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어떻게 인공지능(AI)을 콘텐츠 추천에 활용하게 된 것일까? 서비스 준비 과정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기획팀에게 직접 들어볼 기회가 생겼다.
네이버는 AI 기반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 '디스코'의 출시 100일 기념 행사를 9일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디스코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이용자 100명을 초청해 디스코 서비스의 기획 의도와 적용된 AI 기반 추천 기술을 설명하고, 디스코팀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뷰 시간 등의 시간을 가졌다.
■"육아 정보 얻는 주부 참고해 서비스 구상…일 2만명 사용"
이날 행사에서 네이버 김동회 디스코 리더는 디스코 서비스의 고안 과정과 주요 내용, 이용 현황에 대해 소개했다.
김동회 리더는 "관심사에 부합하는 정보를 추천해주는 여러 서비스를 써왔지만 만족스러운 게 없었다"며 "평소 사람들이 알고 싶은 정보를 어떻게 얻고 있는지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디스코 기획 과정을 소개했다.
김 리더가 주목한 건 주부들의 육아 정보 공유 과정이었다. 배우자가 육아 정보를 얻기 위해 관심사가 비슷한 주부들과 어울리며 소통하는 과정에서 원하는 정보를 획득하는 모습이 큰 참고가 됐다는 설명이다. 이와 유사하게 취향이 맞는 이용자를 서로 연결해주는 모델을 떠올렸다.
이후에는 추천이 정밀해지기 위해 어떤 것을 강화해야 하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과거 이용했던 유사한 성격의 서비스에서 어떤 점이 불만족스러웠는지 살펴보고, 이런 불만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냈다. 결과적으로 현재 자사 뉴스 페이지, 동영상 서비스 '네이버TV' 등에 반영돼 있는 AI 기반 추천 시스템 '에어스'가 도입됐다.
이어 에어스 소개를 맡은 네이버 김창봉 에어스 매니저는 "협력 필터 모델(CF), DTT(Deep Topic Tagger) 등 여러 추천 모델을 섞어 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각 사용자에 쌓이는 로그를 모아 분석해 취향을 파악하는 CF로 인기 있는 콘텐츠를 추천하고, 신규 콘텐츠 추천을 위해 해당 콘텐츠의 주제를 자동 파악하는 DTT를 사용한다는 설명이다. 콘텐츠를 DTT로 분석하면 문서 추천에 효과적인 컨볼루션 신경망이라는 필터를 사용, 해당 콘텐츠에 관심을 가질 만한 사용자에게 추천하게 된다.
김창봉 매니저는 "서비스 준비 과정에서 이용자 로그 없이 추천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매우 힘들게 느껴졌다"며 "디스코를 출시하고 사용자가 증가하면서 이용 로그도 쌓여감에 따라 이전엔 시도하지 못했던 새로운 추천 모델도 준비하고 있다"며 디스코 이용자에 감사를 표했다.
디스코는 현재 20대, 30대가 각각 25%, 27%를 이용자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앱 다운로드 수는 38만7천, 일 평균 이용자 수는 2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수익모델·앱 내 번역 기능 준비중"
서비스 소개 이후에는 기획팀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가 진행됐다. 인터뷰 질문은 이용자들이 신청한 질문들이 포함됐다.
네이버 김동회 디스코 리더는 서비스 구상 과정을 묻는 질문에 "사내에선 한 프로젝트에 대해 분기마다 평가를 진행하고, 서비스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면 프로젝트가 무산된다"며 "디스코의 경우 프로젝트 이름만 4번이 바뀌면서 서비스 형상도 많이 변화했다"고 답했다.
김동회 리더에 따르면 디스코팀은 10명 내외의 인원으로 시작해 현재 30명 정도로 인원이 늘어났다. 최근에 출시한 웹 버전을 가다듬기 위해서라도 팀 규모를 계속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디스코의 경쟁자를 묻는 질문에서는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네이버 강상욱 디스코 개발자는 과거 나이키가 주요 소비층인 청소년의 운동 시간을 뺏는다는 이유로 닌텐도를 경쟁자로 지목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같은 이유로, 디스코의 경쟁자는 나이키와 닌텐도라며 위트 있는 답변을 내놨다.
디스코는 수익 모델도 준비중이다. 김동회 리더는 콘텐츠 소비자·생산자에 대한 이익 제공 여부를 묻는 질문에 "플랫폼 내 소비자와 생산자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가장 고민하고 있는 포인트"라며 "현재 콘텐츠 생산자에 대한 수익 모델을 준비하고 있고, 4분기 내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외국어 정보 추천 계획에 대해 네이버 김지혜 디스코 기획자는 "수요를 고려해 외국어 문서를 앱 내에서 자동으로 번역해주는 기능을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디스코는 최소 일주일마다 업데이트 버전을 배포하는 등 이용자와의 활발한 피드백을 이어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스타트업처럼 일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이용자의 질문도 등장했다.
김동회 디스코 리더는 "능력과 시간이 더 확보된 상황에서 서비스를 충분히 완성된 상태로 내놓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용자의 후기를 보면서 서비스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이용자 피드백에 맞춰 서비스 형상을 바꿔가면서 최대한 함께 가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AI가 콘텐츠를 추천하는 디스코의 10년 뒤 모습은 어떠할까. 디스코 기획팀의 답변은 대부분 비슷했다. 이용자의 관심사를 완벽히 파악해 계절이나 하루 시간대에 맞는 콘텐츠를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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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정세진 기술 리더는 "사람의 행동 패턴에 맞게 아침에 일어나면 관심 있을 기사를 제공하고, 퇴근할 땐 보다 가벼운 영상이나 재미있는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등 디스코가 하루종일 이용자의 생활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가 되었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김지혜 기획자도 "AI가 훨씬 발달한 10년 후엔, 가을에 개개인이 좋아할 만한 옷이나 메이크업을 자연스럽게 제공해주는 등 딱히 이용자가 찾아나서지 않아도 맞춤형 콘텐츠를 줄 수 있는 서비스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