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IT세계 보여준 슈퍼볼 드론쇼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인텔의 화끈한 홍보

데스크 칼럼입력 :2017/02/07 15:18    수정: 2017/02/08 07:4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댄 브라운의 소설 ‘인페르노(Inferno)’엔 소형 무인비행기로 주인공들을 추적하는 장면이 나온다. 2013년 소설이 출간되자마자 어설픈 영어로 그 장면을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있다. 배경이 된 피렌체에 갔을 땐 그 부분을 다시 떠올리면서 감정이입을 해봤다.

지난 5일(현지시간) 텍사스주 휴스턴의 NRG스타디움에서 열린 제51회 슈퍼볼에서 인텔이 연출한 드론쇼를 보면서 그 때 그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인텔의 드론 쇼는 인기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하프타임 공연 때 배경 역할을 했다. 드론 300대가 NGP스타디움 하늘 위에 별똥별처럼 떠 있다가 분위기가 무르익자 성조기 모양으로 깜짝 변신했다. 공연 말미엔 공식 스폰서인 펩시 로고를 선사해주는 센스까지 발휘했다.

지난 5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슈퍼볼 경기 도중 인텔의 드론들이 성조기 모양을 연출하는 장면. (사진=인텔)

슈퍼볼이 끝난지 하루가 지난 이날도 미국 외신들은 ‘IT기술의 미래’를 보여줬던 인텔 드론 쇼 관련 뉴스를 계속 쏟아내고 있다.

과학전문매체인 파퓰러사이언스를 비롯해 IT매체 와이어드, 경제매체 쿼츠 등은 저마다 이번 드론쇼에 의미를 부여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그들이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이번 사건을 한번 살펴보자.

■ 중앙 컴퓨터 한 대로 2개 중대 규모 드론 조정

슈퍼볼 쇼에 동원된 드론은 날개가 네개 달린 소형 헬리콥터 모양이었다. 크기는 좌우 30cm 정도며, 무게는 220g에 불과했다.

각 드론엔 LED가 장착됐다. 덕분에 40억 종류의 색상을 표현할 수 있었다. 최대 비행 시간은 약 20분.

그렇다면 화려한 드론 비행쇼는 누가 조종했을까? 인텔 측에 따르면 중앙 컴퓨터 한대로 드론 300대를 통제했다. 컴퓨터에서 실제로 조종한 것도 전문가 한 명이었다. 그의 옆엔 혹시 있을지 모를 비상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조수 한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중앙 컴퓨터에선 비행 시작 전에 각 드론의 배터리 상태 뿐 아니라 GPS 신호 세기까지 확인했다.

레이디 가가가 미국 NFL 결승전인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 도중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이런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인텔과 NFL, 그리고 하프타임 공연 스폰서인 펩시는 드론쇼 부분을 사전 촬영할 수밖에 없었다.

크게 두 가지 장벽 때문이었다.

한 가지 장벽은 법 규정이었다. 미국 연방항공국(FAA) 규정에 따라 NGR스타디움 반경 34.5m내에선 드론을 띄울 수가 없었다. 이 규정은 관중이 있건 없건, 상관없이 적용된다.

또 다른 장벽은 좀 더 현실적인 부분이었다. 경기 당일 날씨를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바람이 심하게 불 경우 충돌 위험이 있었다. 비라도 내려 경기장 두껑을 덮게 되면 더 낭패다.

결국 이런 문제 때문에 경기 시작 1주일 전에 사전촬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 화려한 드론 기술 보여줬던 인텔, 슈퍼볼의 또 다른 승자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연은 인텔에겐 근래 보기 드문 ‘대박 마케팅’을 선사했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랬다. 하나는 화려한 드론 기술. 하지만 인텔 입장에서 한 무리 드론을 운영할 수 있는 고성능 칩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었단 점이 더 중요했을 것이다.

다른 영역에 응용할 여지가 넓어졌다는 점 역시 또 다른 성과다.

관련기사

드론쇼가 끝날 무렵엔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 공식 스폰서인 펩시 글씨를 써보였다. (사진=인텔)

파퓰러사이언스에 따르면 지난 해 10월 자율주행 드론 군단 실험을 실시했다. 이 드론들을 서로 통신을 주고 받으면서 목표물을 향해 함께 비행했다. 구조업무를 비롯해 농사, 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될 수도 있다.

이번 드론쇼를 통해 인텔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게 이번 드론쇼의 가장 큰 의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