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냥꾼' 美 KKR도 도시바 인수 검토

혁신기구 손잡고 본입찰 참여…인수전 새로운 국면 맞나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7/04/23 10:56    수정: 2017/04/23 14:24

도시바가 이달 초 분사한 반도체 회사 '도시바메모리'의 매각 협상을 둘러싸고 미국의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일본의 관민펀드와 공동 입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의 비호를 받는 새로운 후보가 등장함에 따라 향후 도시바메모리 쟁탈전이 더욱 치열해지게 될 전망이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미국 KKR이 일본 산업혁신기구(INCJ) 및 정책투자은행(DBJ)과 협력해 도시바메모리 입찰을 검토 중이라고 23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인수 자금의 대부분은 KKR이 부담할 것으로 보이며 DBJ가 1천억 엔(약 1조400억원), INCJ가 수천억 엔을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다. 또한 도시바의 제휴 업체인 미국의 웨스턴디지털(WD)이 소액을 출자해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도시바가 이달 초 분사한 반도체 회사 '도시바메모리'의 매각 협상을 둘러싸고 미국의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일본의 관민펀드와 공동 입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사진=도시바)

KKR이 도시바 인수전에 등장하게 된 배경엔 중국과 대만 등으로의 반도체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일본 정부의 의사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업은 3월 말에 실시한 예비 입찰에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INCJ와 DBJ 역시 입찰에 나서지 않았다. 이에 타국으로의 반도체 기술 유출을 우려하던 일본 정부는 이들의 입찰 참여를 오랜 기간 독려해온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 정부는 KKR과 INCJ 등 이른바 '미일연합'을 구축해 도시바를 지키면서, 동시에 반도체 기술의 성장까지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KKR은 업계에서 속칭 '기업 사냥꾼'으로 통한다. 이 펀드는 2014년 파나소닉의 헬스케어 사업, 2015년 파이오니아의 디스크자키(DJ)기기사업을 사들인 데 이어 지난해 닛산자동차 산하 부품업체 칼소닉칸세이를 5천억 엔(약 5조2천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말에는 일본 히타치제작소 자회사이자 도쿄증시 1부 상장사인 히타치공기를 1천500억 엔(약 1조5천420억원)이 넘는 금액에 인수해 큰 관심을 모았다.

우리나라 기업도 KKR의 사정권을 벗어나진 못했다. 이 펀드는 지난해 5월 이랜드의 대형 슈퍼마켓 사업조직인 킴스클럽 지분의 일부를 인수했다. 티켓몬스터, OB맥주 역시 KKR의 품에 안겼다.

그만큼 자금력이 풍부하다는 평을 듣지만 한편으론 업종을 가리지 않고 부실기업을 인수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등 업계로부터의 악명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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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달 실시된 도시바메모리의 예비 입찰에는 SK하이닉스, 미국의 WD, 브로드컴 그리고 대만의 폭스콘 등 4곳이 응찰했다.

이 중 WD가 도시바와 맺은 공동 생산 계약을 빌미로 업체 측에 독점교섭권을 요구하면서 인수 기업 선정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KKR과 혁신기구 연합이 향후 새로운 히든카드로 떠오를 가능성이 짙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