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과연 세계 금융기관이 끌어안을 수 있는 새로운 화폐로서 거듭날 수 있을까.
2009년 처음 세상에 등장한 암호화 화폐 비트코인은 오랫동안 저변을 확대해왔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금융기관에서 하나의 화폐로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여전히 미국, 유럽, 일본 등 각 나라마다 비트코인을 하나의 상품처럼 취급되는 자산으로 봐야할지 아니면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와 교환할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 화폐로서 봐야하는 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실정이다.
■"비트코인, 금융기관서 담보로서 가치 인정 받아야"
이런 가운데 글로벌 자산관리 기업이자 대형 투자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에서 글로벌 원자재 및 파생상품 담당 전략가인 프란시스코 블랜치가 낸 보고서가 주목된다.
그는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이 넘어야 할 결정적인 장애물은 주요 금융기관이 이 암호화 화폐를 담보(collateral)로서 인정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는 어떠한 주요 금융기관도 이를 담보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블랜치는 금융기관이 담보로 비트코인의 가치를 인정하고, 새로운 디지털 화폐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3가지를 고려해야한다고 설명한다.
■"변동성은 낮아졌으나 개인 지갑 해킹 등 여전히 불안"
먼저 안전성(safety)이다. 비트코인은 그동안 이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보고서는 "비트코인은 중앙집권적인 의사결정과정이나 권한이 부족한 탓에 화폐가 여러 개로 나눠지는 것과 같은 위험을 발생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킹, 계정도용, 사기 등의 문제도 해결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은 암호화 기술을 활용해 블록체인이라는 분산네트워크 기반 온라인 거래 장부에 거래내역을 기록하기 때문에 누구나 투명하게 비트코인을 주고 받은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며 내부 인프라의 보안성은 어느 정도 입증됐다.
문제가 되는 것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디지털지갑을 열 수 있는 비밀번호가 유출되거나 거래소를 노린 해킹 등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안전성과 관련돼 그동안 지적돼 왔던 것 중 하나는 화폐로 보기에는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너무 크다는 사실이다. 기존 유로, 엔화나 금과 비교해서도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폭은 너무 크고 불안정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도 보인다. 블랜치는 "지난해 비트코인은 세계에서 400년이나 유지된 은 보다 변동성이 낮은 적이 2번 있었다"고 밝혔다. 여전히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과거 보다는 변동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식-채권-전통화폐처럼 사용하기에는 시기상조
두번째로는 시장 유동성(liquidity)이다. 시장에서 얼마나 자주 많이 거래가 이뤄지는지를 나타내는 유동성 측면에서 비트코인은 여전히 주식, 채권, 전통화폐에 훨씬 못 미친다.
이에 대해 블랜치는 "최근 몇 년 새 치솟은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주요 디지털 통화의 거래량을 무시하기 어렵다"며 "2012년 이후 하루 평균 비트코인 거래량은 5배 늘어나 20억달러 가치에 달한다"고 전망했다.
다음으로는 투자회수(return)이다. 최근 비트코인이나 다른 디지털 통화에 관심이 집중된 이유는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현재 거래되고 있는 암호화 화폐 시장 규모는 올해 초 200억달러 수준에서 현재 900억달러 선을 넘어섰다.
비트코인은 올해에 두 배 이상 가격이 뛰었다. 그 사이 이더리움은 수 천 %나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중이다.
그러나 이 같은 가격상승이 영원히 지속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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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랜치는 "비트코인 가격이 치솟은 것은 점점 더 새로운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이는 양자컴퓨터의 출현이나 개발자들 사이에 보다 단순한 프로토콜을 채택하는 등 경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안전성, 유동성, 투자회수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비트코인이 어느 순간에는 금융권에 들어올 수 있으나 현재 시점에서는 앞서 지적됐던 문제들이 해결돼야하는 탓에 쉽지 않다고 당장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