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캐비닛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전직 청와대 행정관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지시를 받아 문건을 작성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그는 우 전 수석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 따로 지시한 사실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영상 전 행정관은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의 44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문건을 작성한 경위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검사 출신인 이 전 행정관은 지난 2014년 7월부터 약 2개월 간 우 전 수석의 지시를 받고 이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승계 관련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4년 6월부터 지난해 1월, 우 전 수석이 민정비서관으로 근무할 당시, 비서관실에 선임행정관으로 파견돼 근무한 뒤 대검찰청으로 복귀했다.
지난 14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캐비닛에서 발견된 보고서는 ▲국민연금 찬반 동향을 다룬 기사가 스크랩된 '국민연금의결권 관련 조사' 제목의 문건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 지침 ▲직접 펜으로 쓴 메모의 원본 ▲또 다른 메모의 복사본 ▲청와대 업무용 메일을 출력한 문건 등 총 300여 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특검은 보고서 중 일부를 증거로 제시하며 이 씨에게 "우 전 민정수석으로부터 삼성에 대해 검토해보라는 지시를 받았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이 전 행정관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 전 행정관은 "선임 행정관으로 근무한지 얼마 되지 않아 우 전 민정수석(당시 민정비서관)으로부터 삼성에 대해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우 전 수석은 '삼성이 흔들리는 것은 국가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 차원에서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도와주자'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와병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현안으로 거론되던 상황이었다"라며 "승계를 위주로 삼성 현안을 파악해 보고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전 행정관은 "우 전 수석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선 알아보라고 지시한 사실은 없다"면서 "삼성만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나 규제 완화를 검토한 사실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특검이 공개한 이 전 행정관의 메모엔 ▲‘경영권 승계 국면,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 기회로 활용’ ▲‘삼성의 당면 과제, 이재용 체제 안착’ 등의 내용이 기록돼 있다.
특검은 이 전 선임행정관의 증언을 토대로 "일례로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 주식의 의결권 행사 근거 및 원칙, 행사방법 등 구체적인 사항이 보고서에 검토돼 있다"면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삼성의 현안을 검토했다는 사실은 곧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의 현안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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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삼성 측 변호인단은 "이 전 행정관은 삼성 관련 현안을 파악해보라는 윗선의 지시를 받고 당시 언론에서 회자됐던 삼성의 경영권 승계 문제 위주로 보고서를 작성했을 뿐"이라며 "이는 청와대가 경영권 승계 문제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작성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청와대 캐비닛 문건 등을 포함해 특검이 제출한 문서 자료를 모두 증거로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