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개발자, 정규직 전환 현실화 되나

고용부, 이달 중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로드맵' 발표

컴퓨팅입력 :2017/09/10 11:40    수정: 2017/09/10 11:41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전산개발운영 인력을 포함하는 문제를 놓고 SI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각 기관 판단에 맡긴다”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일부 기관의 개발자 직접 채용은 피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8일 고용부와 SI업계에 따르면, 800여 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정규직 실태조사에서 일부 기관이 전산 시스템 개발과 운영 인력을 포함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는 이달 안에 800여 개 기관의 비정규직 근무자 중 총 몇 명을 전환할 것인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담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실태조사는 로드맵에 정규직 전환 규모를 산정하기 위해 실시한 것으로, 각 기관에 전환 대상 비정규직의 규모와 평균 연봉 정보 등을 고용부에 제출했다.

공공기관이 SW인력을 직접 채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SI업체들은 그간 민간 업체에 맡겼던 전산 업무를 공공기관 내부에서 소화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공공SW 사업발주가 줄어들고 중소중견 SI업체들이 고사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SI 업체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IT서비스산업협회는 고용부, 일자리위원회, 과기정통부에 이번 정규직 전환으로 예상되는 중소SI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고용부 "각 기관이 판단할 문제"

하지만 주무 부처인 고용부의 입장은 SI 업체들의 반대 의견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쪽에 가깝다.

고용부가 각 기관에 제시한 가이드라인에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는 정규직 전환 예외 사유에 해당하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는 기관이 판단한다'고 되어 있다.

SI업계는 보다 구체적으로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 ‘SW 개발 및 유지보수’ 업무를 명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고용부는 직군을 특정할 경우 다른 산업에서 반발이 클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부정적이다. 즉 개발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할지 말지는 기관의 필요에 따라 정하는 게 맞다는 게 고용부의 입장이다.

고용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업무 담당자는 “기본적으로 전환 결정은 해당 기관에서 하기 때문에 고용부가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를 획일적으로 정할 수가 없다”며 “고용부는 이 정도의 가이드라인 만들고 기관이 필요성을 제일 잘 알기 때문에 알아서 결정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용부 "SI업체와 근로자 입장 상반되는데 단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워..."

고용부는 또 실제 일부 기관에서 개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 채용할 경우, 업체들이 주장하는 만큼 영향이 클지 의문이며, 전산직 근로자 노조 입장은 업체들과 차이가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또 다른 고용부 담당자는 "아직 실태조사 결과를 정리하고 있는 중에 있어 얼마나 많은 기관이 전산 개발운영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길 희망하는지 알 수 없다"면서도 "모든 기관이 전산개발운영 인력을 100% 전환시킨다면 산업계가 문을 닫을 정도로 영향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런 결과가 나올리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공SW시장에서 SI업체들의 문제점이 적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담당자는 “예를들어 고급기술자로 한 사람 당 300만원을 준다고 해놓고 실제 초급개발자를 고용해 150만 주고 나머지는 회사가 챙기는 일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산직 노조에선 인력장사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등 IT업계 내에서도 의견이 상충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만 있을 것이라고) 단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부 기관 개발자 직접 채용 현실화 될 듯

SI업체들은 산업 소관 부처인 과기정통부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도 고용부에 업계 목소리를 전달하는 일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게 사실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고용부와 일자리위원회에 업종의 전문성과 특수성이 있다는 점을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SI업계는 기관장 평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숫자 채우기 식으로 전환이 이뤄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런식으로 진행될 경우 SI업계나 SW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업계도 지나치게 긴장하지 말고 정부의 고용안정 정책 취지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업계도 SW종사자들의 고용안전 문제와 파견 인력 운용과 관련해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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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가 SI업체들의 주장에 공감하지 않으면서 실제 일부 기관의 개발자 직접 채용은 피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고용부 담당자는 유지보수관련 인력에 대해선 일부 전환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고용부 담당자는 “유지보수 인력 중엔 실제 공공기관에서 10년이상 근무하면서 업체 소속만 바뀌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사람들까지 IT업계가 전환을 안 시키겠다고 주장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