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터넷 기업 선두주자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이다. 그러나 14억명에 달하는 거대 시장을 등에 업고 성장해 온 중국 인터넷 공룡들이 글로벌 시장에까지 발자국을 남기며 맹주자리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등 중국 인터넷 기업 3사는 내수에 머물지 않고, 인도, 동남아, 심지어 한국에까지 손을 뻗친데 이어 자사 서비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주요 기업들에게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지난 2월 카카오페이는 알리바바 그룹 관계사인 앤트파이낸셜 서비스그룹으로부터 2억달러(약2천300억원)에 달하는 수준의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 알리바바의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게임과 모바일메신저 위챗 등을 통해 성장해 온 텐센트는 지난해 인기 모바일 게임 '클래시오브클랜' 개발사인 슈퍼셀을 860억달러를 들여 인수하는 통 큰 투자를 단행한데 이어 인도 현지 모바일메신저에도 자금을 넣으며 영향력을 넓혀가는 중이다.
검색엔진 기업인 바이두는 인공지능(AI)을 새로운 먹거리로 내세우며 실리콘밸리에 연구소를 차리고, 주요 대학에서 전문가 영입에 공을 들인다.
더이상 이들이 중국 내수에만 의존하는 현지 기업이라고 보기 어렵게 됐다. 알리바바 그룹이 운영 중인 전자상거래서비스 T몰, 타오바오 등을 통한 거래량은 이미 이베이와 아마존을 합친 거래량을 넘어섰다.
■中인터넷 공룡들, 서구 기업과 뭐가 다른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인터넷 거인들, 글로벌로 간다'는 분석글을 통해 이 기업들이 서구기업들과 3가지 점에서 차이가 난다고 분석했다.
먼저 서구 인터넷 기업들은 몇 가지 핵심 경쟁력을 갖는데 집중한다. 구글이 검색엔진과 검색광고가 핵심 비즈니스 영역이라면 아마존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전자상거래 기업으로서 DNA를 가졌다. 이와 달리 중국 인터넷 기업들은 클라우드 컴퓨팅에서부터 디지털 결제 등 전 영역에서 사업을 시도한다는 설명이다. 쉽게 말하면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닷컴 및 AWS, 페이팔 등이 별도로 서비스하고 있는 영역을 하나로 통합해 한꺼번에 서비스하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는 중국 정부의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한 검열을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현지에서 자사 서비스를 확장하는데 별다른 규제가 없다는 점이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이 미국 정부 등으로부터 개인정보보호나 기타 규제로 인해 더 엄격하게 제약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번째는 이 기업들이 거대한 중국 시장에서 부족한 물리적 인프라를 빠르게 방대한 규모로 대체해가며 성장해 왔다는 점이다. 오히려 은행과 같은 인프라가 부족하고 오프라인 상점이 충분치 못한 덕에 알리바바, 알리페이, 위챗, 위챗페이 등이 급속도로 발전해 왔다. 중국은 현지에 120만명 당 하나의 오프라인 쇼핑몰이 위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Go) 글로벌' 외치는 알리바바-텐센트
알리바바는 현지 전자상거래 시장의 70% 시장점유율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 눈돌리고 있다. 이미 매출에서 알리바바를 넘어선 텐센트와 경쟁을 의식한 결과다.
이코노미스트는 알리바바에 대적하는 텐센트의 경쟁력은 징동닷컴이라는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나온다고 분석했다. 이 사이트는 미국 아마존처럼 물류센터, 유통망을 갖추는데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기준 전년 대비 25% 성장한 375억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중국 내 시장점유율 또한 25%를 유지하고 있다.
알리바바 그룹이 지난해 10억달러를 투입해 동남아시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라자다를 인수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라자다는 싱가포르에서 타오바오를 통해 바로 쇼핑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은 20년 내 20억명에 달하는 소비자들을 확보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린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마윈의 전략적인 무기는 앤트파이낸셜 서비스그룹이다. 알리바바 그룹으로부터 분사한 이 기업은 온라인뱅킹부터 투자상품까지 종합적으로 제안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글로벌 시장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중이다.
앤트파이낸셜은 태국, 필리핀, 싱가포르에 더해 한국에서도 현지 온라인 결제 서비스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국내서는 카카오페이가 2천300억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받았다. 이를 통해 알리페이 사용자들이 카카오페이와 같은 현지 결제서비스 가맹점에서 알리페이로 손쉽게 결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앤트파이낸셜 미국 법인은 대표적인 글로벌 외환송금 회사인 머니그램 인터내셔널 인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내수 시장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전략은 텐센트와 바이두도 마찬가지다.
위챗이라는 중국 국민모바일메신저와 웨이보라는 국민SNS, 위챗페이(모바일결제) 등을 가진 텐센트는 세계서 10번째가는 2천750억달러에 달하는 가치를 가진 기업으로 성장했다. 마화텅 텐센트 회장은 "미래 글로벌 기술 혁명을 주도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텐센트는 대규모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있다. 이 기업은 지난해 860억달러를 들여 클래시오브클랜으로 유명한 핀란드 모바일게임 개발사 슈퍼셀을 인수했다. 아이폰 제조공장을 운영 중인 대만 폭스콘과 함께 지난해 1억7천500만달러를 인도 현지 모바일메신저인 '하이크메신저'에 합작투자하기도 했다. 위챗페이를 쥐고 있는 텐센트가 미국 인기 모바일메신저 중 하나인 스냅챗 초기 투자자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밖에도 텐센트는 유럽 기업들이 중국 내에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전자상거래 채널을 뚫었다. 텐센트는 최근 미국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에도 180억달러를 투자하면서 포트폴리오를 전방위로 넓혀나가는 중이다.
지난해 8월 텐센트는 국내 위챗페이 가맹점을 확대하기 위해 한국을 찾기도 했다. 같은 해 12월 미국 최대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와 위챗이 협업을 통해 중국 현지 사용자들이 메신저 내에서 스타벅스 음료 상품을 구매해 주고 받을 수 있게 한 것도 글로벌 서비스와 협업을 염두에 둔 상징적인 이벤트로 주목된다.
세계 2위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 시장은 이미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했다. 여기서 이베이, 마이크로소프트, 텐센트는 인도 온라인 유통회사인 플립카트에 140억달러를 투자했다. 알리바바와 앤트파이낸셜은 인도 최대 온라인 결제회사인 페이틈에 9억달러를 투입하면서 견제에 나섰다. 페이틈은 알리바바의 T몰, 타오바오와 같은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개설해 플립카트와 경쟁에 나선다.
■성장 더딘 바이두, 'AI 올인' 전략 통할까
구글, 네이버와 같은 온라인 검색엔진을 보유한 바이두는 최근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고 인력을 확보하며 타도 구글을 외치는 중이다.
현재 바이두는 AI, 온라인 동영상, 가상현실, 증강현실, O2O 서비스 등을 핵심 경쟁력으로 키우기 위해 대대적인 인력과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향후 5년 내 이 기업이 새로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더 많다. 검생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바이두의 경쟁력이 모바일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나 위챗 등 모바일메신저에게 자리를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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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두는 AI 분야에서 구글, 페이스북 등과 경쟁에서 앞서 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스탠포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에서 AI 인재 영입에 나섰다. 최근 AI 4대 천황 중 한 명이라 불리는 앤드류 응 박사가 이 회사를 떠나기는 했지만 바이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AI 연구소를 차리면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매출로 연결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텐센트와 알리바바와 같은 성장세를 따라잡기에는 아직 역부족으로 보인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