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는 윈도RT의 저주를 풀 수 있을까?

"윈도10 클라우드는 달라"…크롬북과 한판

컴퓨팅입력 :2017/02/07 10:00    수정: 2017/02/08 00:17

마이크로소프트(MS)가 구글 크롬북을 정조준한 제품을 내놓을 태세다. 관련 단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단서들을 조합해 보면 사용자들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윈도10 ‘경량' 버전을 ARM 기반 디바이스에 탑재한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MS는 이미 비슷한 시도를 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비운의 운영체제(OS)인 윈도RT 얘기다. MS가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려는 걸까?

물론 아니다. 윈도RT 같은 길을 걷지 않도록 비장의 무기를 준비하고 있는 정황도 포착됐다. MS가 이번엔 제대로된 크롬북 대항마를 내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속속 드러나는 윈도10 클라우드 정체

최근 MS가 공개한 여러 윈도10 인사이더 테스트 빌드에 ‘클라우드’라고 정의된 새로운 제품 이름이 발견되면서 MS가 새로운 OS를 개발중인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 지디넷의 MS 전문 기자 매리 조 폴리는 이 새로운 OS를 ‘윈도10클라우드’라 지칭하며, 자신의 소식통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 OS를 윈도앱스토어에서 다운받은 앱만 사용할 수 있도록 간소화한 윈도10 버전”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이후 윈도10 클라우드 설치파일이 유출되면서 좀 구체적인 사실들이 드러났다. MS소식 전문매체 MS파워유저가 직접 설치해 본 결과, 실제 윈도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한 앱만 이 OS에서 작동되는 것을 확인했다. 윈도앱스토어에 올라온 앱이라면, 유니버셜윈도플랫폼(UWP)앱과 윈32앱으로 만들었다가 컨버팅한 것 모두 사용 가능했다. 반면, UWP앱이라도 윈도앱스토어 이외에 다른 곳에서 다운받으면 작동하지 않았다.(☞관련기사)

그래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있다. MS는 윈도10 클라우드에서 윈도앱스토어용으로 변환되지 않은 윈32 앱 사용을 계속 막을까? 윈도앱스토어서 다운받은 앱만 이용할 수 있다면, 이미 실패한 OS인 윈도RT와 뭐가 다른 걸까?

10.1인치 윈도RT 태블릿 '아티브탭'

윈도RT는 윈도8을 ARM프로세서용으로 만든 OS다. 2012년 10월 공개됐다. 가격이 저렴하고 배터리가 오래간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윈도스토어앱만 다운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사용자들의 큰 불만을 샀다. 이 때문에 델이나 HP 등 주요PC 제조업체들이 윈도RT 지원을 꺼려했다. 결국 MS는 윈도RT를 윈도10 무료 업그레이드 대상에서 제외하며 사실상 단종시켰다.■윈도10 클라우드, 윈도RT 전철 안 밟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최근 또 다른 MS전문 외신 페트리가 힌트를 줬다. 보도에 따르면 아주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바로, 윈도10 클라우드는 완전한 윈도10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페트리는 소스코드에서 업그레이드를 위한 결제 옵션을 찾았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관련기사)

MS는 하드웨어 제조사(OEM)가 초저가로 PC나 태블릿을 출시할 수 있게 제조사에 윈도10 클라우드를 무료로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단, 윈도RT 때 처럼 사용자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으므로 사용자가 원할 경우 완전한 윈도10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길도 열어두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MS가 윈도RT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마련한 또 하나의 장치가 있다. 바로 ARM 프로세서 최강자 퀄컴과 협력이다.

MS파워유저는 유출된 윈도10 클라우드 설치파일을 일반 x86 PC에 가상머신을 만들어 설치했다. 따라서 x86에선 작동하는 게 확인됐지만, 아직 ARM 기기에선 알 수 없다. 하지만 많은 외신들이 이 OS가 ARM 기기에서 작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MS는 지난해 말 중국 선전에서 열린 윈헥(WinHEC)행사에서 ARM기기에서 윈도10이 작동되게 만들기 위해 ARM 프로세서 최강자 퀄컴과 협력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저가 PC 시장을 겨냥한 행보이기 때문에 역시 같은 목적으로 나온 윈도10 클라우드 버전이 제격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실패하긴 했지만 같은 이유로 윈도RT도 ARM기반 기기에 탑재됐다.

유출된 윈도10 클라우드에디션 구동 화면 스크린샷. [사진=Windows Blog Italia]

윈도10 클라우드가 MS의 새 ARM 프로젝트와 궁합이 잘 맞는 이유가 또 있다. 앞서 얘기한 것 처럼 윈도10 클라우드는 완전한 윈도10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또 MS 발표에 따르면, 퀄컴과 준비하는 ARM 프로젝트도 x86 에뮬레이터 레이어를 추가해 ARM 칩에서 윈32앱을 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ARM 기기에 윈도10 클라우드를 탑재해 판매하더라도 사용자가 원하면 충분히 완전한 윈도10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번엔 진짜 구글 크롬북과 한판승부

그렇다해도 윈도10 클라우드에서 윈도스토어앱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윈도스토어앱이라도 윈도RT 때 보단 윈도10 클라우드가 더 쓸만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윈도10 자체가 진화한 덕분이다. 우선 윈도10에선 개발자들이 윈32앱을 쉽게 윈도스토어앱으로 컨버팅해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윈도10의 앱 생태계가 윈도RT 보다 풍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윈도10이 기본적으로 태블릿 모드를 지원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의 기기에서도 사용자인터페이스(UI)가 썩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의문이 남았다. 왜 윈도10 클라우드는 이름에 포함된 ‘클라우드’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클라우드라고 부를 만한 성질을 전혀 포함하고 있지 않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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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가 클라우드를 가져다 붙인 이유는 크롬북을 의식한 행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매셔블도 이런 작명이 “크롬북과 크롬OS를 직접 겨냥해서 시장에서 포지셔닝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크롬OS를 탑재한 크롬북은 실제 클라우드기반으로 인터넷에 연결된 상태에서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MS가 언제 윈도10 클라우드를 정식으로 공개할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윈도10 대규모 업데이트인 ‘크리에이터스 업데이트’가 오는 4월 예정된 만큼 머지않아 윈도10 클라우드도 발표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