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구글 압박…"이래도 세금 안내?"

"조세회피에 과징금 폭탄으로 응징" 분석 힘얻어

인터넷입력 :2017/06/29 15:24    수정: 2017/06/30 14:14

유럽연합(EU) 집행위 경쟁분과위원회가 27일(현지 시간) 반독점 위반 혐의로 구글에 역대 최대 규모인 24억 유로(약 3조원)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는 소식이 연일 화제다.

EU는 이 건 외에도 구글 애드센스가 경쟁사 광고를 제한했다는 혐의와 구글앱을 안드로이드에 선탑재한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해 예비 조사 결과 해당 사안 또한 구글이 EU의 경쟁법을 위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안드로이드 OS의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구글앱의 선탑재는 EU가 가장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사안이다. 이에 구글이 연속으로 엄청난 과징금을 부과받을지에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 “구글 견제 넘어, 미납 세금 회수 목적일 수도”

이런 EU의 과도한 과징금은 구글에 대한 강도 높은 견제의 상징은 물론, 구글이 벌어들이는 수익의 상당 부분을 과징금이라는 방식으로 회수함으로써 그 동안의 미납 세금을 거둬들이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유럽에선 다국적 기업들의 편법적인 조세 회피를 겨냥한 '구글세'란 말이 널리 회자되고 있다. '구글세'는 2014년 영국의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이 다국적 IT기업들의 조세회피를 단속하겠다고 언급한 이후 일반 용어가 되다시피했다.

구글은 당시 많은 기업들이 활용했던 더블 아이리시'(Double Irish) 조세회피기법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더블 아이리시 위드 어 더치 샌드위치'(Double Irish with a Dutch Sandwich)란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막대한 세금을 빼돌리며 EU의 주공격 대상이 됐다.

더블 아이리시가 아일랜드에 설립한 2개의 법인을 통해 다국적기업 본사가 세금을 최소화하는 기법이었다면, 더블 아이리시 위드 어 더치 샌드위치는 두개의 아일랜드 법인 사이에 한 개의 네덜란드 법인을 끼워 넣은 모델이다.

하지만 이렇게 세금을 최소화하기 위한 구글의 편법도 조만간 사라질 전망이다. 2014년 아일랜드도 EU의 압력에 못 이겨 다국적 기업에 제공하던 편법적인 절세 시스템을 2020년까지 폐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5년 다국적 기업의 현지 세금 회피를 막기 위한 '다국적 기업의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잠식(BEPSBase Erosion & Profit Shifting)' 프로젝트가 G20 정상회의에서 최종 승인되면서,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구글세를 도입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다국적기업들의 BEPS로 인한 세수 손실액이 매년 최대 2천400억달러(약 27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가장 먼저 깃발을 올린 건 영국이다. 영국은 2015년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 자국에서 발생한 이익을 다른 나라로 이전할 경우 이전액의 25%에 해당하는 세금을 물리는 구글세를 처음으로 법제화해 구글에 1억3천만파운드(약 1천900억원)의 세금을 징수한 바 있다.

하지만 구글이 벌어들이고 있는 매출과 수익에 비해선 터무니 없이 적은 금액이란 비판도 힘을 얻고 있다. 실제 영국은 구글과의 세금 합의 이후 자국 내에서 헐값 협상이라는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어 이탈리아가 구글에 대한 탈세 조사 끝에 10여년 간의 미납세금인 3억6천만유로(약 3천800억원)를 부과하면서 영국 내의 이런 비난여론은 더 거세졌다.

프랑스와 스페인도 미납 세금을 거둬들이기 위해 구글의 자국 지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잇따라 칼을 빼든 상태다. 하지만 고정 사업장이 없고 세금을 낼 수 있는 실체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추징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EU의 전방위적인 구글 압박 강화와 이를 통한 과징금 폭탄이 그 동안의 미납 세금을 합법적으로 받기 위함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 EU 반독점, 사생활 보호 등 각종 규제 구글 압박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C 집행 위원. (사진=씨넷)

사실 탈세 이슈 외에도 EU는 구글에 대해 반독점, 개인 사생활 보호 등의 명분을 내세우며 온갖 규제 칼날을 들이대며 압박하고 있다.

구글과 EU의 전쟁의 시작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EU는 구글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경쟁사에 불리하도록 검색순위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구글에 대한 첫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해당 건은 2014년 구글의 개선안을 받아들여 자진시정 합의로 종결되는 듯 했으나 업계 반발로 합의안이 무산돼 결국 이번에 역대 최대 규모라는 과징금을 부과 받게 됐다.

또한 2012년에는 구글이 유튜브, 지메일, 구글 플러스 등 구글 60개 서비스의 개인정보 정책을 통합하겠다고 발표하자 프랑스 국가정보위원회(CNIL)가 이에 대한 정책 변경을 요청했다.

2013년에는 구글의 사생활 침해 행위 저지를 위해 유럽연합 6개국 간 공동전선을 구축한 바 있다. 아울러 2013년에는 구글 안드로이드 OS에 자사 앱들을 유리한 위치에 선탑재 했다는 혐의의 조사를 시작했다.

유럽 최고 재판소인 유럽사법재판소. (사진=씨넷)

이 외에도 2014년에는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잊혀질 권리'와 관련한 개인정보 삭제 조치를 유럽에 이어 전세계로 확대하라고 요구한 데 이어 유럽의회도 구글의 검색 엔진과 다른 서비스를 분리하는 방안의 결의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해당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구글의 검색 독점 문제를 조사하고 있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EU가 이렇게 구글에 대해 탈세를 포함해 다양한 명분을 내세우며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실상은 미국 IT 기업들의 기술들을 따라잡아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거대 기업들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포석이 깔려있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유럽개혁센터(CER)가 2015년 7월에 발표한 정책분석보고서에는 구글 등 미국 인터넷 기업들로부터 유럽기업과 시장을 보호하고 유럽의 국가대표기업 육성을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규제강화의 사례로 EU의 구글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 조사를 들고 있다.

EU 당국의 이번 조치가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한 유럽 시장과 데이터를 싹쓸이 하고 있는 미국 IT 기업들에 대한 반감과 미래 산업 경쟁력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분석도 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등 대부분의 온라인 산업을 장악하면서 빅데이터를 확보 중인 미국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과 같은 첨단 기술 분야까지 선점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 자국산업 보호 위한 견제, 전세계로 확산

유럽연합은 지난 해 구글의 안드로이드 비즈니스 관행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사진은 EU가 공식 보도자료에서 제기한 구글의 혐의다. (사진=EU)

글로벌 기업에 맞서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견제 움직임은 이제 EU를 넘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중국은 인터넷 감시 시스템인 '만리방화벽'(Great Wall)을 통해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 진출을 철저히 막으며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의 중국 토종 기업들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내고 있고,

최근 일본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의 빅데이터 독점을 막기 위해 빅데이터의 공정경쟁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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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러시아에서는 지난해 8월 구글이 모바일 앱 선탑재를 강요했다며 680만 달러(약 77억2천82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지난 4월에는 안드로이드 기기의 기본 앱에 얀덱스 등 경쟁사 앱을 포함할 수 있도록 하고, 구글 앱을 필수로 설치하도록 강요하지 않기로 구글과 합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EU의 이번 과징금은 유럽 시장 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미국 기업에 대한 반감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며, 과징금의 천문학적 규모를 감안하면 사실상 세금의 성격을 지닌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면서 "이번 징계 이후 세계 각국에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구글에 대한 견제 움직임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