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로 인해 의도치 않게 개발 중인 게임이 알려지는 효과를 보기도 하겠지만, 우리는 개발사인 만큼 좋은 게임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문준용'으로 조용하게 살아오던 그는 어느날 갑자기 '대통령 후보의 아들'로 이름이 오르내렸다. 대통령 선거 전이 한창일 때는 '취업 특혜' 의혹이 제기되면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뤘다. 최근엔 소규모 게임개발사인 티노게임즈에서 일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 다시 화제가 됐다.
문준용 씨가 몸담고 있는 티노게임즈는 이달 중 신작 모바일 게임 '마제스티아'를 전 세계 150개국에 동시 출시할 계획이다. 그는 2014년 설립된 이 회사의 창업 멤버 중 한 명이다. 김동효 대표는 고등학교 때부터 친분을 쌓아온 20년 지기다.
문준용 씨는 티노게임즈 이사로 재직하면서 그래픽과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기자는 11일 티노게임즈 사무실에서 문준용 씨와 만났다.
출시를 앞둔 모바일 게임 얘기와 함께 최근의 변화된 상황들이 '자연인 문준용'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솔직한 얘기를 듣고 싶었다.
간편한 흰색 티에 셔츠를 겹쳐 입은 문이사는 영락 없는 젊은 개발자였다. 오래된 휴대폰을 손에 든 채 털털하게 기자를 반겨주는 모습에선 취임 첫날부터 친근한 행보로 많은 관심을 모은 문재인 대통령 이미지가 오버랩됐다.
문 이사는 '대통령의 아들'이란 점 때문에 게임과 개발사가 함께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이 다소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이런 화제가) 부정적인 면도 있을 수 있지만 좋은 게임으로 답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인터뷰에 함께 참여한 김동효 대표 역시 “우리 게임은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관심만큼 출시 후 반응이 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라며 "그보다는 게임이 재미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힌다”고 말했다.
■ 정치인 문재인, 그리고 게임에 푹 빠졌던 아들 문준용
"내 아들은 어려서부터 게임을 했기 때문인지 지금은 영상 디자인 일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 4월 중순 대선후보 초청포럼에서 아들 얘기를 언급한 적 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게임을 마약처럼 보는 인식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어려서 게임을 했던 아들 얘기를 살짝 거론했다.
실제로 문준용 이사는 어린 시절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등 주류 게임들은 대부분 다 해봤을 정도로 게임을 즐겨했었다.
문 이사는 이날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는 장시간 게임을 즐기기도 했는데 이제는 피곤해서인지 역할수행게임(RPG) 같은 게임은 오래 즐기기 어렵다"고 웃으며 말했다.
게임에 심취했던 문준용 이사는 건국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뒤 뉴욕 파슨스스쿨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 파슨스스쿨은 미디어아트 분야에선 손꼽히는 명문학교다.
학위를 취득 후 문준용 씨는 미디어아티스트로 활동하며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등에 참여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했다.
특히 문 이사가 2010년 건국대 학부 졸업작품으로 발표한 '증강 그림자(Augmented Shadow)'는 요즘도 많이 회자되고 있다. (☞유튜브 영상 참고)
그가 이 작품을 발표한 2010년엔 국내에선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에 크게 관심이 없던 시절이다.
국내에선 1, 2년 전부터 VR바람이 분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앞선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다보니 미디어아트나 산업디자인 전공 학생들은 문준용 이사 작품을 참고 자료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
■ 취업특혜 공방…"근거 없다는 것 드러났지만, 그래도 많이 불편하죠"
차근차근 자기 길을 걷던 문준용 씨는 올 들어 원치 않은 구설수에 휘말렸다. 아버지가 대통령에 출마하면서 언론들이 쏟아내는 '검증 기사'들 때문이었다.
