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日정부, 반도체 매각 줄다리기…왜?

日정부 '기술안보 중요' vs 도시바 '자금확보 절실'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7/04/11 17:48    수정: 2017/04/11 17:48

도시바가 이달 1일 분사한 반도체 회사 도시바메모리에 대한 매각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와 도시바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매각을 통해 유동성 확보가 절실한 도시바와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일본 정부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도시바메모리 매각 입찰에 일본 기업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폭스콘, 30조원 제시…유리한 고지 선점?

최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우리나라의 SK하이닉스, 대만의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 미국의 브로드컴이 예비 입찰 과정에서 각각 20조 원 이상의 입찰가를 제안했다.

폭스콘은 특히 단독으로 30조 원 이상의 거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당초 도시바 인수가를 20조 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폭스콘이 당초 예상보다 10조 원 이상의 금액을 더 써내면서 도시바의 몸값 부풀리기에 또 다시 일조하고 있다"며 "자금 투입이 절실한 도시바가 폭스콘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폭스콘이 도시바반도체의 가치를 인정해 필사적인 인수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도시바는 이달 내에 예비 입찰에 응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인수협상대상후보를 결정한다.

선정된 기업들은 약 한 달간의 실사를 거친 뒤 최종 인수업체 결정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외신에 따르면 이들 3개 업체는 도시바의 인수협상대상후보군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의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이 도시바에 30조 원 이상의 거액의 입찰가를 제시한 것으로 11일 알려졌다.(사진=폭스콘)

■ 日정부, 후지쓰 등에 입찰 권유…中·韓은 "안 돼"

이런 상황에서도 도시바의 마음이 마냥 편한 것은 아니다.

기술 유출을 반대하는 일본 정부가 견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에 대한 일본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은 '기술 안보'다. 일본 정부는 중국이나 한국계 업체가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할 경우 기술 유출과 설비 이전 등으로 국익을 해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당초 일본 정부는 민관합작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와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DBJ)의 도시바 입찰을 통해 국외로의 기술 유출을 막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DBJ와 INCJ는 29일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그렇다고 일본 정부가 '기술 안보' 입장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일본 기업에 입찰 참여를 권유하면서 지속적으로 중국·한국계의 인수를 저지하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일본의 산자부)은 도시바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는 후지쓰와 후지필름홀딩스 등에 도시바메모리 입찰 참여를 직접 요청하기도 했다.

일본 기업이 쉽사리 나서지 않을 경우 법을 이용해 장기전으로 끌고갈 공산이 크다. 일본은 외환법상 해외 기업 등이 자국의 '국익' 사업을 매수할 시 정부가 심사를 통해 이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심사 지연을 통해 장기전을 도모한다는 뜻이다.

도시바의 한 고위 간부는 "(일본 정부의) 심사는 업종을 불문하고 최소 반 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내 주재 한 일본 기자는 "(일본) 정부는 샤프를 인수한 폭스콘을 제 1의 경계대상으로 보고 있다"면서 "여론을 등에 업고 어떤 식으로든 일본의 마지막 자존심인 도시바를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유출을 반대하는 일본 정부가 이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내보이면서 도시바와 일본 정부 간의 시각차가 커지고 있다.(사진=도시바)

■ 상장폐지에 TV사업 매각까지…도시바, 시간이 없다

도시바에게 필요한 것은 국익보다 당장의 유동성이다.

미국 원전 사업서 막대한 손실을 떠안은 도시바로선 하루빨리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츠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은 지난달 30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반도체 사업 매각을 속히 단행해 자금을 확보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아사히신문은 사설을 통해 "도시바의 심중엔 일본 정부가 기술 안보를 앞세워 도시바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생각이 존재한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또한 잇따른 결산 발표 연기로 상장 폐지 위기까지 몰린 도시바는 설상가상으로 TV부문 사업마저 매각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미국 원전 자회사의 파산으로 불어난 손실을 해결키 위해 사업들을 하나둘씩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9일 도시바가 TV 사업을 매각할 계획이며 터키의 가전업체 베스텔 등이 이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960년 일본 최초로 컬러 TV를 출시하며 명성을 쌓아간 도시바는 결국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서 105억엔의 적자를 기록하며 반도체에 이어 TV브랜드마저 내주게 됐다.

이어 11일 산케이신문 등 일본 외신들은 도시바가 지난해 실적 발표를 또 다시 연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미 지난 2월과 3월 실적 발표를 두 차례 연기한 도시바가 만약 오는 21일까지 결산 보고를 하지 않으면 도쿄 주식 시장서 상장 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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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도시바는 이미 지난해 중국의 가전업체 메이디(Midea)에 가전 사업을 매각했다"며 "이에 도시바를 불신하기 시작한 일본의 은행들도 지난해부터 하나둘씩 도시바에 등을 돌리기 시작하는 등 일본 국내서 기업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이런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 될 경우 반도체 사업을 하루빨리 매각해야 하는 도시바와 일본 정부 간의 줄다리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