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O 퍼블리싱? 스타트업 '오즈원'의 당찬 포부

카카오 출신 주축…오프라인업체 온라인 진출 도와

인터넷입력 :2017/01/31 16:02    수정: 2017/02/13 09:06

손경호 기자

스마트폰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벽을 허물어버렸다. 이젠 둘을 구분하는 것이 의미 없는 일이 돼버렸다.

카카오택시, 배달의민족, 요기요, 야놀자, 여기어때, 직방, 다방 같은 서비스는 온라인에서 출발해 오프라인 비즈니스로 진출했다. 신세계 백화점, 이마트, 홈플러스와 같은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모바일앱을 앞세워 온라인 쇼핑몰과 경쟁을 벌인다.

이런 와중에 오프라인에서 업력을 쌓아온 중소 규모 회사들의 온라인 진출을 도와주겠다는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제 출범 1년을 갓 넘긴 스타트업 오즈원이다.

'O2O 퍼블리싱'을 전담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내세운 오즈원은 멤버 13명 중 11명이 카카오 출신이란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카카오에서 기술개발, 마케팅, 기획 등 업무를 담당했던 이들이 이름도 생소한 O2O 퍼블리싱을 위해 의기투합한 것이다.

왼쪽부터 오즈원 김재필 대표, 김귀연 기획총괄실장, 신동호 CTO.

카카오 DNA로 무장한 O2O 퍼블리싱 스타트업 '오즈원' 김재필 대표, 신동호 최고기술책임자(CTO), 김귀연 기획총괄 실장을 만나 그들의 창업 스토리와 앞으로 비전을 들어봤다.

■"O2O 퍼블리싱, 게임처럼 퍼블리싱 도울 것"

"우리가 하려는 업을 뭐라고 해야할까 고민이 있었죠. 컴퍼니 빌더로 봐야할지, 투자도 하니 액셀러레이터 같기도 하고...게임 퍼블리싱처럼 마케팅과 개발적인 지원도 같이 하려다 보니 'O2O 퍼블리싱'으로 정했죠."(김재필 대표)

컴퍼니 빌더 혹은 액셀러레이터가 스타트업들의 창업 초기부터 함께 하며 이들의 아이디어를 본격적인 서비스로 내놓을 수 있게 돕고 성장하게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면 게임 퍼블리싱 회사들은 중소규모 게임개발사들이 만든 신작을 성공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도록 마케팅 혹은 개발단에서 필요한 부분을 후방지원한다.

오즈원은 그동안 오프라인에서 업력을 쌓아온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이들에게 필요한 전반적인 플랫폼을 제공한다. 쉽게 말하면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해 온 회사들과 협업해 IT인프라나 모바일앱 등 개발을 돕고, 전반적인 마케팅까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O2O로 시작한 스타트업들이나 반대로 전통적인 오프라인 회사들이 O2O 서비스를 하겠다고 나선 사례는 꽤 있었다. 하지만 중소 오프라인 회사들의 온라인 진출을 지원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들고 나온 것은 오즈원이 처음이다.

현재 오즈원이 O2O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회사는 4개다. 빌딩, 사무실 등 상업용 부동산 매물을 중개해 온 리앤정파트너스가 서비스 중인 '오피스픽', 차량번호를 입력하면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오토업', 차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진단해 수리를 도와주는 차량 주치의 '차비스', 100평 규모 주방에서 SNS나 블로그 등을 통해 푸드 크리에이터가 고안한 레시피를 통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배달해주는 '굿잇츠' 등이다.

이중 가장 먼저 파트너십을 통해 앱을 런칭한 곳은 굿잇츠다. 지난해 5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해 같은 해 8월 정식으로 서비스를 출시했다. 오피스픽은 1월부터 웹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차비스는 오는 3월부터 정식 서비스를 오픈한다. 오토업의 경우 기존에 안드로이드앱을 자체적으로 출시한데 이어 오즈원과 협업을 통해 iOS까지 지원을 확대하면서 기존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손봤다.

