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EMC가 소프트웨어(SW)가 아닌 하드웨어 판매에 초점을 맞춘 SW정의네트워크(SDN) 전략을 강조했다. SDN기술을 원하는 기업이 델EMC 하드웨어를 사면, 거기 탑재되는 SW는 여러가지 가운데 골라 쓰게끔 한다는 접근법이다.
델EMC코리아 윤석로 네트워크사업부 담당 상무는 지난 14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 미디어라운드테이블에서 이런 접근법을 포함하는 델EMC의 오픈네트워킹 전략과 비전을 제시했다.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시장에서 SW보다 하드웨어로 시장 주도권을 갖겠다는 뉘앙스다.
윤 상무는 글로벌 SDN시장 수요가 크게 3가지 양상을 띤다고 지적했다. 첫째, 네트워크 장비의 하드웨어와 운영체제(OS) 분리. 둘째, 네트워크 제어기능과 대상 분리. 셋째, 네트워크 아키텍처의 물리 계층(언더레이)와 가상 계층(오버레이) 분리. 델EMC는 오픈네트워킹 전략이란 이름아래 이 각각의 양상에 맞춘 3가지 네트워크 솔루션을 직접 또는 파트너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네트워크 하드웨어도 x86 서버처럼 OS 골라 쓰시라
네트워크OS와 하드웨어 분리란 이런 얘기다. 대다수 네트워크 장비 제조사가 네트워크OS와 하드웨어를 같이 만들어 제공한다. 특정 하드웨어를 쓰려면 거기 올라간 OS도 같이 써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OS를 바꿀 수 없다. 그런데 SDN시장에는 관련 기술을 구현한 OS만을 따로 개발, 공급하는 회사가 있다. 이걸 선택하면, SW가 없는 제조사 하드웨어를 결합해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델EMC는 네트워크OS와 하드웨어 분리를 원하는 SDN시장 수요에 어떻게 대응할까. 자사 네트워크 하드웨어에 다른 네트워크OS를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지난 2014년 EMC를 인수하기 전부터 델이 선보인 멀티OS 전략이다. 델은 그해 1월 큐물러스, 이듬해(2015년) 6월 플러리버스와 네트워크OS 파트너십을 맺고 멀티OS 전략을 점차 확장해 왔다. [☞관련기사1] [☞관련기사2]
그 결과 델EMC는 최신 네트워크 하드웨어에 자체 네트워크OS 최신버전인 'OS10'뿐아니라 파트너 관계인 큐물러스, 플러리버스의 네트워크OS까지 지원하고 있다. 지난 6월 공개한 S5100-ON 스위치, S4100-ON 톱오브랙 스위치, N1100-ON 등 오픈네트워킹 브랜드 신제품에 OS10을 기본 탑재하고 있는데, 기업이 원한다면 여기에 다른 파트너의 네트워크OS도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관련기사]
OS10은 순정 데비안리눅스 배포판 기반의 네트워크OS다. 지난해(2016년) 처음 출시됐다. [☞관련기사] 일반 네트워크 관리자에게 친숙한 명령줄인터페이스(CLI)와 기업용 L3 네트워킹 기능을 갖춘 엔터프라이즈 패키지와, CLI 및 부가기능 없이 기본 네트워킹 기능만으로 구성된 오픈 패키지, 2가지로 배포된다. 엔터프라이즈 패키지는 델EMC 장비에 설치되는 반면, 오픈 패키지는 인터넷에서 무료로 배포된다.
윤 상무에 따르면 이 첫번째 수요 양상이 인터넷회사인 구글과 페이스북에서 대규모 서비스인프라를 관리하기 위해 활용하고 있는 스타일이다. 이들은 전체 네트워크 인프라의 하드웨어에 리눅스 커널 기반의 네트워크OS를 적용해,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를 동일한 관리툴로 제어하면서 통합 관리하고 있다. 국내에선 게임서비스 회사가 이런 스타일의 관리 환경을 선호한다고 한다.
