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내놓은 인공지능(AI) 기반 음성인식비서는 뭐가 다를까?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아마존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애플 시리,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 등이 서비스 중이고, 삼성전자 갤럭시S8 시리즈에 빅스비가 탑재되면서 음성인식비서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네이버는 12일부터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이어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네이버-클로바'라는 AI 비서앱을 베타 서비스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AI 비서는 그동안 네이버가 쌓아놓은 다양한 검색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는 만큼 초기 국내 사용자들로부터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음성인식이 잘 되는 편이고, AI비서의 목소리도 자연스럽고, 질문에 대한 답도 비교적 잘 대응한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 베타 서비스 기간인 탓에 앱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다거나 엉뚱한 음성검색 결과를 내놓기도 하는 점 등은 계속 개선해 나가야할 과제로 꼽혔다. 또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면서 상황에 맞는 결과를 내놓거나 내가 물어보지 않아도 적절하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진짜 '개인비서'가 되려면 더 많은 학습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클로바, 검색DB 강점 살려
AI 기반 음성인식비서의 성패는 결국 얼마나 사용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정확하게 제공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국내 사용자들을 놓고 벌이는 AI 비서 경쟁에서 네이버가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콘텐츠 자체를 확보하는 문제 보다는 이를 어떻게 잘 활용해서 보기 좋게 보여줄 수 있는가에 집중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미 지식iN, 블로그, 네이버카페, 쇼핑, 지도서비스 등에서 확보한 DB를 AI 기반 추천 시스템과 얼마나 잘 연동시키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이와 함께 일상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상황을 인식한 뒤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게 될지도 과제로 남아있다.
네이버-클로바 앱이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뒤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클리앙과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등 커뮤니티에는 여러 사용후기들이 올라왔다.
15일 기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이 앱은 5.0 만점에 3.9점을 기록하는 중이다. 사용자 중 184명이 평가에 참여한 만큼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제 폰에 있는 보이스 앱보다 더 훌륭하고 말투토 훨씬 자연스럽고 친절하다", "말투도 자연스럽고, 일단 현 시점에서 한국에서 한국어로 쓰기에 가장 좋은 인공지능 비서 같네요", "구글 알로(음성인식비서)는 영어버전이라서 사용을 못했는데 한국어 버전의 인공지능비서라서 아무 많이 좋습니다. 듣기 거북한 기계음이 아닌 자연스러운 음성이 좋다"는 등의 평가는 기대를 갖기에 부족함이 없다.
물론 좋은 평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용자들은 "앱을 설치한 뒤 실행하면 오류로 인해 앱이 꺼진다"거나 "문장 상호작용이 적다", "가끔 목소리가 안 나온다", "카메라 실행이라고 하면 앱스토어로 이동한다", "검색 기능은 뛰어나지만 음악 검색은 다른 앱에 비해 덜어진다"는 등 불평도 올라왔다.
■ 클로바에 이것저것 물어보니…
실제로 네이버-클로바에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본 결과, 일상에 필요한 질문에 대해서는 빅스비나 시리 등에 비해 더 좋은 대답을 내놨다.
"강변북로 교통상황 알려줘"라는 질문에 네이버-클로바는 교통정보를 비교적 정확하게 전달했다. 반면 빅스비와 시리의 경우 결과가 제공되지 않았다.
"광화문에서 강남역까지 어떻게 가"라는 질문에 네이버는 자사 지도 서비스와 연동해 소요시간과 이동거리까지 계산해서 알려줬다. 시리의 경우도 거의 비슷한 정보를 제공한 반면 빅스비는 "그걸 이해하려면 더 공부해야 할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맛집 추천은 어떨까?
"근처 한식당 추천 해줘"라는 질문에는 세 가지 음성인식비서가 모두 결과를 내놨다. 이 경우에는 빅스비가 오른쪽 아래부분에 미니맵을 표시하면서 하나의 화면에서 더 직관적으로 원하는 곳을 알 수 있게 지원했다.
음악서비스에 대해서는 "싸이 신곡 들려줘"라는 질문에 네이버-클로바는 '싸이의 음악을 재생합니다'라는 안내와 함께 최근 발표한 신곡 'I LUV IT'이 재생됐다. 이와 달리 빅스비는 밀크라는 별도 앱과 연결해 재생할지를 선택하도록 했다. 시리는 싸이에 대한 내용을 바로 알려주는 대신 '애플 뮤지에서 보기', '아이튠스 스토어 검색' 등 옵션을 제공했다.
네이버-클로바의 경우 "영어 공부 하자"고 말하면 '영어 스피킹을 시작합니다'라는 음성안내와 함께 사용자가 영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다른 앱에서는 지원되지 않는 기능이다. 또한 '학교가기 싫어가 일본어로 뭐야"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네이버-클로바만 정확히 원하는 결과를 보여줬다.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네이버-클로바에 "노래해줘"라고 부탁하면 AI 음성인식비서가 직접 노래를 불러준다. 이를 테면 "그럼 제가 좋아하는 노래 불러드릴게요. 그대 없인 아무 것도 할 수 없네요. 사랑해요 와이파이" 등과 같이 랜덤으로 몇 가지 노래를 부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대화 맥락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앱으로 "카카오톡 메시지 읽어줘"라고 물어보니 "연락처를 찾을 수 없습니다. 연락처의 이름으로 다시 말씀해주세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단 "카카오톡 열어줘"라는 질문에는 카카오톡앱을 실행했다.
사용자 평가와 실제 실행해 본 결과를 종합해 보면 음성으로 검색 결과와 연동한 여러가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잘 해냈으나 대화의 맥락까지 이해하면서 대응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가려면 좀 더 학습이 필요해 보였다.
네이버는 15일 오후께 네이버-클로바 앱을 업데이트했다. 로그인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는 문제와 일부 단말에서 음악 재생이 원활치 않은 점, 기타 오류와 함께 사용성을 개선했다고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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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사용자 의견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있는 네이버-클로바가 갈수록 똑똑해질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모든 AI가 그렇듯 네이버-클로바도 학습을 거치면서 더 정교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오는 여름께 클로바를 탑재한 AI 기반 음성인식 스피커도 내놓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