김재필 대표는 "3개 파트너사들에 대해서는 모바일앱 서비스 기획에서부터 디자인, 개발까지 지원하고 있으며, 오토업의 경우 기존에 런칭한 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에서 어떻게 밸류체인을 만들어 수익을 낼 지에 대해서는 파트너사들이 고민해야할 몫이지만 이를 제외하고 모바일앱을 런칭하거나 본격적인 온라인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IT서비스, 데이터베이스 관리, 사용자 대상 서비스까지 오즈원이 책임지고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다.

■IT서비스랑 뭐가 다르길래

이쯤되면 일반 기업들이 외주를 통해 모바일앱을 개발하거나 필요한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IT서비스업과 O2O 퍼블리싱이 뭐가 다른지 궁금해진다.

"오즈원은 단순 시스템구축(SI) 업무를 하지는 않는다"고 김재필 대표는 못 박았다. 여러 오프라인 기업이 온라인 비즈니스로 나올 때 필요한 전반적인 개발, 디자인, 마케팅 등 업무를 지원해주면서 파트너십을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기존 IT서비스 회사는 외주를 준 업체와 계약해 개발자 몇 명 투입 당 한 달에 얼마를 지불해야하는지 따지는 '맨/먼스(man/month)' 형태로 계약을 맺고 수익을 얻는다. 반면 이 회사는 아예 파트너사로부터 개발비를 받지 않는다. 대신 파트너사가 수익을 내면 그 비용에 대한 일정 퍼센티지 만큼 수익을 공유한다. 모바일앱을 통한 전반적인 서비스를 지원하는 협업 방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중소규모 파트너사 입장에서는 초기 개발비를 투자해야하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게 된다.

김귀연 실장은 오피스픽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오피스텔 등 상업용 부동산 거래 전문서비스를 운영해왔던 리앤정파트너스는 그 동안 하던대로 현장매물을 직접 확인해 사진을 찍어서 올리고, 건물주와 임대고객들이 직접 만나서 거래를 성사시키게 하는 역할을 한다. 오즈원은 이를 온라인에서 중개할 수 있게 돕는 웹사이트인 오피스픽을 개발했다. 리앤정파트너스가 보유한 DB를 활용해 온라인에서 매물이 노출되게 하고, 사용자들에 따라 매출 추천시스템 등을 만드는 식이다. 두 회사는 협업을 통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개선사항을 오피스픽에 반영한다.

김재필 대표는 "대기업 같은 곳에서는 내부 자원을 활용하거나 외주를 주는 방식으로 O2O플랫폼을 개발하겠지만 온라인 비즈니스에 처음 진출하는 중소규모 오프라인 기업들은 업력이 오래됐어도 자산이나 기술력이 부족해 이러한 시장에 진출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기업들이 오즈원의 협업대상이라는 설명이다.

오즈원은 파트너사 대신해 초기 개발비를 부담해야하는 만큼 파트너를 선정하는 기준이 분명하다. 해당 분야 비즈니스에 대한 오프라인 전문성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업력은 어느 정도 되는지, (인적)네트워크는 충분한지, 창업자의 열정과 역량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판단한다.

첫 파트너사인 굿잇츠는 브런치 카페 창업자인 아내와 디자인회사 대표를 맡았던 남편이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직장맘들도 쉽게 집에서 데워서 먹을 수 있는 가정 간편식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로 블로그, 카페, 카카오스토리 등에서 음식 관련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올린 레시피를 토대로 음식을 만들어 유통시킨다.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관할 구청으로부터 식품 위생 등과 관련 각종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굿잇츠는 이러한 허가를 모두 받은 100평 규모 '센트럴 키친'에서 레시피 대로 음식을 조리해 배달해준다. 이 회사가 부족한 IT역량을 오즈원이 채워주게 되는 식이다.

