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부사장 “GPU는 인공지능 가속기”

CPU 성능도 함께 발전해야…인텔·구글은 좋은 파트너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7/05/26 13:28    수정: 2017/05/26 13:28

정현정 기자

“인공지능(AI) 작업 결과가 좀 더 현실적이고 인간다워지기 위해 필요로 하는 컴퓨팅 파워는 매년 500%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중앙처리장치(CPU) 기술은 매년 10% 정도밖에 성장하지 못하면서 격차가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은 매년 1.5배 성능 향상을 지속하며 새로운 법칙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25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엔비디아 딥러닝 데이 2017’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마크 해밀턴 엔비디아 솔루션 아키텍쳐 및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이 엔비디아의 주특기인 GPU를 앞세워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영역을 확장해나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해밀턴 부사장은 "엔비디아는 직원수가 1만500명에 불과한 작은 회사이지만 오늘날 인공지능 분야 많은 투자를 하는 기업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엔비디아는 딱 한 가지 분야 즉 GPU 컴퓨팅, 엑셀러레이팅 컴퓨팅 분야에만 예산을 집중 투자하고 있고 이를 통해 인공지능 역량을 개선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GPU 성능 개선이 있었기 때문에 카페, 텐서플로우 등 오늘날 지구상에 조재하는 모든 딥러닝을 위한 프레임워크가 모두 GPU 기반으로 구동되고 있다"면서 "또 오늘날 인공지능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대학이나 기업 연구소의 연구가 100% 엔비디아 GPU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최근 IT 업계에서 가장 '핫한' 회사 중 하나다. 엔비디아의 주력 사업인 GPU는 컴퓨터 연산장치의 한 종류로 기존에는 주로 멀티미디어 작업에서 CPU를 보조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됐다. 하지만 수천 개 코어가 병렬로 연결돼 다량의 데이터를 처리하기 용이한 GPU의 병렬 프로세싱 능력이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 연구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으면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 한 해 사이에 엔비디아의 주가도 3배로 뛰는 등 급상승했다.

이 같은 관심을 증명하듯 올해 딥러닝 데이에 쏠린 국내 개발자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엔비디아는 매년 서울, 부산, 대전 주요 3개 도시에서 딥러닝 데이를 개최하고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자 및 빅데이터 전문가, IT 업계 종사자들과 최신 기술 및 트렌드를 공유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까지 무료로 진행되던 오전 행사가 유료로 전환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와 동일한 400여 명의 개발자가 등록할 정도로 관심이 컸다.

마크 해밀턴 엔비디아 솔루션 아키텍쳐 및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이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엔비디아 딥러닝 데이 2017’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엔비디아코리아)

엔비디아가 인공지능 회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각성’ 시킨 계기는 11년 전 개발한 쿠다(CUDA)였다. 쿠다는 GPU에서 수행하는 병렬 처리 알고리즘을 C언어를 비롯한 표준언어를 이용해 작성할 수 있도록 한 기술로 이를 통해 기존까지 그래픽 작업에 쓰였던 GPU를 범용 작업에도 투입할 수 있게 됐고 GPU가 수퍼컴퓨터 같은 고성능 컴퓨터 시장에 진입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엔비디아가 본격적으로 인공지능 컴퓨팅 기업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던 것은 2012년 발생한 두 가지 중요한 사건 덕분이었다. 2012년 토론토 대학의 제프리 힌튼이라는 컴퓨터 과학자가 이미지넷이라는 컴퓨터 과학 경진대회에서 GPU와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시킨 이미지 인식 기술로 수상했고, 같은 해에는 구글이 스탠포드 대학의 앤드류 응 교수와 GPU를 통해 AI를 구동해서 물체를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해밀턴 부사장은 “2013년 이미지넷 경진대회에 참가한 총 400개 기관 중 300곳이 GPU 기술을 사용했지만 2014년에는 400개 참가기관이 모두 GPU 기술을 활용했다”면서 “올해 들어서는 전 세계 최대 규모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업체인 세일즈포스닷컴이나 SAP이 GPU나 GPU 기반 딥러닝 기술을 접목시키겠다고 발표를 하는 등 앞으로 5년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기대감을 나타냈다.

