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 당시 문화·체육 재단 등을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승마 지원이 최순실씨 모녀와 관련된 것을 뒤늦게 알게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의 4차 공판에서 특검은 이 부회장의 피의자 신문 조서를 공개했다.
이 부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독대 자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건희 회장의 건강에 관심을 보였다"며 "갤럭시(삼성 스마트폰 제품)의 판매 현황에 대해서도 질문했고,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뒷받침해줘 감사하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박 전 대통령과 독대 당시 문화·체육 재단 설립에 대한 지원 요청을 받았는지 여부를 거듭 질문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재단 얘기는 없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또한 자신은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이후 박상진, 최지성 등 삼성그룹 실무진에 승마 지원 지시 사항을 전달했을 뿐이며, 최순실 씨 등이 지원 건과 관련됐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특검 측에 밝혔다.
이 부회장은 검찰 조사 당시 "(2015년 7월 25일경) 대통령 독대를 마치고 나온 후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에게 전화해 '승마협회 건과 관련해 (대통령으로부터) 질책을 들었다'고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최 전 실장 등을 만났다는 설명이다.
특검 측이 당시 회의 내용에 대해 묻자, 이 부회장은 "승마협회 문제 때문에 만났고, 이는 삼성그룹 역사상 처음이었다"고 진술했다.
관련기사
- 특검↔이재용 측, '뇌물죄 차별 적용' 공방2017.04.19
- "대통령이 승마지원 안 한다고 이재용 꾸짖어"2017.04.19
- 이재용 첫 재판 '뇌물죄' 실체 놓고 날선 공방2017.04.19
- '뇌물과 강요 사이'…이재용 운명 가른다2017.04.19
진술서에 따르면 회의 이후 이 부회장은 임원진들로부터 정유라 승마 훈련 지원사항과 관련한 구체적인 상황은 일체 보고받지 못했다. 승마 지원 건에 최순실 씨가 연관됐다는 사실은 언론 보도 이후 알게 됐다는 주장이다.
한편 이날 특검은 "대통령이 'JTBC가 왜 그토록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냐'라며 이 부회장의 친척인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회장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 했다"라는 내용의 진술도 공개했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과의 독대 이후 홍 전 회장에게 이같은 사실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