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수익배분 도매대가' 협상 난항

국정위 제시 10% 인하안 놓고 방법론 갈등

방송/통신입력 :2017/09/28 16:05    수정: 2017/09/28 16:09

SK텔레콤과 알뜰폰의 도매대가 협의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장기화되고 있다.

당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달 말까지 도매제공 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과 알뜰폰 도매대가 협의를 마친다는 계획이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도매대가는 알뜰폰 업계와 SK텔레콤이 협상해야 하지만 협상력이 낮은 알뜰폰 업계를 대신해 정부가 협의에 나서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알뜰폰 도매대가 산정에서 ‘종량 도매대가’는 합의에 이른 반면, ‘수익배분 도매대가’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최종 도매대가 산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종량 도매대가는 음성이 분당 35.37원에서 30.2원으로 14.6%, 데이터는 6.6원에서 5.4원으로 18.6% 인하됐으며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종량 도매대가에서 음성은 지난 5년 동안 65.9원에서 30.2원으로 연평균 16.9%, 데이터는 141.9원에서 5.4원으로 연평균 92.3%가 낮아졌다.

■ 수익배분 도매대가 협상 난항

하지만 4G LTE 도매대가(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위해 2015년 만들어진 수익배분 도매대가를 놓고서는 양측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수익배분 도매대가는 크게 요금제에 따른 ‘수익배분비율’과 기본료에 따라 지불하는 ‘월정액’ 두 가지로 나뉜다.

수익배분비율은 지난해 SK텔레콤과 알뜰폰 업계가 3만원 이하 요금제에서는 45대 55에서 40대 60으로, 4만원대는 50대 50에서 45대 55로, 5만원 이상 요금제는 55대 45에서 50대 50으로 조정했다. 각각 알뜰폰 몫을 5%p 인상한 것이다.

월정액도 3만원 미만 요금제의 경우 5천300원에서 3천원으로 44% 인하됐다. 알뜰폰의 특성상 저가요금제 이용자가 많은 만큼 4만원대와 5만원 이상 요금제의 월정액보다 3만원 미만 요금제의 월정액을 크게 낮춘 것이다. 현재 4만원대와 5만원 이상 요금제의 월정액은 각각 4천원과 5천원이다.

하지만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도매대가 수익배분 도매대가 비율을 10% 인하하겠다고 구체적 수치를 언급하면서 협상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수익배분 도매대가에서 배분비율을 10%를 낮추는 것보다 월정액 10%를 낮추는 것이 유리한 만큼 월정액 인하를 주장하고 있고, 반대로 알뜰폰 업계에서는 배분비율 조정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정기획위가 기본료 폐지 추진이나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조정 등 민간 기업의 소매요금제에까지 직접 개입한데 이어, 도매대가까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에 대한 반감도 작용하고 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든 소매와 도매규제를 동시에 하는 경우는 없다는 게 통신사들의 주장이다.

■ 도매대가 장기적 관점 접근 지적

또 지난 5년간 종량 도매대가 연평균 인하율이 음성 16.9%, 데이터는 92.3%에 이를 정도로 커 이 추세대로라면 향후 외국통신사가 국내에서 알뜰폰 사업을 할 경우 자칫 중소 사업자를 위한 정책이 외국통신사에게 국내 시장을 내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중소사업자와 달리 CJ헬로비전을 비롯해 SK텔링크, KT M모바일, 미디어로그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포함돼 있어 이들 사업자에 대한 도매대가 정책에도 차별을 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를 위해 정부가 대신 협상에 나서고 있는데 정작 수혜는 대기업들이 입고, 알뜰폰 업계가 이들 사업자들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내년 초 도입키로 한 보편요금제 역시 도매대가 협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알뜰폰이 가격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도매대가를 최대한 낮춰야 하는데 통신사에게 소매요금도 낮추고 도매대가도 낮추라는 이중 요구가 되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선택약정할인율 25% 인상에 이어, 저소득층 지원, 보편요금제, 공공와이파이 개방 등 소매규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도매규제까지 정부가 강제하는 상황”이라면서 “국내 통신사가 해외에 나가 MVNO 사업을 하려면 통신사와 협상을 해야 하는데 국내 규제 환경은 너무 다르다”고 토로했다.

황성욱 알뜰통신사업자협회 부회장은 “9월 중에는 도매대가 협상을 끝낸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었는데 수익배분 도매대가 합의가 안 되면서 늦춰진 상태”라며 “중소사업자들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추석 전에는 협의가 마무리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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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양측 입장을 듣고 있지만 의견 차이가 커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도매대가 결정이 조금 늦더라도 계약 시점이 지난 부분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을 하면 되고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 짓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업계에서는 추석 연휴 이후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어 9월말 극적 타결을 기대하면서, 알뜰폰 도매대가 협상이 쟁점이 되고 있는 ‘수익배분비율’과 ‘월정액’을 더해 10%를 인하하는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