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계획에 IT 개발 및 운영 근로자들이 포함될 가능성이 엿보이자, 벌써부터 찬반 논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은 그간 민간이 수행해 온 IT구축 및 SW 유지보수 사업이 줄어 들 것을 우려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 이같은 정책이 실행될 경우 강력하게 항의할 태세다.(☞관련기사)
반면, 공공기관에 IT 전문가가 없었기 때문에 공공 웹사이트 품질이 떨어지는 등 문제가 컸다는 점을 들어 찬성 입장을 보이는 IT업계 종사자도 많다.
고용노동부는 이달 중 공공기관 852곳에 대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 로드맵에 실제 전산 업무관련 파견·용역 근로자가 포함될 경우 논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 SI업체 “경영악화→채용 감소로 이어질 것”
그동안 외주로 맡겨온 전산시스템 개발 및 관리·유지보수 업무를 공공기관이 내부 개발자를 통해 소화하면, 일감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SI업체들은 보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직접 고용할 수 있는 개발자에 한계가 있는 만큼, 신규 전산시스템 개발 사업은 큰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관리·유지보수 사업은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 공공기관이 정규직 개발자 채용에 관심을 가지는 부문도 전산시스템 관리 및 유지보수 쪽이다.
한 SI업체 관계자는 “고용부 실태조사기간에 일부 공공기관이 SI업체로 개발자들 연봉을 문의한 경우가 있었는데 관리·유지보수 관련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개발자를 직접 고용할 경우 시스템관리(SM) 사업은 사실상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그나마 SM 사업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었는데 수익은 적고 리스크는 큰 SI사업만 남게 되면 공공시장에서 손 떼는 사업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SI업체들은 또 일감 감소로 경영이 악화되면 민간 부분의 채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일자리 만들기 정책이 아니라 일자리 줄이기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SI업체에 일감이 줄어들면 경영악화로 구조조정이나 폐업하는 업체도 나올 수 있다”고 주장하며 “오히려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이 관계자는 또 “정규직 전환이 기관 평가로 이어지다 보니까 이미 SI기업에서 고용한 정규직인 직원을 공공기관의 정규직으로 탈바꿈시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 공공기관 웹사이트 품질 떨어지는 이유…"IT전문가 없어서"
반면, 개발자 커뮤니티와 페이스북 등 SNS 상에는 “공공기관이 직접 개발자를 채용해 IT전문성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공공기관 공무원들은 IT사업에서 단순 행정관리자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사실이다. 공공SW사업에서 ‘발주자 역량 부족’은 오랫동안 지적되 온 문제다.
반면, 미국에선 연방정부, 주정부는 물론 카운티 단위에서도 SW 엔지니어를 직접 고용하고 있다. 전문직 공무원들이 IT사업을 총괄하고 결과물의 품질도 관리한다.
한 IT업계 종사자는 “한국 공무원들은 순환보직이라 전문성을 쌓기 어려운 구조”라며 “공공기관에도 IT전문가가 있어야 발주역량도 높아지고 외주 업체에 요구하는 품질 수준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 부분의 SW개발 사업이 행정업무 사이클에 맞춰 진행돼 품질을 보장할 만큼 충분한 개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여러차례 문제로 지적돼 왔다. 모두 공공기관이 IT에 대한 이해가 낮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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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IT업계 종사자는 “공공SW사업은 8월~9월에 본격 개발을 시작해 11월에 오픈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발주, 계약, 기획을 거치면서 개발 시작은 늦어지지만 공무원들의 인사고과 시즌인 12월 전엔 결과물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행정 사이클에 맞춰 개발을 진행하려다 보니 개발이 엉망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는 또 평가해서 “정규직 개발자가 있다면 발주선정기간 4,5개월을 벌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런 환경에서 품질을 얘기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SW품질은 주인의식과 비례하기 때문에 공공기관 내 IT전문가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