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크롱카이트는 1952년 미국 대통령선거 전당대회 뉴스 진행을 맡아 뛰어난 역량을 보여줬다. 당시 CBS 뉴스 연출자는 이런 크롱카이트를 ‘앵커(anchor)’라고 불렀다.
메인 뉴스 진행자는 배를 제자리에 정박시키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의미를 담은 말이었다.
지금은 뉴스 진행자와 동의어로 쓰이고 있는 ‘앵커’란 용어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크롱카이트가 방송 저널리즘에 끼친 영향은 앵커의 탄생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이전까지 라디오가 주도했던 뉴스 플랫폼 역할을 TV로 옮겨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 때 이후 지금까지 TV는 미국 성인들의 주된 뉴스 매체로 굳건한 지위를 누려 왔다. 인터넷 때문에 종이신문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도 TV는 변함 없이 최고 뉴스 플랫폼 역할을 꾸준히 감당해 왔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인터넷과의 점유율 격차가 사상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줄어든 것. 조만간 뉴스 시장에서도 TV와 인터넷의’골든 크로스’가 일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 얘길 해보자.
■ TV와 인터넷 뉴스 습득 비율 차이 7%P까지 줄어
미국 대표 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는 7일(현지시간)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한 뉴스 이용(News use across social media platforms 2017)’이란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표했다. 핵심은 미국인 67%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습득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서 더 흥미로운 내용은 따로 있다. 텔레비전 뉴스와 인터넷뉴스 습득 비율 간의 격차가 꾸준히 줄어들면서 역전 가능한 범위까지 좁혀졌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들 중 TV로 뉴스를 접한다는 비중은 50%였다. 반면 인터넷으로 뉴스를 본다고 응답한 사람은 43%에 달했다. 둘 간의 격차는 7%P까지 줄어들었다.
미디어 전문 사이트 미디엄에 따르면 TV와 인터넷 뉴스 습득 비율은 지난 해 초까지만 해도 19%P 차이가 났다. 불과 1년 6개월 여 만에 12%P나 줄어든 셈이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50세 이상 계층에서도 TV로 뉴스보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퓨리서치센터 자료에 따르면 50~64세 연령층은 2016년 TV 뉴스 습득 비중이 72%에 달했다. 하지만 이 비중은 이번 조사에선 64%까지 떨어졌다.
30~49세 연령층 역시 49%에서 35%로 크게 줄어들었다.
29세 이하 세대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TV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보는 비중이 훨씬 높았다. 따라서 이번 조사에선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미 두 플랫폼 간의 역전이 완성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조사만으로 50년을 이어온 TV 뉴스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진단하는 건 다소 성급할 수도 있다. 하지만 30대 이상, 특히 50대 이상 연령층 대의 TV 뉴스 이용 비율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는 건 예사롭게 볼 일은 아닌 것 같다.
■ "그게 세상 돌아가는 이치입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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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뉴스 시대를 열었던 월터 크롱카이트는 멋진 클로징 멘트로 뉴스를 끝냈다. ‘TV 앵커 시대의 제왕’ 크롱카이트의 그 말은 어쩌면 뉴스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묘사하는 데도 적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That’s the way it is.” (그게 세상 돌아가는 이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