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97개 IT기업 "트럼프 이민정책 반대"

애플-페북-구글 등 항소법원에 법정의견서 제출

인터넷입력 :2017/02/07 08:35    수정: 2017/02/07 08:59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차별적일 뿐 아니라 우리 비즈니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97개 IT기업이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이슬람 7개국 여권 소지자들에 대한 미국 입국과 비자 발급을 중단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명령이 불법적이라고 주장했다.

애플 등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정 의견서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제9 순회항소법원에 제출했다고 미국 IT매체 테크크런치가 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가 7개 이슬람 국가 여권 소지자들의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령하면서 시작됐다. 이 명령에 대해 미네소타와 워싱턴주가 행정명령 집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법정 분쟁이 시작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1심 소송에서 패소했다. 제임스 로바트 시애틀 연방지법 판사가 지난 3일 “워싱턴 주와 미네소타 주가 낸 가처분 신청을 수용한다”고 판결한 것.

그러자 트럼프가 곧바로 항소하면서 둘간의 분쟁은 제9연방순회항소법원으로 넘어오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씨넷)

트럼프는 지난 주말 트위터에 “우리 국가의 법 집행 권한을 제거해버린 판사의 이번 의견은 어처구니 없다”면서 “(상급법원에서) 뒤집힐 것”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로바트 판사를 강하게 비난했다.

행정명령 집행 정지 관련 공방이 항소법원으로 넘어오자 실리콘밸리 IT 기업들이 대거 힘을 보탰다.

■ "미국은 이민의 나라…국경 막으면 경제적으로도 손실"

18쪽 분량의 이번 법정의견서에서 IT기업들은 "미국은 이민의 나라"라는 기본 논리를 폈다. 따라서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은 50년 이상 미국의 이민 시스템을 지탱해 온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이란 기본 원칙에서 벗어났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트럼프의 이번 정책은 큰 폐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애플, 페이스북 등은 “트럼프의 이민 명령이 발효될 경우 IT기업들이 세계 각국으로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 더 힘들어질 뿐 아니라 비용도 훨씬 많이 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어비앤비는 지난 5일 열린 슈퍼볼 광고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정책을 반대하는 내용의 광고를 내보냈다. (사진=씨넷)

이들은 또 “취업희망자들이 미국으로 오지 못할 경우 그들을 차별할 수밖에 없게 된다”면서 “그렇게 될 경우 행정명령에 포함돼 있는 차별 조항들은 그대로 우리에게도 조금씩 침투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IT기업들은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국토안보부를 비롯한 다른 기관들과 상의 없이 무계획적으로 이번 행정명령을 발령했다고 비판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MS 외에도 에어비앤비, 트위터, 넷플릭스, 우버를 비롯한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IT기업들이 대부분 이번 법정의견서에 서명했다.

IT기업들은 이외에도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행동에도 직접 나섰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에어비앤비는 5일 열린 미국 프로풋볼(NFL) 결승전 슈퍼볼 광고를 하면서 ‘우리는 받아들인다’(#weaccept)란 해시태그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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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우버 측은 이번 행정명령으로 영향을 받게 될 운전수들을 위해 300만 달러 기금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 자문위원회에 참석할 예정이던 트래비스 칼라낙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이용자들의 반대 여론을 감안해 불참하기도 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