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 최대 현안인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와 관련 "아직 뭐라 말씀 드리기 이른 상황"이라며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며 말을 아꼈다.
2박3일간 일본 출장을 마치고 26일 오후 4시 40분쯤 김포공항에 도착한 최 회장은 전용기 출입국장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기자들을 만나 '성과가 있었으냐'는 질문에 "처음 현장에 다녀온 것이고 아직 일본 밖에 갔다온 곳이 없어서 전체적으로 어떠하다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인수에 대한 자신감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장은 보고 왔지만)글쎄, 아직은 뭐라 딱 말씀 드리기 어렵다"며 "언론과 여러분께서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최 회장은 최근 혼돈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을 직접 챙기기 위해 지난 24일 오후 전용기편으로 일본으로 출국했다가 이날 귀국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이날 일본 출장길에 누구와 만났는지, 인수와 관련 어떤 구상을 내놓았는지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 출장길에 동행했던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일본 현지에서 (파트너들이)국내 언론의 보도 내용을 다 보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 곤란하다"고 양해를 부탁했다.
당초 최 회장은 SK그룹의 최고경영자로서 도시바 경영진과 일본 금융계 인사들을 만나 SK그룹의 반도체 사업 전략과 인수 의지 등을 직접 설명하고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관측됐었다.
지난달 실시된 도시바 메모리의 예비입찰에는 SK하이닉스을 비롯해 미국의 웨스턴 디지털(WD), 미국의 브로드컴-실버레이크 펀드 연합, 그리고 대만의 훙하이그룹(폭스콘) 등 4곳이 참여해 인수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나 "SK하이닉스에 도움이 되고 반도체 고객들에게 절대로 해가 되지 않는 방법 내에서 (도시바 인수를) 생각해 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와 도시바가 서로 협업할 수 있도록 해 보겠다"며 "단순히 기업 자체를 돈 주고 산다는 개념보다 좀 더 나은 방향을 생각해보고 (인수를) 진행 하겠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일본 출장을 통해 최 회장이 도시바 경영진들에게 어떤 구상를 밝혀는 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만약 최 회장이 도시바 경영진과 만남을 가졌다면 여러 정황에 비춰 최 회장은 도시바 측에 인수 금액보다는 인수 후 도시바와 협력하고 공존할 수 있는 윈-윈 방안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의 협력을 통한 도시바 반도체 사업의 확장과 기존 고객들에게 안정적인 물량 공급을 약속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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훙하이그룹은 지난 예비 입찰에서 무려 3조엔을 써내 SK하이닉스보다 가격 측면에서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최근 "지금 진행된 도시바 입찰 금액은 큰 의미가 없다. 본입찰이 시작되면 (도시바 입찰전이)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