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차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의 배터리 공급업체로 삼성SDI와 함께 기존 협력사였던 중국 ATL 대신 일본 업체를 낙점했다.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던 ATL 배터리를 배제하고 공급업체를 교체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차기작 갤럭시S8에 탑재되는 배터리를 삼성SDI와 함께 일본 무라타제작소(이하 무라타)에서 공급받을 예정이다. 무라타는 일본 전자부품 업체로 오는 3월 말까지 소니 배터리사업부가 분사한 '소니에너지디바이스' 인수 완료를 앞두고 있다. 갤럭시S8에 소니의 배터리 기술이 적용되는 셈이다.
소니에너지디바이스(구 소니에너지텍)는 주로 스마트폰, 가전제품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해 왔다. 회사는 1991년 처음으로 상업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출시하며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켜왔지만 2006년 미국 델 컴퓨터에 탑재된 배터리 발화 논란으로 410만대 이상의 리튬이온 배터리 팩을 회수하면서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후 소니는 배터리 안전성 강화를 위해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낮춰왔다. 일각에서는 소니가 한동안 대형 스마트폰 제조사의 수주를 받지 못하고 고전한 것도 낮은 에너지 밀도의 배터리가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갤럭시S8의 배터리 용량은 3000밀리암페어(mAh)로 갤럭시노트7(3500mAh)보다 15%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전작 갤럭시S7와 동일한 수준이지만 화면 크기가 전작의 5.1인치에서 5.8인치로 대폭 커진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용량이 줄어든 셈이다.
갤럭시노트7 발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배터리의 자체 결함에 있지만 갤럭시노트7의 디자인을 얇게 만들면서도 고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하기 위해 새로운 설계 방식과 제조 공법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만큼 신제품은 배터리 용량 보다는 품질과 안전성에 보다 초점을 맞추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을 두고 삼성전자와 ATL 간의 책임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차기작에 소니 배터리를 채택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삼성SDI와 ATL 배터리를 발화 원인으로 지목했다.
ATL은 삼성전자가 일방적으로 발화 원인을 배터리로 밝힌 데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애플, 화웨이 등도 고객사로 두고 있어 삼성 입장에 동의할 경우 제품 신뢰도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또 ATL은 당시 삼성전자에 공급하기 위해 생산했던 100만개 셀을 현재까지 처분하지 못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배터리 문제가 없는 조건으로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했지만 발화 원인이 배터리로 지목되면서 재고가 쌓이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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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소니는 대규모 리콜 사태 이후 안전성을 가장 우선으로 두면서 에너지 밀도를 낮췄고 고용량을 추구했던 애플, 삼성 등을 만족시키지 못 한 것으로 안다”며 “이제 삼성전자도 배터리 용량을 높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판단한데다 ATL과 갈등을 빚고 있는 만큼 소니를 공급사로 선정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내 계열사인 삼성SDI는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에도 불구하고 차기작에도 배터리를 계속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1천500억 원을 투자해 안전성 관리항목을 확대하고 모든 생산량에 엑스레이 검사를 실시하는 ‘제로 디펙트(Zero Defect)’ 시스템 등을 구축하며 배터리 안전성 강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 중국 천진 공장 화재 사건이 있지만 국내 천안과 말레이시아에도 생산 거점을 두고 있어 배터리 생산에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