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진흥원 부활 검토…업계 "기대는 하지만"

산업 이해도, 진흥 의지부터 있어야

디지털경제입력 :2017/10/19 16:54

약 8년 만에 게임산업진흥원이 별도 조직으로 부활할 수 있다는 소식에 업계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규제에서 진흥으로 분위기가 바뀔 것이란 기대감과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란 부정적인 의견이 공존했다.

엇갈린 의견이 나온 이유는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 게임산업 주관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한콘진)에 큰 실망을 해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만석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 직무대행.

강만석 한콘진 원장 직무대행은 1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조직개편을 통해 게임 분야를 별도 본부로 격상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게임산업진흥원을 다시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게임산업진흥원 부활 시기에 대해 강 원장 직무대행은 “자세한 내용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도 게임 산업 진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하나 둘 내고 있다. 게임산업진흥원 부활을 기점으로 게임 산업 위상이 다시 높아질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국민의당 이동섭 의원은 지난 13일 문체부 국정감사장에서 우리나라 게임산업과 e스포츠 진흥책 마련을 당부했다. 이 의원은 “배틀그라운드가 출시 6개월 만에 1천200만장 판매와 동시접속자수 199만 명을 돌파한 것은 우리 게임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라며 “제2, 제3의 배틀그라운드 신화가 다시 쓰여 질 수 있도록 문체부가 토양을 만들어 주길 요청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게임 업계 환영, 그러나 “제 역할 할지 의문”

게임 업계는 게임사업진흥원 부활 소식에 규제가 아닌 진흥으로 턴어라운드 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러한 기대는 게임 전문 기관이 생기면 산업 발전과 건전한 생태계 구축에 정부가 더욱 힘을 실어주리란 판단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게임산업협회 측은 “게임은 문화콘텐츠 중에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게임 산업 진흥에 앞장서줄 별도 정부 기관이 탄생하는 것은 업계에 긍정적으로 보인다”라면서 “국내 게임 산업이 점점더 어려워지고 있다. 협회도 산업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게임산업진흥원이 부활한다고 해서 정부가 게임 산업 진흥에 앞장설 것이란 맹목적인 기대를 하면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체부와 한콘진이 해왔던 일을 그대로 게임산업진흥원이 답습한다면 결과는 뻔하다는 것.

게다가 산업 이해도와 진흥 의지, 규제의 장단점을 모르는 사람들이 게임산업진흥원 부활에 관여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게임산업진흥원을 실제 어떻게 부활시킬지 전혀 들은바가 없다. 문체부와 한콘진은 어떤 논의를 하고 있는지를 조만간 구체적으로 밝혀야할 것”이라며 “과거처럼 게임산업진흥원이 산업 진흥만을 위해 존재한다면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진흥과 규제 역할을 동시에 하고, 이리 저리 정치권에 휘둘린다면 존재 가치는 없다고 본다. 현 상황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게임산업진흥원이 실제 부활한다면 업계와 원활한 소통을 통해 산업 발전에 앞장서주길 바란다. 산업 진흥이 왜 필요한지, 무엇 때문에 중소게임사들이 하나 둘 없어지고 있는지를 알아야하지 않겠냐. 산업 이해도가 높은 분이 게임산업진흥원 설립에 참여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형 게임사를 제외하고 중소 게임사들이 숨을 헐떡이는 상황에 호흡기를 붙이는 모양새다. 그러나 게임 전문 정부 부서가 다시 탄생할 수 있다는 소식은 반갑다”며 “국내 게임사가 해외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노력 해야한다. 중국 판호(서비스 허가권) 때문에 힘들다. 이는 사드 배치 전부터 있었던 일이지만 아직도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과거 정부의 진흥 정책을 복습 하지 말고, 실제 시장 변화를 예측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조직을 꾸려주길 바란다”, “기업과 정부가 서로 협업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으로 부활해야한다”, “게임산업진흥원은 이름처럼 진흥에만 관심을 기울이길” “자금만 지원해주는 게 전부는 아니다” 등의 의견도 있었다.

■ 게임산업진흥원은?

게임산업진흥원은 지난 1999년 게임종합지원센터로 출발했다. 이후 2001년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을 거쳐 2007년에 비로서 게임산업진흥원 형태를 띄었다.

하지만 게임산업진흥원은 2009년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 흡수 통합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당시 게임 업계에선 정부 유일의 게임 전문 창구가 없어진다는 점에 우려를 표명했지만 거센 바람을 꺾지 못했다.

업계에선 게임산업진흥원의 역할을 해온 한콘진과 문체부에 산업 진흥을 꾸준히 요구했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정치권의 산업 옥죄기가 시작되면서 셧다운제, 온라인 게임 및 보드 게임 결제 한도법이 탄생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게임 사업 발전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규제로 셧다운제(2011년 11월 시행)가 꼽힌다.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의 온라인 게임 시간을 통제하는 게 목적이다. 셧다운제는 문체부와 여가부가 각각 선택적, 강제적인 방식으로 중복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셧다운제는 각 게임사에게 주민번호 관리에 부담을 지울 뿐 아니라 신규 PC 게임사들의 시장 진입을 막고 있다는 혹평을 받았다. 청소년이 신규 게임사의 서비스 시스템에 가입하기 위해선 부모 동의 등을 거쳐야해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셧다운제 시행 이후 국내 게임업체는 2009년 3만개에서 2014년 1만4천개로 5년 새 절반 이상 줄었다. 이 때문에 게임사 규모에 따라 셧다운제 적용 방식을 다르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힘을 받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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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제는 자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글로벌 게임 서비스 플랫폼 등에선 셧다운제 가 유명무실해서다. 셧다운제가 국내 게임 산업을 옥죄는 악법이란 평가가 나온 이유다.

더불어 업계에선 확률형 아이템을 자율 규제하고 있지만 강제로 이를 규제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업계는 자정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