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의 블록체인 사업이 힘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블록체인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힌 후, 단 4개월만에 금융, 물류, 제조 분야에서 굵직한 성과를 냈다.
블록체인은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동일한 파일을 암호화해 나눠 가지고 있는 일종의 디지털 분산원장이다. 따라서 신뢰를 담보해 주는 중앙 기관이 없어도 참여자 간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를 검증하고 투명성과 보안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
삼성SDS는 지난 2년간 연구개발(R&D)을 통해 블록체인의 기존 장점을 살리면서 기업 비즈니스 활동에 특화된 기능을 추가한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넥스레저’을 확보했다. 블록체인 기술이 보안, 인증은 물론 기업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디지털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회사는 “블록체인이 기존 산업이 가지고 있는 업(業)의 본질을 바꿀 수 있는 파괴력 있는 기술”이라는 점을 알리고 향후 유통, 공공을 포함해 모든 영역으로 블록체인 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금융, 물류 제조에 블록체인 레퍼런스 만든 삼성SDS
삼성SDS는 지난해 10월부터 삼성카드와 컨설팅을 진행해, 올해 초 삼성카드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양사는 먼저 카드회원 신청서를 전자문서로 전환할 때 위변조가 없는지 확인하는 전자문서원본확인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다. 또 삼성카드와 제휴사 간 통합 로그인 및 통합 포인트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도 블록체인을 적용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상용화해 전통 금융사에 적용한 사례는 세계에서도 드물다. 이런 이유로, 지난 6월 덴마크에서 열린 유럽 최대 핀테크 컨퍼런스 머니20/20 유럽 행사에 홍원표 삼성SDS 솔루션사업부문 사장이 기조 연설자로 초정받기도 했다.
물류 분야에선 관세청, 해양수산부 등 정부기관과 현대상선, 고려해운 등 물류 업체들이 참여한 컨소시엄을 만들어 성과를 냈다.
삼성SDS는 컨소시엄 발족을 주도하고, 6월 시범사업에 착수해 올해 말까지 수출입 품목을 대상으로 해운 물류 과정 전반에 블록체인을 적용한다는 협의를 이끌었다.
블록체인이 물류에 적용되면 제품 생산부터 최종 소비까지 생산, 가공, 보관, 운송 이력이 투명하게 관리돼, 유통 과정에서 원산지조작, 제조유통기간 변경, 허위광고가 어려워진다. 또 사물인터넷(IoT)를 이용해 화물 위치를 블록체인에 등록하면, 물류의 가시성과 화율성을 높일 수 있다.
삼성SDS는 계열사인 삼성SDI가 전자계약시스템에 넥스레저를 적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제조 분야 레퍼런스까지 확보했다.
삼성SDI는 넥스레저를 도입해 다양한 해외 파트너를 통해 물품을 조달하고 완성품을 납품할 때 오가는 계약 문서를 관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문서 위변조를 방지하고 계약 시스템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SDS는 “블록체인이 제조업에 적용된 것은 이번 사례가 처음”이라는 점에 고무돼 있다. 사실, 제조업의 핵심이 제조 공정에 블록체인이 도입된 것은 아니지만,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파트너와 거래장부에 적용된 것만으로 보수적인 제조산업에서 가능성을 봤다는 설명이다.
■전 산업 영역에 블록체인 확대 목표
삼성SDS 앞으로 넥스레저를 통해 금융, 물류, 제조뿐 아니라 유통, 공공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블록체인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삼성SDS 송광우 DLT 사업그룹 상무는 블록체인이 각광받는 이유에 대해 “모든 가치있는 자산을 디지털화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IoT영역에서 사물의 관리와 연결에도 블록체인이 역할을 할 수 있고, 제조업은 설계도면을 디지털화해 혁신할 수 있다. 물류도 글로벌 업무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상당히 많은 사용사례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기본적으로 보안성을 포기하지 않고, 모든 산업의 디지털화, 탈 중앙집권화(개방성)를 가져 올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이런 점을 활용하면 기존 산업에서 생각지 못한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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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S의 넥스레저는 기존 블록체인 기술로 구현이 힘들었던 실시간 대량 거래처리, 자동으로 안전하게 거래를 실행하는 스마트계약, 관리 모니터링 등의 기능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기업에서 실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려 할 때 걸림돌이 되는 가려운 부분을 해결한 것이다.
송 상무는 “삼성SDS는 기술만 보고 넥스레저의 아키텍처를 설계한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어떤 업무를 혁신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며 다양한 사용 사례에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플랫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