등이 남아있지만 소위 통과 여부에 업계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 “ICT 뉴노멀법, 법안심사 소위서 논의하기로”

27일 국회와 인터넷 업계에 따르면 과방위는 오는 28, 29일 열리는 법안심사 소위원회에 ‘ICT 뉴노멀법’을 정식 안건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국회

ICT 뉴노멀법은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지난 9월 대표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2개 법안을 뜻한다.

이 법은 네이버, 카카오 등 자산 5조원 이상 규모인 포털 사업자들도 허가산업인 기간통신사업자와 같은 경쟁상황평가를 받도록 하고, 이에 따른 규제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대형 포털 사업자들이 통신사나 방송사만큼이나 그 규모가 성장했으니 그에 따른 공정한 경쟁과 사회적 책무를 져야 한다는 것이 ICT 뉴노멀법의 취지다.

경쟁상황평가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집전과, 초고속인터넷, 유료방송 등 각 서비스별 가입자와 회계자료 등을 정부에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포털사들이 경쟁상황평가를 받게 되면 주요 서비스별 회계 정리 및 서비스별 가입자 등의 통계를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를 근거로 공정거래위원회 등 경쟁당국은 포털에 대한 구체적인 독과점 규제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법안은 포털 기업들이 콘텐츠 업체들과 계약을 맺을 때 공정하게 수익을 배분하도록 감시하는 법적 규정도 포함하고 있다.

또 ICT 뉴노멀법에는 허가산업으로 주파수 등의 특혜를 받고 있는 방송이나 통신사와 같이 부가통신사업자 중 특정 사업자에게 방송사업자와 동일한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의무 부과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기금 규모는 매출의 6% 금액이다.

아울러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해외 사업자도 국내법을 적용받도록 해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 간의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 “좋은 목적이어도, 형평성 고려돼야”

그러나 인터넷 업계는 좋은 취지와 달리 결국 또 국내 사업자들의 발목만 잡게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통신이나 방송처럼 주파수 등 공공 재산을 이용하기 때문에 정부가 허가를 내주는 산업과, 무한경쟁이 펼쳐지는 인터넷 시장을 같은 잣대로 평가하고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정부 산하 연구기관도 이미 이런 결론을 내린바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올해 초 발간한 '2016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에서 부가통신서비스 및 인터넷 포털에 대한 시장을 획정하고 규제를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부가통신서비스 및 인터넷 포털의 경우 통신이나 방송 사업과 달리 사업 영역과 수익 모델이 매우 다양하고 동태적인 양상을 띠고 있어 일률적으로 획정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검색기반의 포털에서 검색 서비스가 타 서비스 이용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 조사 및 분석을 했지만 특별한 불공정 행위 가능성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일률적으로 규제하기 어려운 시장에 무리수를 둘 경우 역효과만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외국 기업들에게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한다지만 결국 권한이 없는 한국 지사들이 정부 요구에 응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국내 기업의 손발만 묶게 된다는 것이다. 한미FTA 등에 따른 통상 마찰 문제도 언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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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열린 한국미디어경영학회 가을 정기학술대회에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곽동균 연구위원은 “정책을 만들 때 가장 고민해야 할 것은 이 법을 만들면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가”라면서 “아무리 좋은 목적을 갖고 있어도, 국내 업체들만 규제 받게 되고 국내 업체보다 더 파워풀한 글로벌 업체는 마음대로 뛰어들게 하는 규제는 안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규제 대상이 되는 부가통신사업자를 지정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부가통신사업을 하는 기업들의 매출이 공개돼야 하는데, 해당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의 매출을 정확히 확인하기는 힘들다”며 “새 규제에 앞서 해외 사업자들의 국내 매출 파악을 위한 실질적인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