마침 딥러닝 데이와 같은 시기 열린 알파고와 커제 9단의 대결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구글이 머신러닝 알고리즘에 특화시켜 독자 개발한 맞춤설계형(ASIC) 칩 ‘텐서 프로세싱 유닛(TPU)’과의 비교도 이뤄진다. 구글 TPU가 그간 머신러닝 알고리즘 연산을 가속하기 위한 수단으로 엔비디아 GPU를 쓰던 회사가 대안을 찾은 것처럼 비춰지면서 외신들이 엔비디아에게는 악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엔비디아 ‘딥러닝 데이 2017’ 오후 세션으로 딥러닝 인스티튜트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딥 러닝 설계, 훈련, 배포를 배우고 있다. (사진=엔비디아코리아)

실제 구글은 최근 발표한 2세대 TPU가 머신러닝 테스트에서 제온, 엔비디아 GPU를 앞섰고 인텔 하스웰 서버 CPU, 엔비디아 K80 GPU와 비교해 속도는 15~30배, 성능은 이 30~80배 좋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구글은 기존 최고급 상용 GPU 32개를 사용해 하루가 꼬박 걸리는 데이터도 TPU 모듈 카드 64개를 연결해 만든 ‘TPU 팟’의 8분의 1만 사용해도 반나절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해밀턴 부사장은 “TPU는 앞으로 딥러닝으로 갈 수 있는 여러 접근 방식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면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IT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시킬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구글 역시 엔비디아의 아주 좋은 파트너”라고 말했다.

인텔과의 경쟁에 대해서도 “엔비디아의 GPU는 엑셀러레이터, 즉 가속기이기 때문에 항상 CPU와 병행되서 사용이 돼야한다”면서 “엔비디아의 DGX 1도 8개의 GPU를 탑재했지만 인텔의 제일 빠른 브로드웰 CPU 두 개를 함께 탑재한 것처럼 엔비디아가 앞으로 계속 성장해나가고 GPU 성능 증가시키려면 인텔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에는 특별한 관심을 표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업체들과 혀법을 통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개발했고 한국의 많은 대기업들이 엔비디아의 VGX1 슈퍼컴퓨터를 직접 사용하기도 한다. 현재 10개 미만인 국내 스타트업 지원도 10개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 영상 보안 분야에서는 엔비디아 GPU를 한화테크윈의 인공지능 기반 보안 제품에 적용하는 협력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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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턴 부사장은 “엔비디아의 소중한 파트너가 많이 포진해있는 한국은 엔비디아에게 중요한 시장”이라면서 “엔비디아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딥러닝 교육 기관인 딥러닝인스티튜트(DLI)를 통해 한국의 많은 연구자들에게 스폰서십을 제공하고 있으며 한국 최고 대학들과 연계해 교수진들이 트레이닝을 해줄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일부터 미국 산호세에서 진행된 GPU테크놀로지컨퍼런스(GTC) 2017에서 엔비디아는 이전 세대 대비 성능이 5배 향상된 새로운 GPU 아키텍쳐인 '볼타'와 볼타 기반의 슈퍼컴퓨터 라인업, 로봇들이 현실 세계에서 특정 작업을 하기 전 가상 세계에서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새로운 아이작 로봇 트레이닝 시뮬레이터 ‘아이작’, 고도로 사실적인 가상현실 환경에서 제품을 체험하면서 원격으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솔루션인 ‘홀로데크’ 등을 발표했다. 또 자율주행차 부문에서 일본 토요타와도 새롭게 협력을 진행한다는 소식도 나왔다. 현재 테슬라, 벤츠, 아우디, 볼보가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인 ‘드라이브 PX’를 활용해 자율차를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