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하다. 이번에도 당할 것 같다. 여전히 ‘소외’당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4차산업혁명 주역이라고 강조하는 소프트웨어(SW) 얘기다.
언젠가 SW는 ‘김밥’과 비슷하다고 생각한 적 있다. 김밥은 먹기는 쉽다. 하지만 만들려면 몇 시간을 먼저 고생해야 한다. SW도 마찬가지다. 파급력이 크지만 먼저 기술, 인력 등 충분한 인풋(축적)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 먹기는 좋지만 소화하기 어려운 음식이 SW다.
그동안 SW 중요성은 충분히 지적돼 왔다. 자동차를 ‘달리는 SW’로 부르는 게 대표적이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JP모건과 스타벅스는 틈만 날때마다 “우리는 IT회사”라고 말한다. SW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4차산업혁명의 키워드 중 하나는 융합이다. SW는 이 융합을 가능케 해준다. 앞으로 SW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다. 그동안 SW는 역할에 비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중요성이 눈에 안보이고, 숙명적으로 서포터(지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업체들은 돈을 벌지 못했고, 개발자들은 저임에 시달렸다. 모두 개발자 및 SW가 제대로 대접받는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한 탓이다.
다행히 현재 분위기는 좋다. 모두들 SW가 4차산업혁명 주역이라고 말한다. 마침 새로운 정부도 들어섰다. 그런데 이번에도 웬지 SW가 찬밥이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공약에 SW 생태계를 개선하는 핵심 내용이 빠져 있다.
문 대통령 선거 캠페인 홈페이지에서 “SW 기술력으로 4차산업 혁명을 이끌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한 SW 공약으로 ▲세계에서 소프트웨어를 가장 잘 하는 나라 조성 ▲대학의 소프트웨어교육 내실화 ▲소프트웨어 기업하기 좋은 나라 구현 등을 제시했다. 이중 핵심은 SW기업하기 좋은 나라다.
이를 위해 ▲창업기업 법인세 유예 ▲SW 유지보수요율 선진국 수준 확대 등 공공기관 구매 관행 개선 ▲불공정계약과 기술탈취 등 대기업 횡포는 엄단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를 통한 기술혁신을 유도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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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실천 방안들 중 핵심은 유지보수요율 선진국 수준 확대 등 공공기관 구매 관행 개선이다. 그런데 이 내용이 너무 추상적이고 애매하다. SW가 대접받는 생태계가 조성되려면 소위 말하는 ‘4저(SW인건비·SW구입비·유지보수비·감사체계 최저가) 3불(정가예산·SW소유권·유지보수 수의계약 불인정)’이 없어져야 한다.
그런데 문대통령의 선거 공약에는 ‘4저 3불 타파’가 빠졌다. 문재인 지지를 선언했던 SW인들은 뭘했나 싶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새 정부는 앞으로 100일이 중요하다. 공약(公約)과 공약(空約)을 구별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