핵심기능을 담당하는 네트워크OS 사용이 필수가 아니라면, 델EMC 네트워크 제품에 차별성과 경쟁력은 남지 않는 게 아닐까. 회사측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자사와 타사 네트워크OS 중 골라 쓸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점이 차별화 요소라 주장했다. 또한 타사 네트워크OS를 쓰더라도 제품의 하드웨어에 기술지원과 유지보수 서비스가 포함돼 있어 경쟁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시장도 SDN컨트롤러→멀티OS 선택권으로 움직일 전망
델EMC는 3가지 SDN시장 수요 양상 중 나머지 2가지에도 역시 대응하고 있다.
네트워크 제어기능(컨트롤러)와 대상(포워딩)의 분리는 기존 대기업이 선호했던 방식이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중앙 관리자가 단일 제어기능을 통해 인프라 전체를 모니터링하고 트래픽을 통제하거나 정책을 일괄 적용하는 방식을 선호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제어를 받을 모든 네트워크 하드웨어에 에이전트 성격의 경량OS를 설치하고, 단일 관리 지점에 이를 지휘할 제어SW를 설치해야 한다.
제어SW는 소위 SDN컨트롤러라 부르는 기술을 가리킨다. SDN컨트롤러를 사용하면 수백대 스위치 장비를 단일 랙에 연결된 장비처럼 다룰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델EMC는 또다른 SDN파트너인 빅스위치네트웍스, NEC, 이밖에 여러 네트워킹 기술 연합인 '오픈데이라이트'의 기술을 활용해 이런 수요를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델EMC는 이런 제품을 갖지 않고 있는만큼, 대응의 집중력은 덜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남은 물리적 네트워크와 가상 네트워크의 분리 기술은 여러 대규모 사용자 수요를 시시각각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는 통신사 또는 망사업자가 선호할만한 방식이다. 이미 구축된 네트워크 인프라의 물리적인 구성 형태는 놔둔 채 그 위에 가상의 네트워크를 얹어 운영관리에 유연성을 주는 접근이다. 델EMC는 파트너인 VM웨어나 또다른 SDN스타트업 미도쿠라네트웍스를 통해 이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윤 상무는 당분간 국내 SDN시장 수요가 주로 최초 설명된 네트워크OS와 하드웨어의 분리 쪽에서 발생할 것이라 내다봤다. 네트워크 제어기능과 대상을 분리하려는 접근, 물리 및 가상 네트워크 계층을 나누려는 접근, 이 2가지를 구현하는 기술면에선 큰 실속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관련기사
- 델EMC, 네트워킹 신제품 3종 공개2017.11.16
- 델코리아 "국내 SDN 시장 이미 열렸다"2017.11.16
- 오라클 SDN 파트너, 이번엔 델에 네트워크OS 공급2017.11.16
- 델, 오픈스택 SDN 전략에 미도쿠라 영입2017.11.16
윤 상무는 "3가지 방식 가운데 한국은 이제까지 두번째(SDN컨트롤러를 사용해 제어기능과 대상의 분리하는 방식)에 해당하는 시도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첫번째(하드웨어와 별개로 네트워크OS를 선택하는 방식)로 갈 것"이라면서 "두번째 방식 중에 미도쿠라 기술을 오픈소스로 쓰려는 곳은 있는데 상용 솔루션으로 전환하려는 수요는 없었고 대신 VM웨어 NSX 쪽의 기회를 바라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델EMC는 국내서 구축이 진행 중인 일부 고객 SDN 인프라 구축사례도 비공개로 소개했다. 한 곳은 효율적인 인프라 확장, 관리를 위해 여러 계열사 인프라를 통합 구축하기로 한 대기업이었다. 델EMC 40G 및 10G 스위치가 함께 쓰였다. 다른 한 곳은 현재 대응하기 어려운 트래픽 폭증을 해결하기 위해 자체개발 기술로 전체 하드웨어를 제어하려는 인터넷업종 회사였다. 델EMC 40G 및 OS10이 도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