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으로 깜짝 임명되면서 관가 뿐 아니라 업계까지 시끌벅적하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임명 소식이 알려진 6일 저녁 논평을 내고 임기 3년을 보장하는 방통위 상임위원을 미래부 차관으로 보낸 것은 방송장악을 위한 시나리오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7일 미래부 및 방통위에 따르면, 김용수 전 방통위원은 인사혁신처에 제출한 사표가 청와대에서 수리되는 대로 8일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갈 예정이다.
■ 방통위, 여야 3대2 구조 복원
방통위 상임위원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위원장과 상임위원, 여당 1명, 야당 2명 등으로 총 5명으로 구성된다. 여야 3대 2 구조다.
그러나 지난 4월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을 하던 황교안 국무총리가 임기가 끝난 이기주 상임위원 후임 인사를 단행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황 대행은 당시 김용수 미래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을 대통령 몫의 상임위원으로 임명했다.
황 대행의 이 인사로 한 달 뒤인 5월 대선으로 취임할 새 대통령이 임명할 몫이 사라져버렸다. 특히 대통령 선거에서 여야가 바뀔 경우엔 여야 3대 2로 구성한다는 원칙 자체가 무너져 버리게 된다.
이런 우려는 야당 후보인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현실이 됐다. 당시 황 대행이 단행한 인사를 둘러싸고 ‘알박기’ 논란이 벌어진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용수 방통위원을 미래부 차관으로 전격 임명하면서 방통위 구도가 새롭게 바뀌게 됐다.
미래부 제2차관으로 발탁된 김용수 방통위원이 사표를 제출하면서 상임위원은 야당 몫인 고삼석 위원과 여당 몫의 김석진 위원 두 명이 남았다. 고삼석 위원은 8일 임기가 종료된다.
따라서 앞으로 대통령이 방통위원장과 상임위원,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한 명씩 상임위원을 추천해 임명하면 여야 3대 2 구조로 복원된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 몫의 방통위원장과 상임위원을 제외하고 김재홍 부위원장의 임기 만료로 공석이 된 자리를 민주당이 임명하고, 8일 임기가 끝나는 고삼석 위원 후임은 국민의당이 추천하면 여야 3대 2 구조가 된다”며 “임명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은 김용수 위원을 청와대가 무리하게 미래부 2차관으로 임명한 것은 방통위를 여야 3대 2 구조로 만들기 위한 임시 방편조치였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하지만 김재홍 부위원장, 고삼석 위원 자리는 모두 야당 몫이었다”며 “때문에 야당이 된 자유한국당이 국민의당과 함께 임명하겠다고 나서면 법리다툼을 벌일 수도 있는 문제지만 방통위 설치법 취지가 여야 3대 2 구조를 유지하자는 것이고, 자유한국당이 대선 직전 여당 몫으로 김석진 의원을 연임시켰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몽니를 부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ICT 업계 ‘홀대’ 우려
두 달 전 미래부의 정보통신정책실장이 방통위의 상임위원으로, 또 다시 두 달 만에 미래부 차관으로 이동하는 전례 없는 인사조치가 이뤄졌지만 방통위는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다.
김용수 전 방통위원이 미래부로 옮겨감으로써 방통위 설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여야 3대 2구조가 가능해진 탓도 크지만, 김 전 방통위원의 임명 당시 방통위 노조가 반대 성명을 내는 등 불편한 동거가 해소됐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당 방통위 노조는 “미래부 출신의 고위공무원이 방송통신의 공공성, 공정성 실현을 위한 규제를 주요 업무로 하는 방통위에 적합지 않다”며 “전문성을 찾기 어려운 임명을 철회해 달라”고 성명을 내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유한국당이 방송장악이라며 크게 반발하지만 사실 논란을 자초한 건 방통위의 설립 취지를 무시하고 여야 3대 2 구조를 무너뜨리기 위해 무리하게 방통위원을 임명한 자유한국당에 있다”며 “이례적 인사로 정치권이 시끄럽겠지만 정작 가장 불편한 사람은 공직에만 있었던 당사자일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미래부 2차관에 김용수 현 방통위 상임위원2017.06.07
- 문재인 정부도 ICT 홀대?…업계, 우려2017.06.07
- 방통위 정상화?…파행 운영 불가피2017.06.07
- 황대행, 김용수 4기 방통위 상임위원 공식 임명2017.06.07
또 다른 관계자는 “청와대가 김용수 2차관을 정보통신 분야에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정통 관료라고 밝힌 것처럼 미래부 입장에서는 사실상 내부승진이 된 2차관을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고 방통위는 방통위 대로 다행스러운 일로 생각할 것”이라며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보고 새 정부가 ICT 분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통위의 3대 2 구조를 만들기 위한 도구로 사실상 미래부를 활용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또 상임위원은 3년 임기가 보장돼 있지만 차관은 대통령이 언제든 새로 임명할 수도 있고, 우선 개편 대상이었던 미래부가 향후 정부조직 개편에서 유지될 수 있을지 여부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점을 고려하면 이번 인사의 뒷맛은 개운치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