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도 탈옥시킨다…해커 vs 제조사 '전쟁'

소비자 통제권 어디까지 보장하느냐가 관건

홈&모바일입력 :2017/07/12 08:16    수정: 2017/07/12 09:32

손경호 기자

세계 최대 드론 제조사인 중국 DJI와 '드론 탈옥'을 시도하는 해커들 간 공방전이 시작됐다.

펌웨어를 뚫어 그동안 안전을 이유로 막아놨던 모든 기능을 쓸 수 있게 하려는 해커들과 이를 막으려는 제조사 간 창과 방패 싸움이 벌이지는 중이다.

이 같은 싸움은 드론에 대한 소비자의 소유권 혹은 통제권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보장해야하느냐를 두고 제조사와 소비자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못하면서 불거졌다. 과거 아이폰 탈옥 논란 때와 같은 방식이다.

DJI는 안전과 보안을 위해 드론이 제한된 지역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며, 속도 및 고도 제한을 걸어놨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내가 산 드론을 내 맘대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주장한다.

제한구역-고도-속도까지 내 맘대로…드론 탈옥툴 보니

드론 조종사들 사이에 이 문제에 대한 불만이 쌓이면서 일부 해커들은 DJI에서 제조한 드론을 마음대로 쓸 수 있게 펌웨어를 조작할 수 있는 일명 드론 탈옥툴을 고안해내기 시작했다.

최근 주요 드론 커뮤니티에서 주목 받았던 곳은 콥터세이프라는 온라인 웹사이트이다. 이 사이트에서는 DJI가 개발한 드론이 비행제한구역에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게 하고 속도 제한도 없애며 그동안 제한됐던 120m 이하 고도를 넘어 500m 이상 고도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조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판매한다. 일종의 드론 해킹툴을 유료로 서비스하는 셈이다.

그동안 DJI는 드론비행금지구역을 말하는 '노플라이존(No Fly Zone, NFZ)'에 대해 까다로운 정책을 운영해왔다. 이 제조사는 각 나라별 GPS 기반 가상의 위치정보를 말하는 지오펜스(Geofence)를 활용해 접근이 금지된 공항, 군사시설, 기타제한지역 등에 드론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드론의 속도, 올라갈 수 있는 고도 역시 제한했다.

문제는 콥터세이프와 같은 기업이 이러한 룰을 깨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사이트는 DJI서 제조한 드론 기종이나 용도에 따라 최소 200달러에서 500달러 수준의 드론 탈옥툴을 판매한다.

일부 또 다른 해커들은 콥터세이프가 고안한 탈옥툴을 리버스엔지니어링해서 거의 같은 성능을 내는 소프트웨를 만들어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 무료로 공개했다.

콥터세이프가 판매 중인 DJI 드론 탈옥툴.(사진=콥터세이프)

그 사이 케빈 피니스터라는 드론 해커는 개발자 커뮤니티인 깃허브에 최근 자신이 고안한 DJI 탈옥툴(익스플로잇)을 올렸다. 지난해 그는 'P0V'라는 탈옥툴을 공개한 바 있다.

드론 탈옥 둘러싼 공방전 치열

"내가 구매한 제품을 내 마음대로 쓰는 게 무슨 죄인가?"

별도 탈옥툴을 구매하면서까지 내가 가진 드론에 어떤 제한도 걸려서는 안 된다는 조종사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DJI가 활용 중인 노플라이존 정책이 별 다른 이유없이 일부 비행 지역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아이폰 탈옥툴이 유행하던 시기와 마찬가지로 내가 산 제품이라면 마음대로 조작할 권리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콥터세이프측은 "지오펜스는 매우 중요하지만 DJI의 제한은 법적으로 국내 법을 따르는 것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현실에 맞지 않는 제한을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반론도 만만치 않다. DJI는 지난 5월 이라크와 시리아 인근 지역에 광범위한 노플라이존을 만들었다. 무장테러단체인 ISIS가 자사 드론을 테러에 악용하는 일을 막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이처럼 안전을 위해서는 각 나라마다 정해진 공항, 국경지역, 군사시설 등에서 드론에 대한 비행이 제한돼야한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DJI 대변인은 "현재 (펌웨어를 수정하는) 모드(MOD, 탈옥툴을 뜻함)에 대해 조사 중"이라며 "앞으로 별도 추가 공지 없이 펌웨어 업데이트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펌웨어를 해킹하는 속도가 공식 펌웨어 업데이트 속도를 따라갈 수 없도록 만들어 탈옥 리스크에서 벗어나겠다는 메시지다.

DJI 웹사이트를 통해 검색한 국내 비행제한구역(노플라이존). (자료=DJI)

DJI는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모든 무인 항공기 (UAV)는 국제 민간 항공기구 (ICAO)와 그 지역 다른 항공규정 등 조직의 모든 규정을 준수해야한다"며 "DJI는 비행 금지 구역 및 비행 안전을 도모하며 제한 구역에서 비행실수를 방지하며 모두가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DJI 제품을 사용하는데 도움이 되는 기능을 소개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내서는 드론 규제 완화에 힘 쏠려

그렇다면 국내서는 어떨까?

올해 3월30일부터 시행된 항공안전법 제127조(초경량비행장치 비행승인)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장관이 비행안전을 위해 필요한 경우 비행을 제한하는 공역을 지정해 고시할 수 있다. 제한된 공역이라고 하더라도 미리 승인을 받으면 비행이 가능하나 비행장 및 이착륙장 등은 제외된다.

이와 함께 항공법 시행규칙 제68조(초경량비행장치 조종자의 준수사항)는 드론 조종사가 해가 진 후부터 해가 뜨기 전까지 드론을 비행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조종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지점까지 드론을 날리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이와 관련 지난 6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대표발의한 '항공안전법' 개정안은 일반 사용자들의 드론 이용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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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국내에서 야간 혹은 눈에 보이지 않는 비가시 지역에서 드론을 날리는 행위를 금지한 규정을 개정한다.

법안은 별도 안전기준에 부합하면 야간에도, 고도 150m 이상 구역에서도 드론 비행이 허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