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AI 비서’, 둘 중 뭘 살까

[백기자의 e知톡] 네이버 vs 카카오, AI 빅매치

인터넷입력 :2017/04/02 10:13    수정: 2017/04/02 10:27

국내를 대표로 하는 두 개의 인터넷 기업이 올해 ‘인공지능(AI) 비서’ 시장을 놓고 격돌을 예고했습니다.

검색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네이버와 모바일 메신저 앱 시장을 꽉 움켜쥐고 있는 카카오의 ‘불꽃경쟁’이 AI 시장에서 또 한 번 펼쳐질 예정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서비스를 즐겨 찾는 이용자들의 행복한 고민이 곧 시작될 텐데요, 만약 하나의 기기를 구매하게 된다면 여러분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AI 비서 중 어떤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물론 실물과 실제 사양을 보고 평가하는 게 맞지만 기존에 공개된 내용을 토대로 재미있는 상상을 미리 좀 해볼까 합니다.

■AI 기술은 기본, ‘라인’ 파워 가진 네이버

네이버와 라인은 오는 여름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웨이브라는 클로바 기반 스피커를 출시할 계획이다.

두 회사 중 AI 비서 출시를 예고한 곳은 네이버였습니다. 네이버는 이달 초 ‘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17’ 전시회에서 오감을 활용한 AI 플랫폼 ‘클로바’와 이를 활용한 디바이스인 AI 비서 ‘웨이브’를 올 여름 출시한다고 밝혔습니다.(▶관련기사 보기)

웨이브는 네이버가 제공하는 뉴스와 날씨, 주식 정보 등을 사용자가 말로 물어보고 귀로 정보를 얻는 AI 비서입니다.

시장에 출시된 구글의 ‘구글 홈’, 아마존의 ‘에코’, SK텔레콤의 ‘누구’와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라면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듣고 이용자 의도까지 파악하는 자연어 처리(NLU) 기술 ▲문장 전체의 문맥을 파악하는 인공신경망 기계번역(NMT) 기술 ▲국내에 최적화된 검색엔진 기술 등이 국내 이용자에게 좀 더 최적화 돼 있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한국 사용자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고, 잘 이해해서 최적의 결과 값을 찾아준다” 정도로 요약됩니다.

네이버 AI 비서가 사용자의 말을 얼마나 잘 알아듣고 반응하는지를 미리 가늠해 보고 싶다면 현재 네이버 앱에서 베타 서비스 중인 AI 기반 대화형 엔진 ‘네이버i’를 이용하면 됩니다. 내가 말한 내용이 얼마나 정확히 입력되는지, 또 내가 전달하고자 했던 말의 의미를 잘 알아듣고 반응하는지 테스트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관련기사 보기)

웨이브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모두 강점을 지닌다고 가정했을 때 또 따져볼 부분은 과연 얼마나 활용도가 높을까에 대한 것입니다.

일단 네이버는 국내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검색 전문 포털 사이트입니다. 검색 결과의 일부 불만들도 있지만, 국내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정보들이 가장 많은 곳이 바로 네이버입니다. 이곳에서 동아리 활동이나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기는 이용자도 많고요. 요리를 하거나 TV를 보다, 또는 공부 중 궁금한 게 생겼을 때 네이버부터 켜는 당신이라면 웨이브가 가장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아울러 네이버가 서비스 중인 ▲네이버 뮤직 ▲네이버 블로그 ▲파파고(통·번역) ▲네이버 북스(전자책) ▲오디오클립(라디오) ▲네이버 지도 ▲밴드(SNS)등 다양한 서비스를 웨이브에서 보다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네이버는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이어서 더 많은 확장성이 기대됩니다. 집안과 자동차의 공간이 하나로 연결되는 매개체 역할을 할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특히 일본과 태국 등에서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대세인 만큼 웨이브를 이용한 문자 발송과, 문자 읽어주기 기능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밖에 네이버와 라인이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사용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요인도 충분해 보입니다. 또 만약 웨이브가 라인 프렌즈에 등장하는 귀여운 캐릭터들의 옷을 입고 나온다면 라인이 큰 인기인 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카톡, 멜론, 택시 등 쓸 게 참 많은 카카오

