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브라운의 소설 ‘인페르노(Inferno)’엔 소형 무인비행기로 주인공들을 추적하는 장면이 나온다. 2013년 소설이 출간되자마자 어설픈 영어로 그 장면을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있다. 배경이 된 피렌체에 갔을 땐 그 부분을 다시 떠올리면서 감정이입을 해봤다.
지난 5일(현지시간) 텍사스주 휴스턴의 NRG스타디움에서 열린 제51회 슈퍼볼에서 인텔이 연출한 드론쇼를 보면서 그 때 그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인텔의 드론 쇼는 인기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하프타임 공연 때 배경 역할을 했다. 드론 300대가 NGP스타디움 하늘 위에 별똥별처럼 떠 있다가 분위기가 무르익자 성조기 모양으로 깜짝 변신했다. 공연 말미엔 공식 스폰서인 펩시 로고를 선사해주는 센스까지 발휘했다.
슈퍼볼이 끝난지 하루가 지난 이날도 미국 외신들은 ‘IT기술의 미래’를 보여줬던 인텔 드론 쇼 관련 뉴스를 계속 쏟아내고 있다.
과학전문매체인 파퓰러사이언스를 비롯해 IT매체 와이어드, 경제매체 쿼츠 등은 저마다 이번 드론쇼에 의미를 부여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그들이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이번 사건을 한번 살펴보자.
■ 중앙 컴퓨터 한 대로 2개 중대 규모 드론 조정
슈퍼볼 쇼에 동원된 드론은 날개가 네개 달린 소형 헬리콥터 모양이었다. 크기는 좌우 30cm 정도며, 무게는 220g에 불과했다.
각 드론엔 LED가 장착됐다. 덕분에 40억 종류의 색상을 표현할 수 있었다. 최대 비행 시간은 약 20분.
그렇다면 화려한 드론 비행쇼는 누가 조종했을까? 인텔 측에 따르면 중앙 컴퓨터 한대로 드론 300대를 통제했다. 컴퓨터에서 실제로 조종한 것도 전문가 한 명이었다. 그의 옆엔 혹시 있을지 모를 비상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조수 한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중앙 컴퓨터에선 비행 시작 전에 각 드론의 배터리 상태 뿐 아니라 GPS 신호 세기까지 확인했다.
이런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인텔과 NFL, 그리고 하프타임 공연 스폰서인 펩시는 드론쇼 부분을 사전 촬영할 수밖에 없었다.
크게 두 가지 장벽 때문이었다.
한 가지 장벽은 법 규정이었다. 미국 연방항공국(FAA) 규정에 따라 NGR스타디움 반경 34.5m내에선 드론을 띄울 수가 없었다. 이 규정은 관중이 있건 없건, 상관없이 적용된다.
또 다른 장벽은 좀 더 현실적인 부분이었다. 경기 당일 날씨를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바람이 심하게 불 경우 충돌 위험이 있었다. 비라도 내려 경기장 두껑을 덮게 되면 더 낭패다.
결국 이런 문제 때문에 경기 시작 1주일 전에 사전촬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 화려한 드론 기술 보여줬던 인텔, 슈퍼볼의 또 다른 승자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연은 인텔에겐 근래 보기 드문 ‘대박 마케팅’을 선사했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랬다. 하나는 화려한 드론 기술. 하지만 인텔 입장에서 한 무리 드론을 운영할 수 있는 고성능 칩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었단 점이 더 중요했을 것이다.
다른 영역에 응용할 여지가 넓어졌다는 점 역시 또 다른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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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퓰러사이언스에 따르면 지난 해 10월 자율주행 드론 군단 실험을 실시했다. 이 드론들을 서로 통신을 주고 받으면서 목표물을 향해 함께 비행했다. 구조업무를 비롯해 농사, 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될 수도 있다.
이번 드론쇼를 통해 인텔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게 이번 드론쇼의 가장 큰 의미일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