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통신비 부담 절감 공약 이행 방안에 단계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을 일괄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점을 받아들인 태도로 분석된다.
19일 이개호 국정위 경제2분과 위원장은 미래부의 4차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국정기획위는 빠른 시일 내에 통신비 공약 이행 방향과 추진일정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당장 가능한 방안, 내년에 할 일, 그 이후에 할 일을 단계적으로 정리해 보고할 것이다”고 밝혔다.
국정위는 대통령의 공약을 중심으로 새 정부가 추진할 정책 과제를 분과별로 정리해 보고하는 식으로 활동을 마치게 된다.
그런 가운데 논란이 되고 있는 기본료 폐지 등의 통신비 공약에 대해서는 해당 분과 위원장이 단계적으로 추진 가능한 일을 나누어 보고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 초법적 기본료 폐지 공약 우회로 찾나
국정위 활동이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휴대폰 기본료 폐지를 포함한 통신비 공약을 모두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아 논란을 키웠다.
기본료 폐지 공약은 소비자 입장에서 매우 파격적이지만 정부가 내세울 수 있는 공약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행 방법 자체가 초법적이기 때문이다.
이통사의 가입자당 평균매출 3분의 1 수준에 해당하는 1만1천원의 기본료 명목을 정부가 강제적으로 개입해 인하할 경우 ‘행정청의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
국내법 어떤 조항에도 요금을 정부가 인하하도록 하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전기통신사업법 역시 지배적 사업자의 요금인상과 같은 독점요금 책정 행위를 억제할 목적 조항을 갖추고 있을 뿐이다.
이같은 현실 속에서 이개호 위원장의 모두발언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기본료 폐지에 대한 입장은 한발 물러서는 대신 이에 해당하는 수준의 실질적인 요금 인하를 미래부에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정위의 일방 행보를 두고 우려의 뜻을 전달한 여당 상임위 의원이 이날 미래부 업무보고에 배석해 기본료 폐지에만 매달리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 힘을 실었다.
미래부 업무보고 직전에 더불어민주당의 고용진 의원은 “(국정위가 통신비 공약 이행을 위해) 올바른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데 기본료 폐지는 그중 하나의 방법이다”며 “과연 다른 요인을 빼고 기본료 폐지만 집중하는 것이 옳냐는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이전 회기 국회에서도 기본료 폐지 법안이 발의됐지만, 단순히 이 문제만을 다룰 것이 아니라 다른 통신 현안과 함께 다뤄야할 쟁점법안으로 분류했다.
즉, 여당 미방위의 이날 보고 참석에 따라 기본료 폐지 외에 다른 실질적인 요금 인하 방안을 찾는데 국회가 나섰다는 설명이다.
■ 논란 키운 국정위, 국민 눈치보기
현재로서는 데이터 이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공공 와이파이 확대 등을 당장 실현할 수 있는 방안으로 삼고, 기본료 폐지 수준의 요금인하 효과는 선택약정 할인율을 높이는 등의 방법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논의된 방안 중에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고시할 수 있는 선택약정할인율이나 취약계층 요금 인하 등은 어렵지 않게 정부가 추진할 수 있다.
또 공공와이파이 확대와 같은 공약은 통신사들이 자사 가입자 대상 차별적 서비스로 구축했던 와이파이 서비스를 전면 개방키로 하면서 비교적 자발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이밖에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국정위가 로드맵을 제시하고 국회에 공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국회 한 관계자는 “국정위 활동 기간 내에 대통령 공약 사항을 이행할 방법을 모두 찾는데 무리가 있기 때문에 방향성을 제시하는 수준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으로 모였다”면서 “통신비 문제는 단순히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다루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논의할 문제이기 때문에 국정위가 대통령에 보고한 방향을 토대로 국회에서 논의를 이어가는 방법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다만 기본료 폐지라는 공약에 몰두하면서 국민들의 기대감을 높여둔 점은 향후 국정위가 최종 보고서를 채택할 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개호 위원장은 “(업무보고 참석자 모두) 잘 아시겠지만 국민 모두가 현재 통신요금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기본료 1만1천원 내리냐 안내리냐도 중요하지만 문재인 정부 시대에는 통신비가 합리적으로 책정되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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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통신비 부담 경감 문제는 주무부처인 미래부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지만 통신 소비자인 국민의 납득과 이해가 모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기본료 폐지 공약을 이행 못하더라도 국민이 만족할 수준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