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에 휩싸였던 일본 샤프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며 다시 한 번 도약할 채비를 하고 있다.
22일 요미우리 등 일본 언론들은 "샤프가 OLED TV 패널을 개발할 것이라 발표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사프는 액정표시장치(LCD) TV의 강자였던 과거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OLED 패널 생산에 총력을 쏟아 실적을 회복한다는 전략이다.
■ LCD→OLED 기로에 서다
샤프의 주력 제품은 LCD TV다. 지난 2004년 가동을 시작한 샤프의 카메야마 공장(일본 미에현 소재)은 한 때 '세계의 카메야마' 브랜드를 구축한 회사의 1등 공신이었다. 1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샤프의 주요 매출 약 42% 정도가 LCD 관련 사업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10여 년 동안 샤프는 한국 등 신흥 강자들의 질적(質的) 공세를 이겨내지 못했다. '아쿠오스' 등 주력 TV제품만을 바라보고 연구개발(R&D)을 게을리 한 탓에 침체기에 빠졌다.
급기야 샤프는 지난 5월, 오는 2018년을 목표로 일본 내 생산거점인 카메야마 공장서 LCD TV 생산 시설을 철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값비싼 인건비로 인해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 샤프는 OLED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재 글로벌 TV시장의 추세를 따라 OLED를 양산해 변화를 꾀한다는 포부다.
샤프는 지난 20일 열린 주주 대상 경영 설명회를 통해 "차세대 OLED TV 제품에 집중 주력할 것"이라며 "고해상도 화질(8K)에 대응하는 패널을 양산해 내년 3월기(2017년 4월~2018년 3월) 연결 매출을 직전 연도 같은 기간(2016년 4월~2017년 3월)의 약 1.6배인 3조2천500억 엔(약 33조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샤프는 내년부터 일단 일본 내 공장에서 디스플레이 패널을 최소 월 3만 개 생산하겠다는 목표다. 또 OLED 패널 생산에 총 1천억 엔(약 1조1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다만 OLED를 향한 샤프의 당찬 꿈이 실현될 지는 미지수다. OLED는 현재 LG와 삼성 등 유수의 패널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OLED 패널 등에서 한국기업을 추격하는 것은 향후 샤프에게 큰 과제가 될 것"이라며 "차기 성장전략이 아직 보이지 않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다이정우 사장의 '공격 경영' 발동…"실적 호전될 때까지 월급 안 받겠다"
이런 가운데 샤프는 최근 들어 눈에 띄게 경영 실적이 호전되는 모습이다. 주가는 연초 대비 53%나 급등했다.
일본 지지통신에 따르면 샤프의 올해 3월기(2016년 4월~2017년 3월) 경영 손익은 흑자로 접어들었다. 순손익은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지만, 지난해 회계연도에는 비용 삭감 등의 효과 등을 토대로 3년 만의 영업흑자를 확보한 것이다.
여기엔 TV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 점도 한몫을 했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샤프의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은 약 7%(출하량 기준)로, 이는 지난해해 같은 기간(약 3%)보다 2배 가량 오른 수치다. 특히 45형과 60형 등 중대형 TV 제품의 출하량이 두드러졌다.
대체적으로 업계는 샤프의 회복세에 대해 모회사와 다이정우 샤프 사장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고 평가한다. 샤프가 지난해 8월 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의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구조조정 등 악재도 많았지만, 일단은 회사 실적이 상승하고 있단 점이 긍정적이라는 설명이다.
샤프는 이 여세를 몰아 이달 말 도쿄증시 1부로 재복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이정우 샤프 사장은 지난 20일 열린 주주총회서 "구조조정이 일단락됐고 실적이 눈에 띄게 호전됐다"며 오는 29일경에 도쿄 증권 거래소에 도쿄증시 1부 재지정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이정우 사장은 "도쿄증시 1부로 가능하면 빨리 복귀하고 싶다"며 "샤프가 흑자로 돌아설 때까지 급여를 받지 않을 것이고, 1부 시장에 복귀할 때 사장직을 내려놓겠다. 나는 말을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이라고 천명했다.
이날 주주총회는 지난해 8월 홍하이가 샤프를 인수한 이후 처음 열린 것이어서 의미도 남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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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는 지난해 실적 하락으로 채무 초과 상태에 빠지면서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서 2부로 강등된 바 있다. 당시 회사는 무리한 중국 시장 투자 등으로 인해 자기자본을 430억 엔(약 4천400억 원)가량 잠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샤프가 도쿄증시 1부로 복귀하려면 채무초과를 해소한 후에 거래소로부터 안정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면서 "샤프는 홍하이로부터 자금을 출자받아 실적을 높이고 있다. 1부 시장으로 올라서는 데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