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본입찰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것인지를 두고 업계 관심이 뜨겁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기업은 수개월간 도시바의 기술력 등을 실사하는 기회를 얻는다.
9일 업계는 대체로 SK하이닉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실사를 통해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현재 SK는 그룹 차원에서 도시바 인수전에 온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최태원 SK회장은 지난달 도시바 인수 건을 들고 직접 일본을 방문하기도 했다.
■ 업계 "실사 기회주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중요"
도시바는 예비입찰을 통과한 인수 후보들을 추려 오는 19일 본입찰을 실시한다. 본입찰은 인수 후보들이 도시바 반도체 사업에 대한 서면실사 등을 거쳐 실제 기업가치를 평가하고 인수 가격을 써내는 과정이다.
다음달 본입찰이 마감되면 응찰업체 중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업체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실제 도시바 인수까지 가지 않더라도 수개월간의 실사를 통해 도시바의 기술력과 내부 시스템을 보는 것만으로도 얻는 이점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기업은 도시바의 재무구조, 기술력 등을 실사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 인수 여부를 결정한다. 이 때 기업의 ‘극비’인 기술력과 내부 운영 시스템 등을 자연스럽게 살펴볼 수 있어 SK하이닉스로서는 도시바 실사만으로도 큰 이익을 취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대만의 폭스콘, 미국의 브로드컴과 웨스턴디지털(WD) 등 4곳을 비롯해 최근 가세한 미국의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이 유력한 우선협상대상자 후보로 알려졌다.
■ 도시바 실사→인수까지?…SK그룹의 속마음은?
SK하이닉스의 의사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SK그룹 내부의 인수 의지는 확고하다. 도시바 인수를 통해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고 기술력을 한층 더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또 도시바 인수가 그룹 차원의 과제로 격상되면서 전권을 거머쥔 SK그룹은 이전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도시바 인수 건을 위해 일본을 직접 방문했다. 현지 일정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당시 최 회장은 도시바 경영진과 만난 자리서 반도체 사업 인수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 회장은 일본에서 도시바 경영진을 만나 SK그룹의 반도체 사업 비전과 함께 욧카이치(도시바의 일본 내 거점 공장)에 투자와 고용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설명했다"고 지난달 25일 보도했다.
최근 SK그룹이 도시바 입찰보다는 실사 기회를 얻는 데에 무게를 더 두고 있기 때문에 이같이 적극적으로 행동한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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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기업만이 실사 기회를 얻는다"며 "최 회장이 직접 일본을 방문하는 등 도시바 측에 확고한 인수의지를 어필하는 것은 일단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후 다음 단계를 결정하겠단 행보"라고 분석했다.
또 "도시바를 인수하기 위해선 적어도 2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SK입장에선 불확실성이 크다"며 "당장은 도시바 내부 실사와 경쟁 업체 견제 등을 이유로 인수전서 발을 뺄 가능성은 낮지만, 현재 상승세인 SK하이닉스가 저물어가는 도시바를 무리해서까지 인수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