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통신-인터넷 달라…동일규제 시도 안타까워”

한국미디어경영학회서 ‘뉴노멀법’ 비판

인터넷입력 :2017/11/26 10:02    수정: 2018/03/08 10:06

대형 포털사업자들에게 통신사 수준의 규제를 부과하고, 방송통신발전기금 부담을 늘리도록 하는 법안에 대해 학계의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미디어경영학회는 지난 24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가을철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디지털 경제 환경에서 ICT/미디어 기업의 경영과 정부의 역할'을 대주제로 6개의 세션이 진행됐다.

이 중 '디지털 환경에서의 중립성 제대로 이해하기' 세션에서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중립성'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각 주제의 발제자 및 토론자들은 국가의 허가를 받아 소수의 사업자만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통신이나 방송 산업과, 국내외 크고 작은 기업들이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인터넷 산업은 전혀 다른 경쟁 구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터넷을 기간산업처럼 규제하려는 'ICT 뉴노멀법'(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 발의)은 미래 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해치고 역차별을 일으키는 불필요한 규제라고 비판했다.

ICT 뉴노멀법은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지난 9월 대표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2개 법안을 뜻한다.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이대호 교수는 “망 중립성, 검색 중립성, 플랫폼 중립성에서 공통적으로 우선 돼야 할 것은 상생과 국민편익 증대”라면서 “망 사업자는 글로벌 경쟁이 없는 반면, 검색과 플랫폼 사업자는 글로벌 경쟁이 있는 상황에서 플랫폼의 경우 국내 사업자만 규제가 되는 법이 생긴다면 이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곽동균 연구위원은 “정책을 만들 때 가장 고민해야 할 것은 이 법을 만들면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가”라면서 “아무리 좋은 목적을 갖고 있어도, 국내 업체들만 규제 받게 되고 국내 업체보다 더 파워풀한 글로벌 업체는 마음대로 뛰어들게 하는 규제는 안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김현경 교수 “기간통신사업(통신)은 엄격한 기업 규제가 정당화되는 곳이지만 부가통신사업자(인터넷)는 누구나 사업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서 “만약 부가통신사업 영역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이미 있는 일반 법률로 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ICT 뉴노멀법은 네이버, 카카오 등 자산 5조원 이상 규모인 포털 사업자들도 허가사업인 기간통신사업자와 같은 경쟁상황평가를 받도록 하고, 이에 따른 규제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대형 포털 사업자들이 통신사나 방송사만큼이나 그 규모가 성장했으니 그에 따른 공정한 경쟁과 사회적 책무를 져야 한다는 것이 ICT 뉴노멀법의 취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해외 기업들에게 똑같은 기준과 적용이 어렵다는 한계를 지닌다.

경쟁상황평가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집전화, 초고속인터넷, 유료방송 등 각 서비스별 가입자와 회계자료 등을 정부에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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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ICT 뉴노멀법에는 허가산업으로 주파수 등의 특혜를 받고 있는 방송이나 통신사와 같이 부가통신사업자 중 특정 사업자에게 방송사업자와 동일한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의무 부과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기금 규모는 매출의 6% 금액이다.

호서대학교 기술전문경영대학원 류민호 교수는 “뉴노멀법 규제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도 의문”이라면서 “규제를 하려면 시장이 획정돼야 하는데, 검색 시장의 경우만 하더라도 그 정의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쇼핑몰, SNS 사업자들도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검색에 대한 정의와 중립성에 대한 정의가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특정사업자만 규제하겠다는 접근은 볼수록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