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증강현실(AR)게임 '포켓몬고'가 지난해 미국의 대통령선거 개입 창구 중 하나였다는 소식이 나왔다. 게임이 기술적으로 해킹됐다는 얘기는 아니다.
올초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대선 기간 러시아 해커들이 활동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6월에는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21개주가 그 활동 표적이었음을 알렸다. 지난달(9월)에는 실제 공격 시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활동은 선거결과 조작이라기보다는 정보를 훔치거나 악성코드를 심는 사례들이었다. [☞관련기사]
러시아 정부 지원을 받는 조직의 미국 대선 개입 활동은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등 인터넷사업자의 서비스를 창구로 삼기도 했다. 미국 씨넷은 12일(현지시간) CNN 단독보도를 인용해, 지난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고 게임도 그런 창구 역할을 한 서비스였다고 전했다. [☞원문보기]
러시아 측의 미국 대선 개입 유형 중 하나는 'Don't Shoot Us'라는 구호를 활용한 온라인 선동이었다. 이는 2년전 '마이클 브라운 총격 사건'에서 지적된 현지 경찰의 과잉대응에 반발해 벌어진 시위의 구호였다.
마이클 브라운은 2014년 미국 퍼거슨 지역에서 현지 경찰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18세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의 이름이다. 그는 사망 당시 비무장 상태였고, 대학교에 가는 길이었으며, 전과 기록이 없는 신분이었다.
경찰은 그가 편의점 종업원을 밀치고 나간 CCTV를 공개하며 그를 편의점 강도 용의자로 몰아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린 브라운을 경찰이 쫓아가 쐈다'는 목격자 진술과 상충하는 내용이라 경찰의 과잉대응 문제가 제기됐다. 이후 미국 연방 법무부는 지역 경찰을 조사한 보고서를 통해 흑인 시민을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 관행이 있었음을 지적했다.
미국 씨넷에 따르면 러시아는 페이스북, 트위터같은 소셜미디어를 동원해, 관련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던 미국에서 인종간의 긴장(racial tensions)을 악용하려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소셜미디어뿐아니라 포켓몬고까지 동원하려한 정황이 파악됐다는 게 CNN 보도 내용이다. [☞원문보기]
CNN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포켓몬고 게임 이용자 대상 콘테스트가 한 텀블러(Tumblr) 웹페이지를 통해 발표됐다. 콘테스트는 경찰의 폭력행위 사건 발생 장소를 방문하도록 독려하고, 과거 경찰에게 피격당한 사람들의 이름을 포켓몬에게 붙여 주라는 내용이었다. 콘테스트는 참여자에게 아마존 기프트카드를 보상으로 제안했다.
CNN 측은 이런 인종간의 긴장을 고조시키려 한 포켓몬고 콘테스트같은 캠페인이 목적을 달성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평했다. 하지만 해당 지역 인근 거주자를 흥분케하고 경찰의 폭력행위 문제를 상기시키긴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켓몬고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하는 나이언틱은 자사 게임 자체가 해킹을 당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포켓몬고는 'Don't Shoot Us' 캠페인에 사용된 몇몇 인기서비스 중 하나다. 동일한 그룹의 계정 이름이 유튜브, 텀블러,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 등록돼 있었다. 이는 분열을 조장하는 온라인 콘텐츠를 홍보하는 러시아 연관 계정이 사용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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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 지역의 주요 업체들이 연방정부의 선거관련 조사 압력을 받고 있다. 오는 11월 1일 소셜미디어를 사용해 선거 개입을 시도한 외국인 관련 청문회에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측 증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의회는 이달초 페이스북으로부터 러시아 연관 계정에서 집행된 광고 3천건의 목록을 넘겨받았다.
지난달 트위터는 페이스북광고를 구매한 러시아계정과 동일한 것으로 보이는 201개 계정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구글은 내부 조사를 진행중이며 러시아인들이 유튜브, G메일, 구글검색 광고에 수만달러를 쓴 점을 발견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