오토업의 경우 20여년 간 장안평에서 중고차 매매업을 해왔던 딜러가 내놓은 서비스다. 중고매매 과정에서 딜러가 해당 차량에 문제가 없는지, 제원이 어떻게 되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차량 번호만으로 이러한 정보를 조회해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차비스는 중고차 거래 앱인 SK엔카 내 사내벤처로 시작한 서비스로 중고차 비즈니스를 10여년 정도 했다가 SK엔카 오프라인 1호 매장을 했던 이들이 창업했다.

이들 회사는 모두 오프라인에서 업력을 쌓으며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만 모바일앱 개발 역량은 오즈원의 도움을 받는다.

■초기 카카오 DNA 심는다

김재필 대표는 카카오에 인수된 소셜커머스 스타트업 로티플 영업본부장을 맡았다가 이 회사가 카카오에 인수되면서 카카오 광고영업팀장, 카카오페이 청구서 파트장을 맡은 뒤 오즈원에 합류했다. 신동호 CTO는 다음, 엔씨소프트, 카카오를 포함 2002년부터 14년 간 개발자로 근무했다. 김귀연 실장은 SK커뮤니케이션즈에 몸 담았다가 네이버, 카카오로 자리를 옮겼다. 카카오에서는 카카오톡 채널탭, 카카오그룹, 카카오스토리 등 서비스를 기획했다.

이들은 모두 다음과 합병 전 초기 카카오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때문에 오즈원은 초기 카카오의 DNA를 회사문화에 심는다는 계획이다.

"합병 전 카카오는 활동감, 생동감이 넘치고, 기업이 커나가면서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했습니다. 영어 닉네임을 부르고,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 문화 등이 장점이었죠. 그래서 오즈원도 영어 닉네임을 쓰고, 협업이나 개발하는 방식도 개발자 중심 문화로 가려고 합니다."(김재필 대표)

"개발자 중심이라기 보다 과제 중심이라는 말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다른 큰 회사들이 직군별 팀들이 컨베이어벨트처럼 분업하는 대신 초기 카카오와 같이 특정 서비스 과제가 있으면 다 같이 모여서 의사결정을 해 발빠르게 움직이는 그런 문화를 유지하려고 합니다."(신동호 CTO)

"초기 카카오는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까지 한 팀으로 움직이다보니 내 할 일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 전체가 내 일이 됐었습니다. 그만큼 서비스를 만들고 개발하는 과정이 빨라지고, 이를 통해 얻는 경험의 폭도 달랐죠."(김재필 대표)

"카카오에 불만족한다기보다는 작은 회사와 큰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이 다르죠. 작은 회사가 성장하다보면 내 일이 작아지는 것 같은데 느낌이라 서비스의 일부를 맡기 보다는 자유롭게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요."(김귀연 실장)

오즈원을 이끌고 있는 이들은 모두 다음과 합병 이후 회사가 커지기 이전 초기 카카오에 대한 일종의 향수가 있었다. 프로젝트 시장조사에서부터 기획까지 모든 것을 하나의 소규모 팀에서 책임져야했던 만큼 그 자체가 배움의 과정이었고, 이를 통해 경험치를 쌓는 만큼 회사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봤었다.

김재필 대표는 "카카오 근무 시절 회사가 점점 더 커져가다보니 대기업에서부터 오프라인 카페까지 수많은 곳에서 제휴문의가 들어왔었다"며 "모바일이나 인터넷쪽으로 뭔가 새로운 서비스를 구축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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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굳이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카카오가 다 지원하지 못하는 여러 오프라인 기반 서비스들을 온라인 혹은 모바일앱으로 연결시키기만 해도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O2O플랫폼을 운영하며 중소규모 비즈니스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카카오 출신들이 만든 오즈원이 다음과 합병으로 규모가 커진 카카오와 비교해 어떤 기업가 정신을 보여줄지 두고 볼 일이다.