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혼돈 양상으로 치닫는 도시바 반도체 인수 현장에 직접 뛰어들면서 주도권을 쥘수 있을지 주목된다.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24일 오후 일본으로 출국한다. 최 회장은 이날 일본으로 날아가 도시바 경영진을 만나 인수 현안과 관련 SK의 전략과 인수 후 사업 구상을 구체적으로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는 그동안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을 총괄해 온 박정호 SK텔레콤 사장도 동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일본 출장을 통해 그동안 갖고 있는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에 대한 구상을 밝히는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지난 20일 "SK하이닉스에 도움이 되고 반도체 고객들에게 절대로 해가 되지 않는 방법 내에서 (도시바 인수를) 생각해 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와 도시바가 서로 협업할 수 있도록 해 보겠다"며 "단순히 기업 자체를 돈 주고 산다는 개념보다 좀 더 나은 방향을 생각해보고 (인수를) 진행 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말들의 의미를 풀어보면 최 회장은 도시바 경영진을 직접 만난 자리에서 인수 금액보다는 인수 후에도 도시바와 협력하고 시너지를 낼수 있는 윈-윈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높은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는 SK하이닉스와 차세대 반도체 개발 등 도시바와의 긴밀한 협력을 약속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한 도시바 반도체를 공급받는 세계 유수의 고객들에게도 인수 후에도 안정적인 물량 공급을 약속해 시장의 혼란이나 교란이 없을 것이란 메시지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에 이어 메모리 반도체 세계 2위 기업인 SK하이닉스는 최근 저장공간을 72단으로 쌓은 256Gb 용량의 3D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해 하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또한 20나노미터(나노는 10억분의 1미터)급 반도체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그래픽 D램을 개발했다.
이런 기술들을 도시바 반도체 사업과 함께 공유하고 연구개발해 세계 반도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발전을 함께 이뤄가자는 제안이 담겨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주 최 회장의 일본행 소식을 전하면서 최 회장이 도시바 반도체의 주력거점인 미에(三重)현 욧카이치(四日市)공장에 투자와 고용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까지 전개되는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 양상은 SK하이닉스에 유리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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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실시된 도시바메모리의 예비 입찰에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미국의 WD, 브로드컴-실버레이크 펀드 연합, 그리고 대만의 훙하이 그룹(폭스콘)등 4곳이 응찰했다. 그러나 훙하이 그룹이 인수가로 30조원이 넘는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져지면서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훙하이 그룹은 또 중국 기업이라는 약점을 만회하기 위해 샤프와 소프트뱅크 등을 인수전에 끌어들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또한 WD가 도시바와 맺은 공동 생산 계약을 빌미로 업체 측에 독점교섭권을 요구하면서 인수 기업 선정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일본의 관민펀드와 공동 입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달 열리는 본입찰은 그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혼돈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