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승마지원 안 한다고 이재용 꾸짖어"

최씨 측근, 삼성에 "대통령이 정유라 아낀다"며 300억 요구

디지털경제입력 :2017/04/07 18:35    수정: 2017/04/07 19:02

최순실씨의 측근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정유라씨의 승마훈련 지원을 목적으로 삼성 측에 300억 원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첫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의 진술 조서를 공개했다.

검찰 특수본과 특검이 박 전 사장을 5차례 조사할 때 작성된 이 진술 조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7월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가 박 전 사장을 만난 자리서 "최순실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친자매 이상의 친분이 있고, 또 대통령이 최씨의 딸 정유라를 각별하게 생각한다"며 총 300억 원을 정씨의 승마 훈련에 지원해달라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18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특검 사무실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이에 박 전 사장은 "최순실이 대통령을 통해 (삼성에) 해코지를 하지는 않을까 두려웠다"면서 의심 없이 박씨의 이야기를 사실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진술했다.

박 전 사장은 정유라에게 제공된 지원금 규모에 대해서 진술서를 통해 "처음엔 종목당 4명씩 총 300억 원이었지만 종목당 3명으로 조정해 총 235억원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진술서에 따르면 최씨는 "박세리, 박태환 선수에게 해줬던 것처럼 삼성이 (정유라를) 후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박 전 승마협회 전무에게 이야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 2015년 7월 25일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독대할 당시, 박 전 사장은 개인 일정으로 제주도에 머물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으로부터 급히 회사로 복귀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박 전 사장은 진술서에서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단독으로 면담했을 당시 승마협회를 크게 질책한 것으로 안다"며 "당시 들은 바로는 대통령께서 '승마를 하려면 좋은 말도 사야하고 곧 있을 올림픽에 대비해 해외전지훈련도 가야하는데 삼성이 지원을 제대로 안 해준다'고 꾸짖었다"고 진술했다.

진술서에 따르면 독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삼성이 한화만도 못하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분위기가 냉랭해졌다고 한다.

이후 박 전 사장은 급히 미래전략실로 달려가 이 부회장과 최 실장을 만났다. 이 부회장은 박 전 사장에게 "신문에서 대통령의 눈빛에서 가끔 레이저가 나온다는 말이 있는데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 같더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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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진행된 첫 공판에서 특검은 지난 2014년과 2015년, 그리고 지난해 총 세 차례 독대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을 요구할 때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등 기업 현안 문제를 해결키 위해 이를 협조해줌으로써 뇌물공여죄가 성립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삼성 측은 "박 전 대통령이 정씨를 직접 언급해 도와달라고 한 것이 아니다"면서 "이 부회장에게 부탁한 것은 승마 유망주 육성이었는데 최순실씨가 개입해 정씨의 단독지원이 돼 버린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