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통신사, 접속제한 공방…진실은?

'캐시서버' 놓고 엇갈린 주장…역차별 이슈 겹쳐

인터넷입력 :2017/05/23 10:58    수정: 2017/05/23 11:14

국내 통신사와 페이스북 간 접속제한 갈등이 진실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서로 상대편에 잘못과 책임을 떠넘기면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통신사는 페이스북이 캐시서버 설치를 무상으로 요구한 게 발단이 됐다는 주장이다. 이를 거부하자 페이스북이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하면서 소비자 피해로 이어졌다는 입장이다.

반면, 페이스북은 소비자 피해의 원인이 통신사에게 있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해 미래부의 상호접속료 고시개정 이후, 통신사가 부대비용을 무리하게 자사에 전가시키려다 야기된 문제라는 것. 캐시서버 설치 제안도 자신들이 먼저 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후에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방송통신위원회도 실태 점검에 나섰다. 방통위는 지난 22일 페이스북의 국내 사용자 접속경로 임의 변경 행위가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 위반 여부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통신사 “공짜 캐시서버 요구” vs 페북 “상호접속료 떠넘긴 게 문제”

이들의 갈등을 이해하기 위해선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페이스북은 KT와 한국 내 서버 구축 및 전용 통신망 대여 계약을 했다. 그런 다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다른 통신사 가입자들도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양측 관계에 변화가 생겼다.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KT 캐시서버(인터넷 사용자가 자주 찾는 정보를 따로 모아두는 서버) 접속을 차단한 때문이다.

KT 캐시서버 접속을 하지 못하게 된 두 통신사는 국제 통신망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서 해당 통신사 유선 가입자들의 페이스북 접속이 지연되는 등의 불편이 야기되면서 양측 갈등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갈등의 핵심 요인인 KT 캐시서버 차단을 놓고 양측이 서로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먼저 통신사들은 페이스북이 자체 트래픽이 증가하고 동영상 콘텐츠 소비가 늘자 자체 캐시서버 무상 설치를 요구했다는 입장이다. 이를 거부하자 KT 캐시서버 이용을 차단시켰다는 입장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원활한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해 광고 수익을 거두는 페이스북이 늘어나는 트래픽 안정성을 꾀하기 위해 공짜 캐시서버 설치를 먼저 요구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콘텐츠 공급자(CP) 페이스북이 인터넷 서비스제공자(ISP)에게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데, 캐시서버를 둔 KT 말고 아무 비용을 내지 않겠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페이스북은 지난해 미래부 상호접속료 고시개정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는 주장이다. 바뀐 상호접속료 고시에 따라 접속통신료가 용량단위 방식(정액제)에서 트래픽사용량 기반 정산방식(종량제)으로 전환됐다. 또 통신 3사간 무정산 방식도 상호정산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후 SK브로드밴드가 해외망 사용료, 트래픽 비용, 전기료 등 부대비까지 페이스북에 요구했기 때문에 촉발된 문제란 얘기다. KT와 정산해야 할 인터넷 상호접속료 등을 SK브로드밴드가 페이스북에 전가하려 들면서 KT 캐시서버를 차단했다는 설명이다.

페이스북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KT 캐시서버 이용을 막은 것은 맞지만 이는 미래부의 상호접속료 고시개정 이후 두 통신사가 KT 캐시서버 사용에 따른 상호접속료를 페이스북이 부담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라면서 “통신사끼리 정산해야할 문제를 콘텐츠 사업자(페이스북)에게 전가하려던 것이 문제의 원인이자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이 사용자 불편의 원인을 서로에게 돌리면서 갈등은 더 심화되는 모양새다.

서로의 주장이 엇갈리자 SK브로드밴드 측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실태 점검에 나선 만큼 사실관계와 책임소재가 명확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22일 통신사업자간 불공정 행위 및 이용자 이익 침해 여부 등을 다각적으로 살펴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페이스북은 거듭 캐시서버 설치를 먼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측에 제안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과 함께, 이들이 예전처럼 KT 캐시서버를 이용해도 좋다고 제안했다. 자신들도 한 국가에 여러 대의 캐시서버 설치가 굳이 필요 없다고도 말했다. 다만 여기서 발생되는 어떤 비용도 페이스북에 지불하도록 요구하면 안 되고, KT와 상호 정산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 또 다른 문제…“이중과금, 역차별 문제 풀어야”

양측의 이번 갈등은 망 사용료를 어느 쪽이 내느냐에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은 통신사들에게 한해 수백억원씩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 카카오, 아프리카TV 등 동영상 서비스 기업들은 서비스를 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낸다.

반면 구글 유튜브는 2014년부터 국내 통신사에 캐시서버를 두고도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 캐시서버 국내 설치로 통신사들이 내야 할 국제망 사용료가 줄었다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망 사용료를 면제받았다.

이 대목에서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은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공짜 특혜를 받는 유튜브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국내 기업들 간의 역차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망 사용료 부담 때문에 국내 업체들이 동영상 화질 개선에 주춤한 사이, 유튜브와 같은 외산 서비스들이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페이스북의 갑질 이슈도 이중과금 논란과 유튜브 특혜에 따른 역차별 문제 등이 복잡하게 엉켜있다.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는 문제가 남는다.

페이스북이 망 사용료를 낼 경우 여전히 유튜브만 특혜를 받는 문제가 있고, 콘텐츠 사업자들이 통신사들에게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게 굳어지게 된다. 이중과금에 대한 콘텐츠 사업자들 불만이 계속 생길 수밖에 없고, 망 사용료를 내기 힘든 작은 회사들은 성장하기 힘든 구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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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페이스북이 망 사용료를 내지 않아 페이스북 사용자 불편이 계속되거나, 통신사들이 유튜브와 같이 캐시서버를 무상으로 제공할 경우 사용자 피해와 역차별 이슈가 더욱 불거진다. 국내 기업들은 안방 시장마저 외산 기업과 서비스에게 더 내줄 수밖에 없는 불리한 환경에 놓이게 된다.

인터넷 단체인 오픈넷의 강정수 이사는 “통신사들이 페이스북과 같은 시장 우위 사업자에게 망 사용료를 받을 경우 후발 사업자들이 품질로 평가 받지못하게 하는 불평등 요소를 만들어낸다. 반대로 내지 않을 경우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를 일으킨다”면서 “이번 페이스북과 통신사 갈등은 단순히 사업자 간 갈등으로 볼 것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정책적으로 시장의 룰과 원칙을 세워야 하는 문제”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