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카메라의 고성능화 등 영향으로 한동안 성장세가 꺾였던 콤팩트 카메라가 재기를 노린다. 소니, 캐논 등 카메라 제조사들은 휴대성, 사용 편의성 등 콤팩트 카메라만의 장점에 더해 하이엔드급 촬영 성능을 통해 ‘폰카’와의 격차를 확실하게 둔다는 전략이다.
국내 콤팩트 카메라 시장을 거의 양분하고 있는 소니와 캐논은 올해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를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차기 콤팩트 카메라 출시를 잠정 중단한 니콘도 최근 관련 시장을 재공략한다는 가능성을 비치면서 3파전으로 돌입하게 될지 주목된다.
■똑딱이의 한 끗…"폰카와의 성능 격차 충분히 있다"
흔히 ‘똑딱이’로 불리는 콤팩트 카메라는 렌즈가 카메라 본체에 고정된 렌즈 일체형 카메라다. 전문가용 카메라처럼 렌즈를 교환하는 등 별 다른 조작을 하지 않고 셔터 한 번만 누르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미러리스, DSLR보다는 기능이 단순하지만 휴대하긴 좋은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도 강점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더 가까이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사용성, 휴대성과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과의 연결성 등을 강점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특히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확대되면서 고성능 카메라 기능을 마케팅 포인트로 두는 시장의 트렌드도 콤팩트 카메라 시장 축소에 영향을 미쳤다.
스마트폰의 촬영 성능을 좌우하는 카메라모듈은 렌즈를 통해 수집된 빛을 이미지 센서를 이용해 디지털 영상신호로 변환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에는 분리된 두 개의 카메라 렌즈와 센서를 적용, 기존 싱글 카메라보다 자동 초점(AF), 광각 등 성능을 높이는 듀얼 카메라 탑재도 늘어나는 추세다.
카메라 제조사들은 콤팩트 카메라의 이미지센서(CIS) 크기를 확대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기존에는 2.5분의 1인치(5.76 x 4.29mm) 크기 센서를 탑재했다면 이보다 배 이상 큰 1인치(13.2 x 8.8mm) 이상의 이미지센서를 탑재하며 촬영 품질에 승부수를 던진 것.
센서는 동일한 화소일 때 크기가 클수록 노이즈가 적어 표현력이 높아진다. 받아들이는 빛의 양이 많아지는 만큼 더 밝고 선명한 화면을 구현할 수 있는 원리다. 또 초점을 맞춘 피사체 부분은 선명하고 나머지 부분은 흐릿하게 표현하는 아웃포커싱 효과를 높인다.
이에 렌즈 일체형 시장 내 하인엔드급 제품 비중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소니코리아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 렌즈일체형 카메라 시장에서 하이엔드 제품 비율은 2012년 약 18%에서 2016년 약 65%로 3배 이상 성장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고성능화가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 시장 확대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사양 스마트폰 카메라를 경험한 소비자들이 카메라 제품을 구매해 본격적으로 높은 수준의 촬영 경험을 누리고자 새롭게 진입하는 경우도 많다”며 “카메라 기종 중 가장 간편하게 이용가능한 콤팩트 카메라로 입문해 미러리스, DSLR까지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카메라 업계 관계자는 “최근 휴대하기 좋은 소형, 경량의 디자인에 우수한 이미징 성능을 갖춘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며 “1인치 이상의 대형 이미지 센서를 갖춘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니·캐논 하이엔드 시장 공략 가속화…3파전 될까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콤팩트 카메라 시장은 3강 구도였지만 니콘이 차기 콤팩트 카메라 신제품 출시를 잠정 중단하면서 소니와 캐논의 양강 구도로 굳혀지고 있다. 니콘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콤팩트 카메라 출시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해 다시 3파전에 돌입할 수 있을지도 눈길을 끈다.
국내 하이엔드 콤팩트 시장에 가장 처음 진입한 업체는 소니다. 소니는 2012년 1인치 센서를 탑재한 RX100 시리즈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RX 시리즈는 초소형 콤팩트, 초망원, 풀프레임 등 풀 라인업을 갖춘 소니의 하이엔드 카메라 브랜드다.
소니의 콤팩트 카메라 RX100 V는 기존 RX100 시리즈의 성능에 더해 사진·영상 품질과 속도를 높였다. 0.05초의 자동초점(AF)와 315개 위상차 AF 포인트, 동체추적 상태에서 초당 24매의 초고속 연사 촬영이 가능하다. 풀프레임 콤팩트 카메라 RX1R II는 4천240만 화소의 이면조사형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으며 감도 범위를 ISO 10만2천400까지 지원해 노이즈를 줄였다.
현재 소니코리아의 카메라 라인업 중 콤팩트 카메라 비중은 약 30% 수준이다. 회사는 올 하반기 새 콤팩트 카메라 신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전해졌다. 소니 관계자는 “소니코리아는 2016년 국내 하이엔드 카메라 시장에서 55%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며 “콤팩트 카메라 시장에서도 하이엔드급 제품의 경쟁력을 꾸준히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캐논은 소니에 이어 1인치 이상의 센서를 탑재한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 ‘파워샷 G 시리즈’를 출시하며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캐논의 1인치 이상 콤팩트 카메라 판매 수량은 지난해 전년 대비 약 20% 증가했으며, 올해 1~3월 판매 수량도 전년 동기 대비 약 45% 증가했다.
캐논은 지난해 6월 캐논 카메라 최초로 최신 영상처리엔진 디직7을 탑재한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 '파워샷 G7 X Mark II'를 출시한데 이어, 올 초 국내 최소형, 최경량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 ‘파워샷 G9 X Mark II’를 출시했다.
캐논 관계자는 “G 시리즈는 휴대성, 고화질, 고배율, 빠른 AF 등 세분화된 소비자 니즈를 만족하는 다양한 라인업이 특징”이라며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 신제품으로 렌즈 교환식 카메라 수준에 버금가는 화질을 구현해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힐 것”이라고 전했다.
니콘은 1인치 센서 콤팩트 카메라 DL 시스템을 공개 1년 만에 포기했다. DL 시스템 모델들은 지난해 6월 일본을 시작으로 발매될 예정이었지만 화상처리엔진의 문제로 한 차례 연기, 센서 생산시설 지역 지진으로 1인치 센서 생산량에 타격을 받으면서 발매 중단에 이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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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큐 노부요시 니콘 영상사업부장(총괄)은 올해 10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콤팩트 카메라 부문 매출액이 피크 때보다 4분의 1로 줄었지만 최근 2~3년 간 한국 카메라 시장 축소는 끝나가고 있다”며 “프리미엄 콤팩트를 포기하지는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니콘의 쿨픽스(COOLPIX) 모델이 판매되고 있다. 향후 새로운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 출시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게 회사의 입장이다. 니콘 관계자는 “지난해 이후 콤팩트 카메라 신제품을 선보이지는 않았지만 절대 시장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며 “앞으로 콤팩트 카메라 시장을 재공략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