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기피 1호언어 펄…"야후 닮았다"

펄(Perl)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개발자들에겐 만능칼 같은 존재였다. 인터넷 공간의 '스위스 칼' 같은 존재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불과 15년 만에 펄은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촉망받던 프로그래밍 언어 '펄'이 이젠 개발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언어란 불명예스런 평가를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지표를 내놓은 것세계 최대 온라인 개발자 커뮤니티 스택오버플로였다. 스택오버플로는 최근 블로그(☞링크)를 통해 '개발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프로그래밍 언어' 순위를 발표했다.

순위 집계에 사용된 데이터는 스택오버플로가 제공하는 개발자 경력 관리 서비스 '스택오버플로 잡'에서 얻었다. 개발자 개인 페이지인 '개발자 스토리'에 '선호하는 기술'과 '선호하지 않는 기술'을 태그로 입력할 수 있게 했는데, 이 태그를 분석한 것이다.

집계결과 '선호하지 않는 기술'로 가장 많이 태그된 프로그래밍 언어는 '펄'로 나타났다. 펄은 프로그래머 래리 윌이 1987년 개발해 배포한 범용 언어다. 구문 분석 기능을 갖춘 덕에 웹 상의 콘텐츠가 주로 텍스트이던 2000년 초까지 '가장 유망한 웹 언어'로 사랑받았다. 하지만, 파이썬과 R언어의 부상으로 펄의 인기는 시들어 가는 중이다.

델파이와 마이크로소프트 VBA도 펄과 함께 개발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언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뒤어 PHP, 오브젝티브C, 커피스크립트, 루비도 비선호 언어에 포함됐다.

반면 가장 싫어요를 적게 받은 언어는 R, 코틀린, 타입스크립트, 러스트, 배시, 클로저, 스위프트, 파이썬, 자바스크립트, 고 순으로 나타났다.

물론 인기 차트를 발표하는 곳은 이외에도 많다. 이런 순위들을 보면 대체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자바와 C, 최근 데이터과학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파이썬, 풀스택 언어로 거듭나고 있는 자바스크립트 등이 공통적으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관련기사)

■ 여러 방법 제시한 펄 vs 한가지 분명한 방식 선호하는 파이썬

이번 결과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펄의 몰락'이었다. 펄의 몰락을 공교롭게도 파이썬의 부상과 시기를 같이 한다.

이와 관련해선 패스트컴퍼니가 '펄의 몰락'이란 기사를 통해 잘 분석했다. (☞링크)

그 중 한 가지로 패스트컴퍼니는 두 언어의 철학 차이를 꼽았다. 펄은 "어떤 일을 수행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는 모토를 앞세웠다.

반면 파이썬은 한 가지 분명한 방식을 제시하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이런 부분들이 프로그래밍 초보자들에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패스트컴퍼니가 분석했다.

이 기사엔 흥미로운 비교도 있다. 파이썬이 구글과 유사했다면 펄은 야후 같은 길을 걸었다는 비교였다.

실제로 구글은 파이썬 기반으로 작성돼, 이 프로그래밍 언어 확산에 큰 역할을 했다. 반면 야후는 펄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 개발자 싫어하는 기술은 익스플로러와 비주얼 베이직

스택오버플로 데이터과학자 데이비드 로빈슨은 "덜 싫어하는 기술에 태그된 언어들은 스택오버플로에서 관련 질문이 빠르게 성장하는 언어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또, 펄, 오브젝티브C 루비 등 선호하지 않는 기술로 꼽힌 언어는 이 사이트에서 질문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택오버플로는 프로그래밍 언어 이외에 개발자들이 싫어하는 기술목록도 발표했다.

집계에 따르면 MS의 인터넷익스플로러(IE) 브라우저와 비주얼 베이직이 1.2위를 차지했다. 이어 코볼, 어도비 플래시, MS ASP 클래식, MS(자체)가 상위권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