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세상에 나온 암호화 화폐 비트코인이 중대 기로에 섰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거래할 수 있었던 이 암호화 화폐를 둘러싼 비트코인 코어(초기 핵심 개발자), 채굴업체, 비트코인 거래소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면서 두 개 혹은 세 개로 쪼개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공통적인 고민에 빠진 것은 비트코인 거래가 이전과 비교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러한 기록을 담는 블록체인을 어떤 식으로든 업그레이드해야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현재 블록체인에 기록되는 블록은 10분 당 1MB 용량이 생성된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으로는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이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크게 2가지 방안이 제안됐다.
먼저 '세그윗(segregated witness)'이란 방법이다. 이는 블록체인을 운영하는 프로토콜을 업그레이드해 기존 블록체인 저장용량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블록 안에는 비트코인 거래내역과 이를 승인한 디지털서명 내역이 함께 저장되는데 이 중 디지털서명을 별도로 떼내 저장하는 방법으로 용량을 늘리겠다는 제안이다.
이러한 제안은 다시 UASF(BIP148)과 세그윗2x(BIP102)라는 방안으로 나눠진다. 세그윗 자체는 찬성하지만 방법론에서 갈리는 것이다.
문제는 두 가지 방안이 함께 진행될 경우 비트코인 거래기록을 담는 블록체인이 두 개로 나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점이다. BIP148은 세그윗을 지원하지 않는 블록을 거부하기 때문에 이를 지원하는 블록과 그렇지 않은 블록으로 나눠질 수 있다.
다행히 2주 전 세그윗2x 진영에서 먼저 세그윗을 실행하면서 8월1일 한국시간으로 오전 9시부터 실행된 BIP148로 인한 블록체인 분리는 일어나지 않았다.
두번째는 아예 세그윗을 진행하는 대신 아예 새로운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을 만들자는 제안이다. 중국 베이징 소재 거래소인 비아BTC(ViaBTC), OK코인와 같이 블록체인에 강력한 해싱파워(블록체인에 블록을 만들어 적용할 수 있는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는 채굴업체는 현재까지 비트코인 거래내역을 대체 비트코인인 '비트코인 캐시(BCC)'에 그대로 옮기자고 주장했다.
기존 블록체인을 일부 변경하는 것만으로는 여전히 한계가 있기 때문에 블록 저장용량을 8MB로 늘리자는 것이다. 이 방안은 8월1일 한국시간으로 밤 9시20분부터 도입되기 시작했다.
암호화 화폐 전문 웹진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8월1일 오후 6시14분(UTC), 한국시간으로는 8월2일 새벽 3시14분에 처음으로 비아BTC가 첫번째 BCC 블록을 생성했다. 블록 크기는 1.915MB이며, 6천985개 거래내역이 담겼다.
이후 4개 블록이 추가로 생성됐다. 현재 BCC는 크라켄, 더록트레이딩, OK코인 등과 함께 국내 거래소 중에서는 빗썸이 거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으며, 코빗, 코인원 등은 아직 BCC가 불안정하다고 판단해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세그윗2x는 세그윗과 BCC 진영 사이 절충안으로 지난 5월 처음 제안돼 7월21일 활성화됐다. 세그윗을 진행하면서 오는 11월까지 비트코인 블록사이즈도 2MB로 키우자는 것이다. 이 과정이 마무리되면 기존 비트코인이 사용하던 블록체인, BCC에서 활용하려는 새로운 블록체인과 또 다른 블록체인이 만들어지게 된다.
과거에도 블록체인 용량을 늘리기 위해 비트코인XT, 비트코인 클래식, 비트코인 언리미티드 등과 같은 대체 비트코인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다수 참여자들의 동의를 받지 못해 흐지부지됐다. BCC도 이와 같은 길을 걸을지 아니면 이번에는 다를지는 두고 봐야하는 실정이다. BCC 진영은 BCC가 제대로 안착할 경우 비트코인 클래식, 비트코인 언리미티드 등 다른 대체 비트코인과는 호환성을 유지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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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용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비트코인 가격이 또 다시 급격한 변동성을 겪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또 다른 비트코인(BCC)이 등장하고, 새로운 블록체인을 만들자는 논의가 현실이 되기 시작하면서 혼란이 가중될 수 있는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