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협회 회장사 변경 배경에 무슨 일 있었나

전 협회 전무 "최씨가 바꿀 것이라고 말해" 증언

디지털경제입력 :2017/05/31 14:39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 2014년 대한승마협회의 회장사(社)가 한화그룹에서 삼성그룹으로 변경되는 과정에 최 씨가 영향을 미쳤다고 증언했다.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제 21차 공판에는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 씨와 그의 딸 정유라 씨의 측근인 박 전 전무는 삼성의 승마지원 과정에서 정씨의 후견인이자 최씨의 대리인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박 씨는 2015년 최 씨 모녀를 따라 독일로 건너가 승마 지원과 관련해 삼성 측과 지속적으로 대화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 씨와 연락할 때는 차명폰을 사용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박 전 전무는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최 씨와 수시로 만났다"며 "최 씨는 '승마협회 회장사였던 한화그룹이 승마협회를 잘 지원하지 못한다'면서 '(회장사를) 삼성으로 바꿀 것'이라 했다"고 증언했다.

또 "최 씨가 (박 전무) 본인 이외 다른 사람들에게도 ‘삼성이 회장사로 더 잘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안다"며 "이후 실제로 대한승마협회 회장사가 삼성그룹으로 바뀌게 돼 놀랐다"고 덧붙였다.

박 전 전무의 진술대로 2014년 12월경 삼성은 승마협회 회장사가 됐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사장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것이다.

특검은 지난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 주길 부탁했다고 주장해왔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당시 대가성 대화가 오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이 최 씨의 존재를 정씨 승마지원 당시 인지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제 21차 공판에는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특검은 박 전 전무에게 승마협회 내에서의 최 씨의 영향력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박 전 전무는 "이런 말씀 드리기 좀 그렇지만, 승마계엔 '말이 많은 곳에 말이 많다'라는 문구가 통한다. 30분 내에 누군가의 흉을 보면 당사자가 알아차릴 정도로 승마계는 좁다"면서 "지난 2014년 4월경 '정유라가 승마 국가대표가 된 이유는 BH(청와대)가 깊숙이 개입했기 떄문'이라는 이른바 '공주승마' 의혹이 퍼진 이후로 승마계 역시 떠들썩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언론 보도 이후 사람들이 정유라가 ‘실세’의 딸이라고 생각했느냐"는 특검 측 질문에 그는 "자꾸 실세라고 표현들 하시는데 그 정도까진 아니고, 당시엔 청와대와 가깝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이 "승마계에서 정유라가 정윤회 씨와 최 씨 사이의 딸이라는 것이 알려졌다면, 삼성 쪽 사람들도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지 않느냐"라고 신문하자, 그는 "그것은 좀 말씀드리기 그렇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박 전 전무가 최 씨와 인연을 맺게된 경위도 자세히 알려졌다.

최 씨를 만난 경위에 대해 특검이 질문하자 그는 "2005년 서울 뚝섬에 있는 승마훈련원 원장으로 근무할 당시 최 씨의 딸인 정유연(정유라)이 원생으로 등록했다. 그 때 처음 알게 됐다"며 "최순실의 부탁으로 정유연이 참가하는 각종 회의에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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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신모 코치의 지도하에 훈련을 받던 정유라가 동료 선수들과의 다툼이 있었다. 이 때 신모 코치가 상대 선수의 편을 들자 최순실 정유라 모녀가 그의 해고를 원해 그대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박 전 전무와 최 씨가 친분을 쌓게 됐다는 것이다.

박 전 전무는 당시 사건 이후 두 모녀를 본격적으로 도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