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융합콘텐츠 규제를 위한 실태조사 계획을 세우고 개인 인터넷방송 등의 감시를 강화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방심위가 인터넷방송의 선정성 및 선거방송의 공정성 확보를 명분으로 이들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자칫하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선거기간을 앞두고 ‘가짜뉴스’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방심위가 경찰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더불어 방송 심의를 넘어 선거 관련 인터넷 게시물까지 손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방심위는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일축하고 있어 공방이 예상된다.
■ MCN 등 융합콘텐츠 규제 검토
방심위는 지난 10일 2017년 업무계획에서 ▲융합미디어 시대를 대비한 토대 정립 ▲방송통신 콘텐츠 품격 제고 ▲방송통신 이용자 권익 증진을 큰 틀로 한 10대 주요 과제를 발표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융합콘텐츠 규제를 위한 연구반 운영과 실태조사 계획이다. 융합콘텐츠는 개인 인터넷방송, 팟캐스트, MCN(Multi Channel Network), OTT(Over The Top)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방심위는 융합콘텐츠들이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영향력이 확대됐음에도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여러 부작용이 있는 만큼 근거법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이에 융합콘텐츠 연구반을 운영하면서 관련 시장 국내외 실태도 조사해보고, 토론회 등을 개최함으로써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연구, 검토 결과 규제가 필요하다면 융합콘텐츠에 대한 적절한 규제안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개인 인터넷방송 모니터링 강화
방심위는 또 올해 음란, 성매매 콘텐츠 차단을 위해 개인 인터넷방송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예산과 인력 배치를 강화해 개인 인터넷방송의 음란, 선정성 정보를 모니터링 하고, 관련법에 따라 제재 조치할 예정이다. 아울러 시정요구에도 도메인 등을 변경해 반복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자 자료를 수사기관과 공유하는 계획도 세웠다.
그 동안 아프리카TV, 팝콘TV 등 개인 인터넷방송은 일부 방송 진행자들의 일탈로 선정성, 폭력성, 도박성 등 수차례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 왔다.
또 상당수 사업자들이 수익을 목적으로 자율규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이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일각의 의혹 제기와 달리, 인터넷 방송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강하게 형성된 것도 사실이다.
■ 방심위가 ‘가짜뉴스’까지 퇴치한다고?
이와 함께 방심위는 선거방송 공정성 유지를 목적으로 2017년 재보궐 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제19대 대통령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를 구성, 운영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선거방송의 공정성, 균형성, 객관성 등을 해치는 내용을 중점 심의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이는 공직선거법에 따른 방심위의 정상적인 업무 영역이다.
그런데 경찰이 선거기간을 앞두고 ‘가짜뉴스’와 관련해 문제 소지가 있는 한 곳을 방심위를 통해 삭제 조치했고, 앞으로도 협의해 삭제 조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논란의 불씨가 됐다.
방심위가 선거 관련 인터넷 게시물까지 삭제하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그 동안 방심위는 방송에만 국한돼 선거관련 모니터링을 할뿐, 인터넷(통신) 영역은 중앙선관위에서 맡아 하고 신고가 들어와도 선관위에 이관한다고 밝혀 왔다.
■ 정치 검열 우려에 “말도 안 돼”
방심위의 올해 전체 업무계획과 가짜뉴스 퇴치 소식에 팟캐스트를 비롯해, 개인 인터넷방송에 대한 정부 규제 당국의 검열이 본격화 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은 더욱 커질 분위기다. 정치 관련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계속 제기될 전망이다.
인터넷 자유 증진을 위한 시민단체인 오픈넷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방송, 통신 모두 포괄적인 기준에서 규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새로운 미디어 역시 규제 중심주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며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방심위가 팟캐스트나 인터넷 방송까지 공적 책임 강해 막강한 권한 행사를 할 수 있는 ‘방송’으로 규정하려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또 “불특정 다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다 보니 일부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 때문에 사업자의 책임을 과도하게 높이면 결국 이용자의 숨통을 조이는 일이 된다”면서 “정부는 명백하게 불법의 문제가 있으면 사후에 규제하는 것이 맞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방심위는 지나친 확대해석이란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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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관계자는 “융합콘텐츠가 법 사각지대에 놓여 일부 부작용이 발생하다 보니 이에 대한 실태 조사와 규제의 필요성을 검토하려는 것”이라며 “인터넷 개인방송의 경우 선정성 등 사회적 논란이 커 이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 하려는 의도”라고 답했다. 정치적인 여론을 통제하기 위한 수순이 전혀 아니란 설명이었다.
그는 또 “가짜뉴스 등 선거, 정치 관련 인터넷 게시물은 법적으로 방심위가 모니터링 하거나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면서 “공직선거법상 공정한 선거방송을 위한 업무와 의무는 있지만, 그 외에는 방심위가 자체적으로 선거와 관련된 인터넷 서비스를 모니터링을 하거나 제재하는 경우는 없다. 이는 중앙선관위 역할”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