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이 시장의 쓴맛을 봤다. 사상 처음으로 번호이동 시장에서 가입자가 줄어들었다.
1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 7월 전체 번호이동 건수는 66만7천187건(자사 번호이동 제외, 알뜰폰 포함)으로 올해 들어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상반기 월간 번호이동 건수는 평균 50만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증가세다. 전달인 6월에 비해서도 번호이동 건수는 13만6천건 가량 늘어났다.
통신 유통시장의 대표적 비수기인 한여름에 번호이동 건수가 크게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하지만 더 주목할 부분은 알뜰폰 가입자 이탈현상이다. 단위사업별 번호이동 통계가 시작된 이후 줄곧 승승장구해왔던 알뜰폰이 사상 처음으로 가입자 이탈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알뜰폰 MNP 가입자 이탈 들여다보니
알뜰폰은 지난달 9만3천269건의 번호이동 건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3만4천103건은 알뜰폰 회사들끼리 이동한 수치다.
이 수치를 제한 5만9천166명이 이통3사로부터 알뜰폰으로 유치한 가입자 수다.
알뜰폰이 유치한 번호이동 가입자를 보면 SK텔레콤에서 넘어온 이용자가 2만8천620명이다. 또 KT에서 1만8천270명, LG유플러스에서 1만2천366명을 유치했다.
알뜰폰이 이통 3사에서 5만9천166명의 가입자를 유치하면서 빼앗긴 가입자는 6만3천113명이다.
번호이동 단위사업별 통계 자료가 만들어진 뒤 처음으로 알뜰폰 가입자 3천947명이 이탈한 셈이다.
알뜰폰 업계는 SK텔레콤에 3만3천364명, KT에 1만5천590명, LG유플러스에 1만4천159명의 가입자를 빼앗겼다. 알뜰폰이 가입자 유치 방어 시장에서 KT에는 가입자를 빼앗아왔지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가입자를 내준 셈이다.
■ 알뜰폰은 왜 코너에 몰렸나
알뜰폰이 번호이동 시장에서 고전한 건 최근 벌어진 유통 시장의 움직임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통사의 리베이트(판매 장려금) 정책이 한동안 알뜰폰을 겨냥했던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며 “알뜰폰 가입자를 유치해올 때 더 많은 리베이트를 받았기 때문에 알뜰폰을 겨냥한 영업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알뜰폰 가입자를 겨냥한 판매 장려금 정책은 중저가 스마트폰의 잇단 출시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저가 단말을 구입할 때 매달 내는 할부금을 고려하면, 알뜰폰 가입자와 중저가 스마트폰의 잠재 고객 층이 겹친다는 것이다.
정책적인 측면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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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국정기획위 발표 이후에 이제 와서 LTE 도매대가 재산정 작업을 하고 있지만, 현행 도매대가로는 알뜰폰이 이통사와 싸울 수 있는 LTE 요금제를 만들기 어렵다”며 “3G 가입자로 몸집을 불려왔지만, 시장에서 최소 경쟁력은 LTE 상품에서 나와야 하는데 LTE 요금제 경쟁력이 부족한 것들이 누적되면서 번호이동 가입자 이탈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우체국 알뜰폰 수탁 판매 이후 양적인 성장을 거뒀고 후불 가입자를 보다 많이 유치하는 질적인 성장도 이뤘지만 약정 기간이 끝나는 시점이 돌아오면서 가입자 이탈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약정 기간 종료 가입자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텐데 그 기간 동안 알뜰폰을 한번 쓰고 마는 서비스로 여기게 되고 계속 유지할만한 상품으로 여길만한 정책 뒷받침이 있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