카카오는 네이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직 AI비서에 대한 정보가 많이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연내 독자적인 AI플랫폼을 개발해 이를 적용한 카카오 서비스와 AI 비서를 출시한다고 알린 정도입니다. 이를 위해 음성인식과 AI 관련 기술 기반의 서비스 R&D를 전담하는 TF팀을 최근 별도로 신설했습니다. 또한 기존 검색, 추천, 데이터 커넥션 담당 조직과 해당 TF를 하나로 묶어 ‘AI부문’으로 통합했습니다.(▶관련기사 보기)

이것만으로 카카오가 AI 기술과 서비스에 머리띠를 바싹 조여 맨 것 같은 인상을 받습니다. AI R&D 전문조직 ‘카카오 브레인’ 설립도 마찬가지로 AI 기술 개발에 대한 카카오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입니다.

카카오는 네이버에 비해 음성인식 등 AI 관련 기술과 서비스들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 동안 많은 준비를 해 왔습니다. 2010년 국내 최초로 모바일 음성검색 서비스를 도입했고, 그 이후에도 음성인식 및 자연어 처리 기술력을 꾸준히 높여왔습니다. 이는 이미 다음 서비스 곳곳에 녹아있습니다.

카카오 AI 비서의 가장 큰 경쟁력은 전국민이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입니다.

또 ▲국내 음악 서비스 1위 ‘멜론’ ▲택시의 패러다임을 바꾼 ‘카카오택시’ ▲국내 2위 모바일 내비게이션 ‘카카오내비’ ▲국내 2위 검색포털 ‘다음’ ▲교통정보 서비스 카카오지하철, 카카오버스 등 사용자풀이 많은 서비스가 카카오 AI 비서를 선택하게 하는 강력한 유인책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카카오 AI 비서를 통해 카톡 메시지를 듣거나 보내고, 아침에 일어나 침대에서 멜론 음악을 듣는(SKT ‘누구’도 가능) 그림을 상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다음 뉴스에 올라온 오늘의 주요 소식을 듣고, 약속장소까지 가는 대중교통 수단과 경로를 미리 파악해보는 용도로도 카카오 AI 비서가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나아가 카카오톡 플러스친구에 등록된 음식점에 피자를 배달시킬 때, 택배 배송현황을 조회해보고 싶을 때 등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생태계를 AI 비서를 통해 집안에서, 또는 자동차와 같은 실내에서 보다 손쉽게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네이버 AI 비서도 유사한 서비스와 기능들이 제공되겠지만, 카카오 AI 비서가 좀 더 사용자들과 친숙한 자사 서비스들을 연결할 수 있다는 면에서는 유리해 보입니다.

■해외서 유리한 네이버, 국내서 강한 카카오

너무나 많은 변수가 존재하지만, 지금까지 짚어본 내용을 종합해 조심스레 예상해보면 국내에서는 카카오 AI 비서가, 해외에서는 네이버 AI 비서가 더 많은 사랑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검색 서비스 기준으로 네이버가 압도적인 위치에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사용자들에게 더 가깝고 친숙한 서비스는 카톡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네이버 AI 비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라인의 인지도와 앞선 기술력으로 확장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시야를 넓혀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네이버 AI 비서가 훨씬 더 많은 매출과 이용자를 끌어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또 출시 시점도 카카오 AI 비서 대비 네이버 웨이브가 더 빠를 것이 유력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선점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제품과 기술의 완성도는 현 시점에서 누가 우위에 있을 것 같다고 예단하기엔 이르고, 힘들어 보입니다.

덧붙이자면 오늘 미리 예상하고 비교해본 두 기기는 양사가 가진 AI 기술을 실생활에 접목한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두 회사의 기술을 담는 그릇이 스피커 형태의 AI 비서일 수도 있지만, 스마트폰일 수도 있고 자동차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무엇’일 수도 있습니다. 확장해서 쓰일 수 있는 플랫폼과 도구가 너무나 많다는 뜻입니다. 그 만큼 두 회사는 앞으로도 끝없는 경쟁을 이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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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궁금할 뿐입니다. 스마트폰 디바이스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이 양보 없는 경쟁을 펼치듯, AI 비서 시장에서는 국내 인터넷 업계의 두 강자가 어떤 경쟁을 펼치게 될까요.

AI 비서 시장을 놓고 싸우게 될 네이버와 카카오의 빅매치, 결국엔 누가 웃게 될지 여러분은 어떻게 예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