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자식과 같은 기업들을 잘 키우고 싶은 욕심은 큰데, 옴짝달싹 못하게 하고, 밖에서 맞고 들어오면 네가 맞을 짓을 했겠지 하며 또 때린다.”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우리 정부에 대해 가진 생각이다. 자식을 믿고 응원해주는 미국이나, 자식을 철저히 감싸주는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유독 제 자식에 엄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다.
2000년대 초반 벤처붐과 함께 국내 인터넷 기업들은 빠르게 성장해 왔지만, 어느 순간부터 규제와 역차별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그나마 네이버와 카카오 정도가 국내외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지만, 글로벌 인터넷 기업인 구글의 시가총액(653조원)과 비교하면 네이버(27조원)조차 경쟁 상대가 못된다.
이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기대하는 바가 크다. 다시 한국의 신성장동력으로 국내 인터넷 산업이 주목을 받고, 적극적인 육성 지원 정책들이 쏟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국내 시장을 잠식한 글로벌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가 빠르게 개선될 것을 희망하고 있다. 자국에서라도 공정한 경쟁 환경을 애타게 바라는 눈치다.
■인터넷 망사용료, 국내 업체만 부담
최근 해외 기업과 국내 기업의 역차별 문제로 떠오른 ‘뜨거운 감자’는 인터넷 통신망 사용료 부담이다. 페이스북이 지난해 국내 통신사에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캐시 서버 설치를 무상으로 요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무임승차 논란이 번졌다.
이는 예전부터 지적돼온 사안으로, 구글의 유튜브가 국내에 캐시 서버를 두고도 통신사로부터 공짜 특혜를 받는다는 불만과 지적이 컸었다.
특히 지난 2014년 11월 미래창조과학부가 통신망 이용대가인 접속료를 용량 단위로 정산하던 ‘정액제’에서 트래픽 사용량 정산방식인 ‘종량제’로 전환하면서 통신사 배만 불리고, 중소 동영상 업체 부담만 키웠다는 비판이 많았다.
반면 유튜브는 이 같은 부담을 거의 지지 않는다. 유튜브는 사용자가 많이 찾는 동영상 데이터를 국내 통신사 데이터 센터에 임시저장할 수 있는 캐시서버를 제공받고도 망 사용료를 물지 않는다.
유튜브 서버가 해외에 있을 경우 국제 통신망 사용료를 내야하는 국내 통신사 입장에서 유튜브 캐시 서버가 국내에 있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망 사용료를 면제해주는 것이다.
덕분에 유튜브는 비용부담 없이 동영상 화질을 계속 높인 반면, 국내 동영상 업체들은 망 사용료 부담에 화질 개선을 망설였고 그 후 유튜브는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렸다. 현재 유튜브의 국내 동영상 서비스 점유율은 약 80%로, 나머지를 네이버, 카카오, 아프리카TV, 판도라TV 등 국내 업체들이 나눠 갖고 있다.
그럼에도 해외 기업에 통신망 이용료를 강제 부담하는 법적 근거가 없는 실정이어서, 역차별로 인한 국내 기업의 피해와 소비자들의 불이익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투명한 매출 공개로 정당한 세금 내야
국내 인터넷 업계가 역차별 문제로 거론하는 또 다른 부분은 해외 기업들의 법인세 논란이다.
과거 국세청은 IT 서비스 업체의 경우 계약 체결, 상품 전달 등을 제공하는 서버가 국내에 있어야 과세 가능한 고정 사업장으로 본다는 행정 해석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구글과 같은 유한회사들은 고정 사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법인세를 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의 경우 온라인 광고와 동영상(유튜브), 구글플레이 등을 통해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둬가지만 법인세는 내지 않고 있다. 국내 사업자와 동일한 사업을 통해 국내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음에도 단지 서버 등 설비가 없다는 것만으로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 국내 인터넷 업계의 지적이다.
광고회사인 그룹엠의 김덕희 전무는 “한국 구글의 임직원은 200명, 추산 (광고) 매출액은 3천억 정도 되는데, 이는 한국 디지털 시장에서 5~10% 수준”이라면서 “한국 페이스북도 외국 회사의 지점 형태여서 매출 공시 의무가 없다. 두 곳 모두 규모로 볼 때 내부 자료를 공시해야 하는 것이 마땅해 보이나 그렇지 못한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는 단순히 과세의 불균형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국내 시장 경쟁 질서에 대한 정부 개입이 있을 때 해외 사업자들이 기본적인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결국 국내 사업자만 규제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올해 초 방송통신위원회는 네이버 등 국내 포털 사업자들의 광고 시장 독식 문제가 일부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되자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표현을 쓰며 규제 검토에 들어간 바 있다.
그러자 국내 전체 광고 시장을 조사하면서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해외 사업자들의 광고 수익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네이버는 “글로벌 광고시장은 구글, 페이스북이 동영상 광고를 중심으로 주도하면서 독점적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글로벌 사업자들은) 매출, 영업이익 등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광고 시장 측정이 어렵다. 공정한 경쟁 논의는 정확한 시장 획정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인터넷기업 최성진 사무국장은 “국내 기업들이 받는 불필요한 규제들을 글로벌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인터넷 생태계 환경에 참여하면서도 조세 의무 등을 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구글의 경우 최근 이탈리아와 영국 등에서 비슷한 문제로 각각 수천억원의 세금을 추징 당한 사례가 있다”면서 “조세 회피를 위해 해외 계약으로 돌려서 하는 부분의 경우 국세청이나 공정위가 조사할 권한이 있고, 국내 경제에서 발생한 것이니 납부 요구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과도한 수사·본인인증 요구도 국내 기업만
이 밖에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겪어온 역차별 사례는 많다.
2014년 카카오 감청 논란 당시 수사기관이 국내 인터넷 기업들에게만 통신제한 조치와 통신자료 요청을 위해 영장 집행 등을 과도하게 했다는 비판도 뜨거웠다.
반면 국제사법 공조가 필요한 국외 사업자에 대해서는 감청 요구나 영장 집행 등을 최소화했다는 비판이다. 감청논란 당시 ‘카카오톡’ 사용자들이 외산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이용하는 사이버 망명 사태가 일었고, 감시가 덜한 G메일과 같은 서비스들로 갈아탔다.
나아가 유튜브, 페이스북 등 해외 서비스들은 불법정보, 명예훼손, 저작권 침해 등에 대한 제약도 적다 보니 국내 사용자들을 빠르게 흡수하는 결과까지 낳았다.
과도한 본인 동의 요구 절차와 청소년보호법 적용에 있어서도 국내 인터넷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
청소년보호법 제16조 등에 따르면 ‘나이 및 본인 여부 확인’에 관해 국내 사업자들은 법령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구글 등 해외 사업자들은 이를 제대로 따르지 않거나, 확인 대상, 확인 방법과 빈도 등을 임의로 적용해 눈총을 받았다. 해외 서비스들도 과거보다 성인인증 절차를 강화했지만, 여전히 허술한 구멍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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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국내 사업자들은 과도한 본인인증이 서비스 접근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과 함께,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해외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불리하다는 지적을 끊임 없이 제기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국내 인터넷 산업 역차별 규제를 걷어내겠다고 말한 만큼 기대가 크다”면서 “기업의 신사업 발목을 잡고 있는 기존의 법과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