선거 직전까지도 '취업 특혜' 의혹 때문에 적잖은 홍역을 치뤘다. 일부 악성 커뮤니티에서는 그의 사진을 악의적으로 편집해 게시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과정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불편할 수밖에 없었던 시기였습니다. 또한 혐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후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일부에서는 아직도 관련 내용이 언급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온라인상에 계속 남아있을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불편할 수 밖에 없죠.”
이렇게 말하는 그는 살짝 목소리를 흐렸다.
어린 시절 그가 기억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늘 바쁜 모습이었다. '보통 아버지'들처럼 많은 시간을 할애해 자상하게 놀아줄 상황이 못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준용 이사에게 '아버지 문재인'은 아들이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선 늘 지원해주는 분이었다. 그가 어린 시절 게임에 푹 빠져 지내고, 또 미디어아트 전문가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도 어찌보면 '아버지 문재인'의 보이지 않는 후원 덕분이었는지도 모른다.
문 이사는 아버지가 대통령이 되는 순간을 방송을 통해 지켜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워낙 바쁘기도 했고, 그 역시 아내와 가족이 있어 따로 나와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문준용 이사는 “당선 확정 발표를 보면서 기뻤습니다”라고 짧게 소감을 밝히며 “제가 정치인도 아니고 이런 말을 할 위치나 입장이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한마디 부탁 드리자면 게임을 비롯한 IT 산업을 위해 힘써주길 바랍니다”라고 전했다.
■ 촉망받던 예술가에서 게임 개발자로
지금은 게임 개발자로 활동하고 있지만 사실 문준용 이사는 촉망받는 예술가이기도 하다.
지금도 티노게임즈에서 마제스티아 개발을 진행하며 미디어아트 작업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현재 포항시립미술관에서 작품을 전시 중이다.
“개인적으로 남들과 다른 것,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걸 선호하는 성향입니다. VR과 AR을 작품에 활용한 것도 당시에 새로운 것이었고 앞으로 비전이 있다고 생각해서였죠.”
인정받던 미디어 아티스트는 왜 게임 개발 쪽에 눈을 돌리게 됐을까? 이 거창한 질문에 대해 그는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고 답변했다.
“게임개발을 선택한 것도 큰 계기나 결심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미디어 아트 작품 활동을 하면서 프로그래밍, 그래픽 디자인 등에 대한 능력을 키웠기 때문에 게임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해 선택한 일이었습니다.”
다른 이유도 있었다. 단순히 예술작품을 만들고 전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게임을 개발한다면 상품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란 판단도 했다. 여기에 게임산업이 유망할 것이란 판단 역시 게임개발 쪽에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 문준용이 생각하는 게임이란?
문준용 이사는 게임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게임도 영화, 소설과 같은 예술 장르의 하나로 봐야 한다는 게 그의 확고한 신념이었다.
그는 "게임은 음악, 그래픽, 소설 등 가장 다양한 예술과 결합된 종합 예술이다"면서 "AR, VR 등 점단 첨단 기술이 도입된 새로운 예술도 등장하고 있어 예술적인 가치가 충분합니다"고 말했다.
다만 게임이 영화처럼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래픽, 음악, 대사 등 다양한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 나온 작품 중 이런 조건을 가장 잘 충족시키는 게임으로 너티독의 언차티드와 라스트오브어스를 꼽았다.
문 이사는 “너티독은 아트스타일, 게임플레이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높은 수준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깊이 있고 위트 있는 대사가 핵심이었죠”고 호평하며 “너티독이 보여준 수준 높은 대사를 만들기 위해선 매력적인 캐릭터와 세계관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양질의 전문 작가가 참가해야 하는데 국내와 해외 모두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라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티노게임즈가 개발 중인 마제스티아는 국내에서 주류로 자리 잡고 있는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 또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와 차별화된 턴방식 전략대전게임으로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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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은 자신이 보유한 카드를 필드에 배치해 상대를 공격하거나 방어하는 방식으로 카드마다 보유한 다양한 능력과 배치를 통한 전략적인 플레이가 특징이다.
마제스티아는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개발된 게임으로 컴투스를 통해 이달 말 150개국에 15개 언어로 동시 출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