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IBM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클라우드 경쟁력 확대라는 목표 아래 영업 및 마케팅 조직을 대대적으로 손질하고 있다.
고객에게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SW)와 데이터,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을 보다 잘 전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조직을 변경 중이다.
MS는 영업인력들이 산업별 전문성을 갖춰 고객사를 지원할 수 있도록 주력해야 할 6개 산업군별로 직원들을 재배치했다. 주로 대형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 오라클은 고객사 한 곳에 오라클의 모든 제품을 상담할 수 있는 전담 인력을 한명만 남겼다. IBM은 IT서비스 사업을 담당하는 글로벌테크놀로지서비스(GTS)그룹을 인공지능(AI) 왓슨과 클라우드 컴퓨팅 그룹을 중심으로 개편하고 있다.
글로벌 IT기업들이 조직내 이런 변화를 가져오는 이유는 클라우드가 실제 회사의 성장을 주도하는 효자 제품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캐시카우 역할을 해오던 전통적인 제품들은 점차 매출이 하락하고 있는 반면 클라우드 영역은 큰 폭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MS는 회계연도 2017년 4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현재 클라우드가 연간 189억 달러의 매출을 발생시키는 비즈니스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2014년 MS 사티아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2018년까지 연간 클라우드 매출을 200억 달러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1년이나 남겨놓고 목표치의 94.5%를 달성했다.
오라클은 지난해 클라우드에서 총 46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60%성장한 수치다. 클라우드 부분은 전체 매출(379억 달러)에서 약 12%를 차지하는 비즈니스로 성장했다.
■ MS-오라클, 십년만에 가장 큰 조직개편 단행
MS는 지난 3일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영업 및 마케팅 조직 개편안을 공개했다. 산업별로 고객의 디지털변혁(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지원할 수 있게 조직을 새로 구성한 것이 이번 개편의 핵심 변화다.
지금까진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등 기업 고객의 규모로 세분화해 영업 팀을 운영해 왔지만, 이젠 6개 주력 산업군에 따라 영업 인력을 배치할 계획이다. 제조, 금융, 유통, 의료, 교육, 공공 6개 분야가 주요 산업군이다. 또, 기술에 대한 이해가 높은 기술전도사(DX) 그룹이 개발자 대상 메시지 전달뿐만 아니라, 고객사 지원으로 업무를 확대하게 했다.
이런 조직 개편 방향은 서버나 PC 제품보다보다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판매에 전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이 높다. MS의 대표 제품 윈도는 어느 기업이나 다 똑같이 사용하기 때문에 산업별 특성이 중요하지 않았지만, 클라우드가 주력 상품이 되면서 산업별 고객 요구를 더 잘 지원할 필요가 있어졌다.
한국 MS 관계자는 “단순히 고객들이 클라우드를 많이 쓰게 하자는 게 아니라 비즈니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할 수 있게 돕자는 것이 이번 조직 변화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오라클도 새 회계연도가 시작된 지난 6월을 전후해 영업조직의 구조를 크게 손봤다. 근 10년만에 가장 큰 조직 변화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오라클 역시 클라우드 판매 강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조직에 변화를 줬다. 대기업 고객의 경우 기업 한 곳 당 한 명의 담당자가 모든 영업을 전담하게 했다. 이전까지 데이터베이스(DB), 미들웨어, 하드웨어 등 오라클 제품 마다 영업 담당자가 다 달랐다. 이렇게 되면, 단일 창구를 통해 고객에 클라우드 전환을 유도하기 보다 쉬워진다.
중소중견 규모의 고객군은 ‘오라클 디지털’ 조직에서 담당한다. 이 조직에선 보다 적극적으로 클라우드 기반 상품을 제안하고 있다. 그동안 가격 문제로 오라클 제품을 사용하지 못했던 중소중견 기업도 클라우드 시장에선 주요 고객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오라클도 글로벌 조직 개편에 따라 조직을 정비했다. 오라클 디지털 조직은 100 명 이상규모로 꾸려 중소중견 기업을 통해 클라우드 비즈니스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오라클 관계자는 이런 변화에 대해 “글로벌 차원에서 고객의 요구를 반영해 이뤄진 조치”라며 “고객을 더 잘 지원할 수 있게 변경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직 변화에 따른 구조조정도..
조직을 정비하면서 일부 구조조정도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영업과 마케팅 조직 중심으로 꾸려진 글로벌 IT 기업의 한국 지사도 직격탄을 맞았다.
비즈니스의 무게 중심이 클라우드로 넘어가면서, 클라우드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갖춘 인력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반대로, 조직 체계가 완전히 바뀌면서 없어지는 자리도 있다.
MS는 이번 조직개편으로 인해 전세계 3천~4천 여명의 인력을 감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벌써 지난 7일 없어질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공식 통보를 했다. 또 일부 직원들에겐 해고가 아닌 다른 업무를 제안하기도 했다.
오라클은 조직개편으로 인해 구조조정이 발생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지만, 실제 인력 감축이 진행됐는지 확인되진 않았다. 다만, 더레이오프닷컴이라는 해고관련 전문 커뮤니티에는 "지난달 30일부로 진행된 오라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최근 해고를 통보 받았다"는 익명의 글(☞링크)과 댓글이 등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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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MS의 글로벌 조직 개편은 한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이번 구조조정의 후폭풍으로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는 지사 설립 29년만에 처음으로 노종조합이 설립됐다.
한 글로벌 IT 기업 임원은 “본사에서 클라우드를 우선에 두겠다고 선언한 것은 3년도 더 됐지만 이번 처럼 한국 로컬까지 대대적으로 조직을 바꾼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조직개편으로 인해 본사의 클라우드 우선 정책을 직원들이 몸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